[시론] 서울 강북에도 닥터헬기 날게 하자
세종특별자치시로 많은 행정 기관이 이전했지만, 서울은 여전히 경제·문화·교육의 중심지이자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도시 중 하나다. 서울을 비롯해 미국 뉴욕·보스턴과 영국 런던 등 수많은 외국인이 거주하고 방문하는 국제도시는 내·외국인 모두 비즈니스와 문화생활에 제약이 없어야 한다. 또 치안이 잘 유지되고 재난·질병으로부터 안전해야 한다.
세계적 국제도시의 중심지는 생명과 안전 유지를 위해 하나같이 높은 수준의 의료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다. 대표적으로 안전 인프라로 꼽히는 유명한 대학병원을 갖추고 있고, 최고 수준의 외상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외상센터에는 365일, 24시간 환자를 즉시 이송해 골든타임 안에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전문 의료진과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또한 외상센터 근처에서는 ‘하늘을 나는 앰뷸런스’로 불리는 닥터헬기도 구비돼 있다. 국제도시의 필수 요건인 의료 인프라는 국가 차원에서 의지를 갖고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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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 많은데 응급외상센터 없어
청와대 비행금지공역 풀면 가능
」
서울의 강북 도심은 600년 이상의 오랜 역사가 남아 있는 구도심이자 현대적인 시설이 공존하는 중심지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공공의료기관인 서울대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 외에도 많은 의료기관이 있지만, 국제도시에 걸맞은 제대로 된 응급외상센터는 없다. 강북에서 용지 마련이 어려울 뿐 아니라, 그동안 이 지역이 대통령 집무실인 청와대 방위를 위한 비행금지 공역에 해당해 닥터헬기 운항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런 지리적 제약 때문에 국가 중앙응급의료센터 역할을 하는 국립중앙의료원이 제대로 된 응급외상센터를 갖지 못하는 모순이 생겼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전국 17개 권역외상센터의 설치와 운영을 관리하고, 도서·산간지역 닥터헬기 운영을 지원한다. 하지만 정작 국립중앙의료원에는 닥터헬기 시설을 갖춘 외상센터가 없다. 국내 최고의 전문 의료인력을 보유한 서울대도 중증외상센터를 설치하고 외상 외과의사를 확보하기 시작했지만, 닥터헬기 운항은 요원해 보인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자는 6~7년 전 서울대병원의 용산 이전을 제안한 적이 있다. 용산 미군기지 부지에 있는 121병원의 의료용 헬기 착륙장을 활용하면 강북에 제대로 된 중증외상센터를 마련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권역외상센터 및 닥터헬기의 부재로 인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외상환자 사망률을 보였던 서울의 중증외상 치료체계를 개선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 부지를 놓고 이미 여러 정부 부처가 세운 계획들이 충돌해왔고, 부처끼리 인허가 문제도 복잡했다. 결국 실현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리며 “서울대병원 이전은 새 정부가 들어서는 무렵에나 다시 시도할 수 있겠다”며 아쉬워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20대 대선 이후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이 발표되면서 서울 구도심 의료 문제에 대한 역발상적 해결의 계기를 제공했다고 본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강북의 비행금지 공역이 축소되면 그동안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닥터헬기 운항이 가능해질 수 있다. 서울 도심 외상센터 건립의 가장 큰 장애물이 사라진 셈이다. 또한 삼청동 국군서울지구병원 등의 부지도 활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한 만큼 이제는 그동안 미비했던 수도 서울의 의료시스템을 온전히 다시 설계해야 한다. 명목상의 중앙센터나 권역센터 설립의 개념을 넘어 글로벌 최고 수준의 전문 의료인력과 응급의료·외상센터를 갖출 때가 왔다. 서울이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문화·교육의 중심도시가 되려면 생명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응급·외상 의료인프라를 반드시 갖춰야 할 것이다.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줬다. 이제는 시간을 더 지체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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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석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국립교통재활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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