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 버티컬' 마케팅 전성시대..'1인 100색' 취향 다변화, 타깃 고객 쪼개라

노승욱 2022. 5. 12.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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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전용음료(광동제약)’ ‘채식주의자용 영양제(아이허브)’ ‘슬랙스 종류만 43가지(무신사)’ ‘개발자 커뮤니티(테크살롱)’ ‘커리어 전문 SNS(커리어리)’….

소비자 요구와 시장을 잘게 쪼개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이퍼 버티컬(초세분화)’ 마케팅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과거 소비자가 획일화된 취향으로 대량 생산, 대량 소비했던 ‘100인 1색(色)’이었다면, 요즘은 소량 생산, 소량 소비인 ‘100인 100색’을 지나, 개인 취향을 극적으로 맞춰주는 ‘1인 100색’ 시대가 도래한 모습이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 ‘탈잉’에선 헬스, 필라테스가 재미없는 운동 방랑자를 위한 ‘폴댄스’ 수업 등 기존에 없던 새로운 교육 콘텐츠가 인기다(아래). 건강기능식품 쇼핑몰 ‘아이허브’는 건기식 시장에서 비건(채식주의자)을 위한 세분화된 제품 카테고리를 개척했다. 사진은 아이허브의 비건 영양제(좌). (각 사 제공)
▶고객층 좁힐수록 요구는 선명

▷퍼블리, 주 독자층 2030서 2529로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는 2015년 설립 이래 지난 7년간 멤버십 서비스 태그라인이 여러 번 바뀌었다. 처음에는 ‘High Quality, Higher Taste’였다. 이어 ‘우리 사회의 지적 자본을 만듭니다‘ ‘일하는 사람들의 콘텐츠 플랫폼’, 최근에는 ‘당신 곁의 랜선 사수’로 다시 바뀌었다.

이는 타깃 고객층을 점점 좁히면서 나타난 변화다. ‘일하는 사람들(모든 직장인)’에서 ‘일잘러(일을 잘하고 싶은 직장인)’로, 다시 ‘랜선(온라인)으로라도 사수가 필요한 부사수(사회 초년생)’로 타깃 고객을 바꾼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고객 연령대도 좁아졌다. 이 같은 초세분화 마케팅에 힘입어 퍼블리는 지난 4월 기준 회원 45만명과 유료 구독자 7만명, 커리어리 회원 20만명을 달성했다.

박소령 퍼블리 대표는 “당초에는 25~45세로 고객 연령대가 분산돼 있었다. 그런데 콘텐츠 분량을 확 줄이고 퍼블리 팀의 업무 노하우를 콘텐츠로 발행하자 사수가 없는 25~30세 사회초년생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이때부터 이들, 특히 문과계열 전공의 직무 종사자로 타깃을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고객 좁히기’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데이팅 앱은 명문대생만 받는 ‘스카이피플’에 이어 남녀 개발자만 받는 앱도 등장했다. 커뮤니티와 SNS도 갈수록 버티컬화되는 분위기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4월 서울 테헤란로에 개발자들의 네트워킹을 위한 개발자 전용 카페 공간 ‘테크살롱’을 오픈했다. 개발자들이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네트워킹할 만한 공간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교육업계도 버티컬화가 한창이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 ‘탈잉’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교육 콘텐츠가 최근 눈에 띄게 늘었다. 헬스, 필라테스가 재미없는 운동 방랑자를 위한 ‘폴댄스’ 수업, 개발자 중에서도 ‘실리콘밸리 취준생’만 대상으로 하는 강의, 스터디카페 창업 노하우 등 구체적이고 실전 팁을 전하는 강의가 인기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지난 2월 명품관 식품관인 ‘고메이494’를 리뉴얼하며 유명 식당(Deli)과 그로서리(Grocery·식료품)를 더한 ‘델리서리(Deli+Grocery)’를 새로 선보였다.
▶제조·유통업도 버티컬화

▷갤러리아, 그로서란트→델리서리

“국내에서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영양제 구하기가 쉽지 않아 해외직구로 비건 영양제를 정기적으로 구입하고 있다. 비건 제품 외에도 영양제나 뷰티 제품 구입 시 동물 실험을 하지 않고 유전자 변형 성분이 포함돼 있지 않은지 꼼꼼히 살피고 구매한다.”

채식주의자(비건)인 김미현 씨(35)의 얘기다.

제조·유통업계도 고객 쪼개기가 한창이다. 채식주의자는 그간 외식이나 식품 시장에서 타기팅하던 고객군일 뿐, 제약업계에서는 관심 밖이었다. 요즘은 달라졌다. 건강기능식품 쇼핑몰 ‘아이허브’는 식물성 팩틴을 소재로 한 ‘비건 구미젤리’를 비롯해 식물성 캡슐 제품 등 다양한 비건 영양제를 선보였다. 동물 실험과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크루얼티 프리(cruelty free·학대 없음)’ 제품을 비롯해 유제품이나 유전자 변형 성분(GMO) 무함유, 키토제닉 영양제도 구비했다. 건기식 시장에서도 비건을 위한 제품 카테고리가 세분화된 것이다.

광동제약은 스포츠 음료 시장을 다시 쪼갰다. 지난 4월 액티비티 음료 시장에 진출하며 아웃도어 활동을 세분화한 ‘온더(On the)’ 시리즈를 선보였다. 단순히 운동할 때 마시는 일반 스포츠 음료에서 나아가, 실내외 스포츠를 비롯해 e스포츠, 피트니스 등 소비자가 즐기는 액티비티 장르에 따라 ‘온더그린(Green)’ ‘온더코트(Court)’ ‘온더게임(Game)’ ‘온더핏(Fitness)’ 4개 라인업으로 구성했다. 일례로 골프, 등산 등 운동을 즐길 때 마시기 좋은 온더그린은 일반 유통 채널 외에도 골프장, 골프연습장 등에서도 판매, ‘채널’도 세분화했다는 설명이다.

백화점에서는 식품관이 추가로 쪼개진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지난 2월 명품관 식품관인 ‘고메이494’를 리뉴얼하며 ‘델리서리’라는 새로운 ‘조닝(zoning·구역화)’을 선보였다. 델리서리(Deli+Grocery)는 유명 식당(Deli)과 그로서리(Grocery·식료품)의 합성어다. 맛집의 미식을 즐기고 조리에 사용된 셰프의 식재료와 밀키트, 유명 디저트 가게의 가공식품과 레스토랑 간편식(RMR)까지 판매하는 공간이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델리서리는 맛집 메뉴를 맛본 뒤, 집에서도 직접 요리해보고 싶은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갤러리아는 다양한 식재료를 판매하며 그 식재료를 이용한 음식도 맛볼 수 있는 복합식품매장인 ‘그로서란트(Grocerant·식료품+식당)’와 유명 식당들을 한곳에 모은 ‘셀렉트 다이닝’도 국내 최초로 선보인 바 있다”고 설명했다.

광동제약은 스포츠 음료 시장을 실내외 스포츠, e스포츠, 피트니스 등으로 세분화해 맞춤형 음료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골프전용음료 ‘온더그린(Green)’.
▶세분화의 궁극은 ‘개인 맞춤’

▷카테고리 확장 ‘역버티컬’은 위험

특정 카테고리에서 버티컬 전략으로 성공한 기업은 다시 타깃 고객을 넓히는 ‘역(易)버티컬’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블루오션에서 성공한 결과물을 바탕으로, 시장 규모가 큰 레드오션을 넘보는 식이다. 그러나 이런 전략은 실패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개인 취향은 갈수록 다양해지는 만큼, 오히려 궁극의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지향하는 ‘하이퍼 버티컬’이 유망하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자금력과 인적 자원이 제한적인 중소기업의 사업 확장은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주윤황 장안대 온라인쇼핑과 교수는 “시장은 갈수록 세분화되고 쪼개지는 ‘하이퍼 버티컬’이 진행될 것이다. 한 분야에서 성공한 기업이 다른 분야에 진출해 성공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중소기업의 섣부른 사업 확장이 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승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58호 (2022.05.11~2022.05.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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