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묶였던 칸딘스키 작품, 3주만에 러시아 돌아간다

김희윤 2022. 5. 12.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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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발이 묶였던 러시아 국보급 미술품들이 우여곡절 끝에 본국에 송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미술품은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지난달 17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한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전' 전시를 위해 국내에 들여온 작품 75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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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전시 위해 들여온 러시아 국보급 미술품 75점
우크라 사태로 러시아 직항 항공편 사라져
수장고 보관하다 제3국 경유 송환 중
바실리 칸딘스키의 '즉흥 No.217. 회색타원'. 칸딘스키 추상 실험의 절정을 보여준다. 사진제공 = 예카테린부르크 미술관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김동표 기자] 한국에 발이 묶였던 러시아 국보급 미술품들이 우여곡절 끝에 본국에 송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미술품은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지난달 17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한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전’ 전시를 위해 국내에 들여온 작품 75점이다.

러시아의 국보급 미술품으로 평가받는 추상미술의 거장 칸딘스키와 카지미르 말레비치 등의 대표작으로 구성됐다.

문제는 한국 전시회가 진행되는 동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을 중심으로 러시아 제재가 확대되면서 국내에 전시하고 있던 러시아 국보급 미술품에 불똥이 튀었다. 러시아 측은 제재 문제가 심상치 않자 한국 전시 작품들의 조기 반환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시 주최 측은 계약상의 이유로 한국에서 예정된 일정 동안 전시를 이어갔다.

한국 전시회가 진행되는 동안 국제 사회의 러시아 제재는 더 강화됐다. 러시아 직항 항공편이 없어졌다. 유럽을 경유하는 항공편을 통한 반환은 러시아 측에서 난색을 표했다.

지난달 2일(현지시간) 핀란드 세관은 러시아로 향하는 4600만달러(약 560억 3000만원) 상당의 미술품을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발리마에서 압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에서 반환해야 할 러시아 국보급 미술품이 유럽 경유 과정에서 압수될 경우 상황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전시회가 종료된 이후 러시아 미술품들은 3주가량 국내 수장고에 보관됐다. 보관 기간이 길어지면 관리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반환이 계속 미뤄지면 국제 정세 변화와 맞물려 외교·정치 문제로 번질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고민 끝에 찾아낸 해법은 제3국을 경유하는 방식이다. 전시 주최 측 관계자는 12일 "해당 작품들은 10일 국내에서 출발해 현재 제3국을 경유해 러시아로 반환 중"이라며 "(유럽연합 제재 항목에 미술품이 포함돼 있으므로) 이동 경로를 정확하게 밝히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정부도 해당 작품들의 반환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렸다. 지난 9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매체 스푸트니크에 따르면 올가 류비모바 러시아 문화부 장관은 "(한국에 있는 러시아 미술품 반환 관련) 모든 것이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러시아 미술품을 반환하는 것은 제재 대상과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미술품을 사치품으로 규정하고 제재 항목에 포함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 EU 등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고 있지만, 대상 항목은 희토류와 가스 등 자원에 집중돼 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러시아 미술품 송환과 관련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운송 과정이나 경로 설정 등에서 정부, 특히 국토부가 지원하거나 편의를 제공해줄 수 있는 부분은 없는 것 같다"면서 "과거 타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제3국을 통해 미술품을 반환한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 과정에서 유럽연합의 제재로 인해 작품이 압수당하거나 하는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이번 경우에 그런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외교 사안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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