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코인 '루나'에 무슨 일이..하루새 93% 급락하자 "죽음의 소용돌이 들어서"
5월 11일(현지 시간) 암호화폐 시세추적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0시 17분 기준 UST는 0.8261달러, 루나는 1.1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UST는 24시간 전보다 2.21% 상승했으나 일주일 전과 비교하면 17.62% 하락했다. 특히 루나는 24시간 전보다 92.97%, 일주일 전보다 98% 이상 급락했다.
루나와 UST는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 권도형 최고경영자(CEO)가 발행한 암호화폐다. 본사는 싱가포르에 있지만 한국인 대표가 발행한 코인이라 국산 암호화폐로 분류된다. 두 암호화폐 모두 코인마켓캡 기준 시가총액 순위 10위 권 내에 위치하면서 호조를 이어왔지만 미국 빅스텝 금리인상과 증시 추락이 암호화폐 시장에 폭락세를 유발하면서 그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그중에서도 UST와 루나의 급락이 충격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UST가 '스테이블(stable)코인'을 표방해왔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이란 말그대로 '안정적인 코인'을 뜻한다. 통상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에 연동하도록 설계돼 암호화폐의 불안정성을 최대한 억제하고, 코인 1개당 1달러에 가치 연동(페깅)되도록 만들어진 암호화폐를 뜻한다. 안정적인 가치가 있기 때문에 개인 간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거래에서 자주 쓰인다.
UST도 달러를 추종하는 스테이블코인이지만 다른 스테이블코인처럼 현금이나 국채 등 안전자산을 담보로 하지 않고 가상화폐 '루나'와의 관계를 통해 달러와의 가치를 유지한다. 예를 들어 UST의 가치가 떨어지면 루나를 팔아 UST를 사들인다. 코인 시장 내 UST의 유통량이 줄면서 가격이 다시 올라 1달러에 고정되는 '알고리즘' 방식이다.
그러나 루나와 UST의 특이한 거래 알고리즘이 오히려 두 암호화폐의 동반위기를 초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UST의 가격이 0.23달러까지 크게 떨어지는 디페깅(가치 연동 분리) 현상이 발생하자 UST를 떠받치는 루나가 제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신호에 루나 시세가 급락했다. 서로가 서로의 가격 하락을 촉발하면서 대량 뱅크런(예금 인출을 위해 몰려드는 현상)이 발생했다.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와 블룸버그 통신은 "디파이 세계에서 사랑받던 UST와 루나가 죽음의 소용돌이로 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사태가 비트코인 대량 매도로 이어질 수 있어 최근 비트코인의 지나치게 큰 하락 폭이 루나의 가격 폭락과도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암호화폐 루나를 발행하는 '루나파운데이션가드'는 그간 코인 시장 1위로 신뢰를 받는 비트코인을 대량 매입해 UST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지불준비금을 마련해왔다. 실제 권CEO는 4만개가 넘는 비트코인을 보유한 '비트코인 고래'로 알려졌다.
5월 11일 권CEO는 이번 사태 이후 트위터에 "지난 72시간이 여러분 모두에게 매우 힘들었다는 것을 이해한다. 우리는 이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만들 것이다"라고 밝혔다. 다만 암호화폐거래소 루노의 대표 비제이 아이야는 같은 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권CEO의 메시지가 투자자들에게 자신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앞으로도 뱅크런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번 UST 스테이블코인 폭락 사태로 미국 현지에서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재닛 옐런 장관은 5월 10일(현지시간) 금융안정성감독위원회 연례 보고서 청문회에서 "스테이블코인 UST가 하루 만에 0.67달러까지 하락했다"며 "이 상황은 스테이블 코인이 금융 안정성과 관련한 위험이 있고 적절한 규제 프레임워크가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병권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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