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폭락에..'Fed 경고' 스테이블코인發 금융충격 우려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11일(현지시간) 스테이블코인 테라USD(UST)와 가상화폐 루나의 폭락을 두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언급되는 것은 탈중앙화 실험이 난관에 부딪히며 가상화폐 자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 붕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은 금융 건전성 측면에서 취약성이 부각되면서 가상화폐 전체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기관투자가들의 관심 속에 가상화폐 시장 규모가 빠르게 확대된 상황에서 가상화폐 시장의 혼란이 자칫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혼란 만든 ‘김치 코인’은 어떻게 작동하나테라와 루나는 국산 가상화폐인 이른바 ‘김치 코인’으로 분류된다. 두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테라폼랩스의 본사는 싱가포르에 있지만 한국인 대표의 블록체인 기업이 발행한 코인이라는 점 때문이다. 테라는 시가총액 180억달러(약 23조1000억원)까지 치솟으며 한때 스테이블코인 3위에 이름을 올렸고, 루나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110달러대까지 치솟으며 가상화폐 시가총액 순위 10위권 내에 들었다.
테라는 테더나 USDC 등 다른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현금이나 국채 등 안전자산을 담보로 하는 것이 아니라 루나로 가치를 떠받치는 형태의 알고리즘을 적용하고 있다. 테라 가격이 떨어지면 투자자가 테라폼랩스에 테라를 예치하고 그 대신 1달러 가치의 루나를 받는 차익 거래로 테라의 유통량을 조절해 가격을 1달러에 맞추는 식이다.
문제는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과 증시 폭락이 가상화폐 시장에 영향을 줬고 테라가 먼저 떨어지기 시작하자 루나도 폭락, 이후 두 코인이 동시에 가격이 하락하는 ‘죽음의 소용돌이 현상’에 빠져든 것으로 외신들은 보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mgnr는 "알고리즘의 안전성은 일종의 신뢰 게임인데 그 신뢰가 무너지면 끝난 게임"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사태에 대해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하는 것이 시작됐다"며 "극단적으로 높은 레버리지와 물고 물리는 순환적 메커니즘 등 그림자 금융(건전성 규제를 받는 않는 금융기관)의 특징을 테라 생태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관 몰린 가상화폐 시장… 금융 전반 타격 확장하나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잇따라 파장이 확산되지 않도록 막기 위해 조치에 나섰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잇따라 루나를 투자 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업비트는 전날 "루나는 통화량 조절 알고리즘을 통해 UST를 1달러 가치에 연동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로, 연동 과정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유의종목 지정을 알렸다. 빗썸과 코빗도 같은 이유로 루나를 투자 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가상화폐 평가·공시 플랫폼인 쟁글도 테라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발생했다며 루나의 평가 등급을 ‘BB’로 하향 조정했다. 그럼에도 테라와 루나의 폭락은 다른 가상화폐들에 타격을 줬다.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3만달러선이 무너졌다. 디파이(탈중앙화) 프로젝트와 연관된 가상화폐 아발란체(30%↓), 솔라나(20%), 에이브(24%↓)도 일제히 폭락했다.
증권가는 테라와 루나의 이번 폭락이 스테이블코인을 넘어 가상화폐 시장의 단기적 위축을 불러올 것이라고 짚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테라USD의 폭락으로 예치금 담보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건전성 여부도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인플레 압력 등 긴장감이 높은 가운데 스테이블코인 규제로 가상화폐 시장은 유동성 축소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단기적인 위축 가능성을 제시했다.
가상화폐 시장이 휘청이면서 금융시장 전반으로 영향이 확산할지 시장은 지켜보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가상화폐 시장은 현재 1조5000억달러의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당시 비트코인 가격이 고점을 찍으며 3조달러까지 확대됐지만 미국의 긴축 통화정책, 높은 인플레이션 등 영향으로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대형 은행이나 헤지펀드 등 기관투자가들이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들면서 지난해 4분기 투자자의 절반 이상이 기관투자가로 채워졌다고 미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밝혔다.
Fed·옐런 경고… 조만간 규제 나올 듯이번 사태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이 지난달과 전날 스테이블코인의 위험성을 강조하면서 규제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도 최근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이 유동성 위험에 노출돼 있다"면서 운영상의 취약성, 투명성 부족 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도 미 상원 은행위원회의 팻 투미 의원(공화당)은 "이번 사태는 돈을 잃은 소비자들에게 큰 문제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파장이 확산될 것"이라며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셰러드 브라운 미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은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우리가 (가상화폐) 전체에 대해 비관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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