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독재자 가문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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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TV에서 충격적으로 본 해외 뉴스 중 하나가 필리핀 야당 인사 베니그노 아키노 암살 사건이었다.
미국에서 망명 생활을 하던 아키노는 1983년 8월 21일 귀국했는데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총에 맞아 숨졌다.
기내에서 활짝 웃던 아키노의 얼굴, 트랩을 내려갈 때 울린 총소리, 널브러진 시신은 중학생이던 기자의 뇌리에 강렬하게 남았다.
"김대중이 제2의 아키노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미국 유력 인사 27명이 비행기에 동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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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TV에서 충격적으로 본 해외 뉴스 중 하나가 필리핀 야당 인사 베니그노 아키노 암살 사건이었다. 미국에서 망명 생활을 하던 아키노는 1983년 8월 21일 귀국했는데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총에 맞아 숨졌다. 기내에서 활짝 웃던 아키노의 얼굴, 트랩을 내려갈 때 울린 총소리, 널브러진 시신은 중학생이던 기자의 뇌리에 강렬하게 남았다. 영화에서 볼 장면이 현실로 나타난 게 사춘기 학생에게 상당히 놀라웠던 듯하다.
아키노 암살 배후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이 거론됐다. 아키노 아내 코라손 아키노는 1986년 2월 야당 후보로 대선에 나갔다가 부정선거로 패배했다. 아키노 암살사건부터 흉흉했던 민심은 폭발했고 피플 파워 혁명으로 발전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하와이로 망명했다. 필리핀의 민주화운동 여정을 뒤따라간 게 한국이다. 1985년 2월 8일 미국에 2년여간 머물던 반정부 세력의 핵심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국에 돌아왔다. “김대중이 제2의 아키노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미국 유력 인사 27명이 비행기에 동승했다. 그의 귀국 직후 열린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했다. 그리고 피플 혁명 1년 후 6·10 민주항쟁이 일어났다.
민주화운동의 선배 격인 필리핀에 독재자 가문이 복귀했다. 약 20년간 고문과 숙청을 일삼던 마르코스 대통령이 쫓겨난 지 36년 만에 아들 마르코스 주니어가 압도적 표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구두 3000켤레’로 대표되는 허영과 부패의 대명사 이멜다 여사가 구순의 몸을 이끌며 아들의 성공에 흡족해하는 모습은 블랙코미디를 연상케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미 국민의 심판을 받았고 필리핀처럼 가문 위주의 권력 쟁탈 문화가 없던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피플 혁명 이후 집권한 아키노 대통령은 경제난을 해결하지 못하고 정치력 부재로 국론이 분열됐다. 이런 불만이 쌓이면서 결국 역사의 퇴행이 벌어졌다. 역시 국가 경영에선 경제와 국민통합이 최우선 순위임을 각인시켜줬다. 새 정부가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고세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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