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5년이 짧다는 생각 들더라"

하윤해 2022. 5. 12.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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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가장 강력한 무기를 잃고 대통령에 취임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지지 기반은 '열기'였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외롭게 문재인정부와 싸우면서 정권교체 열기를 독차지했다.

윤 대통령에게 대선 승리를 안겼던 정권교체 열기가, 지금은 그의 목덜미를 노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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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해 정치부장


윤석열 대통령은 가장 강력한 무기를 잃고 대통령에 취임했다. ‘정권교체’ 열기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호남이라는 변치 않는 지역적 기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지지 기반은 ‘열기’였다. 차갑게 식을 위험이 큰 불안한 지지다.

특히 상황이 달라졌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외롭게 문재인정부와 싸우면서 정권교체 열기를 독차지했다. 이제 윤 대통령은 권력의 정점에 섰다. 윤 대통령에게 대선 승리를 안겼던 정권교체 열기가, 지금은 그의 목덜미를 노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국 중도층은 변덕스럽고 믿을 수 없는 유권자다. 무한 애정을 쏟다가도 매섭게 등을 돌린다. 하지만 한쪽에 치우치지 않아 한국 정치의 균형점을 맞춘다. 한때 80% 국정지지율을 기록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도 중도층의 마음을 잃으면서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중도층은 지난 대선에서 문 전 대통령보다 윤 대통령이 덜 미워서 한 표를 던졌다. 이들은 임기 내내 윤 대통령을 예리한 눈으로 지켜볼 것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에서 초강수를 던졌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이 바로 그것이다. 한 보수 원로 인사는 사석에서 “한동훈 지명은 빨라도 너무 빨랐다”며 “윤 대통령이 한동훈을 진정으로 아낀다면 천천히 써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두 사람 모두에게 이번 인사는 독이 될 것”이라며 “문제는 ‘한동훈 카드’로 촉발된 정국 대치를 풀 해법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국 수사’는 한국을 반으로 갈라놨던 사건이다. 그 수사를 이끈 인사가 한 후보자다. 한 후보자의 재등장은 아물어가던 상처 부위가 다시 벌어지는 것과 같은 충격파를 던졌다. 아무리 자기편에 영웅이라도, 상대편을 자극할 수 있는 인사를 기용하는 것은 정치 도의상 맞지 않는다. 조국 수사에 박수를 보냈던 사람 중에서도 한 후보자 기용에 대해선 우려를 표하는 이들이 많은 건 이 때문이다.

진보 진영 입장에서 한 후보자 지명은 윤 대통령이 보낸 결투 신청과 다름없다. 빼꼼히 열렸던 협치의 문은 꽝하고 닫혔다. 그리고 국회의 모든 것이 올스톱 됐다. ‘한동훈 정국’은 여야 모두에 포기할 수 없는 전투다. 답 없는 장기전에 국민 피로감만 높아질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용산 대통령실로 이전하면서 ‘권력의 상징’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선언했다. 용산 이전은 국민과 더 가까이 소통하겠다는 의지라고 윤 대통령 측은 강조했다. 그러나 대통령실 요직을 검찰 출신 인사들이 차지하면서 그림이 틀어졌다고 우려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적지 않다.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친윤’ 의원들과 검찰 출신 인사들의 화학적 결합 가능성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붙는다.

권력은 싸움을 통해 쟁취하고, 대화를 통해 키워가는 것이다. 측근 몇 명이 지켜 내겠다고 똘똘 뭉칠수록, 물 새듯 빠져가는 것이 권력이다. 나눠야 커지고, 물러서야 커지는 것이 권력이다. 권력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은 0.73% 대선 표차를 절대 잊으면 안 되고, 이재명 전 경기지사는 0.73% 표차를 빨리 잊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두환 정권의 총칼도 이겨내고, 지지율 고공 행진을 벌였던 문 전 대통령에게 씁쓸한 퇴장을 안긴 것도 민심이다.

‘적폐 수사’로 법정을 들락날락했던 한 ‘친박계’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5년 동안 시계가 멈춰있는 것 같은 괴로움 속에 살았다”면서 “그런데 문재인정부도 끝나는 것을 보니 5년이 짧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윤석열정부 인사들이 명심해야 할 말이다.

하윤해 정치부장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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