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 '다시 대한민국', 국민에게 희망 비전 되려면

2022. 5. 12.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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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성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다시 대한민국’. 친숙한 슬로건이다. 그래서 더 절박하다. 윤석열정부는 ‘다시 대한민국’을 내걸고 출범했다. 무엇을 다시 만들려는 것인지 어떻게 만들 것인지 새 정부가 품고 있는 다시 대한민국이 궁금하다. 차제에 오늘의 한국 사회를 성찰적으로 진단해 본다.

대한민국은 기적을 이룬 나라다. 경제 성장과 사회 발전의 그 어떤 잣대로 보더라도 세계 그 어떤 국가와 비교해도 기적이라는 용어가 그리 불편하지 않다. 한국은 인구 5000만명으로 중후장대한 산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나라다. 전자, 반도체, 자동차, 건설, 조선, 철강, 석유화학의 모든 것을 동시에 그것도 최고의 수준으로 수행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인구, 영토, 천연자원과 같이 국가를 구성하는 하드파워가 취약한 나라에서 이런 성과를 보이는 것은 경이로운 일임이 분명하다.

대한민국은 매력 국가로 빠르게 부상하는 나라다. 한류가 이 시대 글로벌 대중문화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류의 장르가 다양해지며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결과로 작년에는 세계적 대중 잡지인 모노클에서 세계 2위의 소프트파워 강국으로 선정됐다. 프랑스 문명비평가인 기 소르망은 “상품과 문화를 동시에 수출해 본 나라는 세계에서 몇 안 된다.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과 한국뿐이다”라고 설파한 바 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지난해 7월 한국을 개발도상국 그룹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분류했다. 선진국 그룹으로의 진출은 기구 설립 57년 만에 한국이 처음이다.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대한민국은 기적이 선물한 기쁨이나 매력 국가가 당연히 누려야 할 자부심을 잃은 나라가 됐다. 그 중심에 갈등이 있다. 한국 사회는 갈등을 토해내고 있다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국민 10명 가운데 8∼9명이 우리 사회의 갈등을 심각하다고 인식한다. 갈등 비용은 천문학적 규모로 추산된다. 갈등이 일상화되고 구조화되는 상황이다. 주요 정치적 쟁점을 사법기관에 맡기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과 사법을 정치가 통제하려는 사법의 정치화 현상이 온 나라를 흔들어 놓고 있다.

한국은 이중성의 딜레마 상황에 처해 있다. 구래의 권위주의를 타파하는 데는 일정 부분 성공했지만 새로운 권위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민주는 상대적으로 넘치지만 공화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갈등과 분쟁은 과도하지만 이를 조정하고 관리하는 역량은 취약하다. 신념은 강하지만 정작 이에 따른 책임은 미약하다. 승자가 보여줘야 할 양보와 패자가 갖춰야 할 승복은 보이지 않고 독식과 불복만이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꼬일 대로 꼬인 정치를 어떻게 풀어갈 것이며, 반으로 나뉜 국민의 마음을 어떻게 온전히 얻을 것인가. 현실 정치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러한 상식을 어떻게 구현하느냐에 사회 통합이 달려 있다. 정치는 소통이고 타협이고 절충이다. 정치는 반대 진영이 있기 마련이고 역설적으로 반대 진영을 만들어내는 것이 정치다. 상대편과의 타협 없는, 그리고 절충 없는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 우리 사회는 민주화를 달성했지만 운영의 질서는 여전히 그 이전 단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타협과 절충을 규범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다른 의견, 다른 세력, 다른 진영과 대화하고 설득하고 절충하는 일에 취약하다. 내가 누릴 수 있는 자유는 다른 사람의 자유와 양립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 점에서 타협과 절충은 불가피하다. 우리가 목도하고 경험했듯이 선과 악의 이분법 정치는 실패의 지름길이다.

아울러 선거 과정에서 나온 현실성을 결여한 여러 포퓰리즘적 공약은 진정성 있는 대국민 사과를 통해 털고 가는 것이 좋다. 솔직함을 이기는 방책은 없다. 정직이 최상의 정책(Honesty is the best policy)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래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줄어들고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새로운 시대를 맞아 큰 정치(grand politics)를 꿈꿔본다. 큰 정치란 소통과 타협과 절충의 공간을 통합의 핵심이자 본질로 끌어안는 정치를 말한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다시 대한민국이 펼칠 청사진에 큰 정치가 튼실하게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박길성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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