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연기' 속 쓰려도 안경 에이스는 씽씽

김하진 기자 2022. 5. 11.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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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와일드카드 후보였던 롯데 박세웅
10일 NC전 공 9개로 3K ‘진기록’
8이닝 무실점 역투로 건재함 과시
“흔들리지 않고 가을 향해 던진다”

지난 6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연기 사실이 공식적으로 알려졌다. 태극마크를 목표로 하고 달려왔던 선수들에게는 동기 부여가 사라진 순간이었다.

프로야구 롯데 우완 투수 박세웅(27·사진)도 그중 하나였을 것이다.

박세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아시안게임 출전을 향한 목표를 마음속에 품었다. 지난해 출전한 2020 도쿄 올림픽에서의 경험이 컸다. 대표팀 선배와 동료들을 보면서 “혼자서 기를 쓰고 한다고 해서 잘 풀리는 게 아니구나”라는 것을 느꼈고 여유를 찾았다.

덕분에 올림픽 휴식기 이후 맞이한 후반기에는 12경기에서 6승(3패) 평균자책 3.70을 기록하며 시즌 10승(9패)을 달성했다. 2017년 이후 두 번째로 두 자릿수 승수를 쌓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올해에도 태극마크를 향한 꿈을 키우며 몸을 만들었다.

1995년생인 박세웅은 KBO 자체에서 정한 아시안게임 출전 가능한 연령인 ‘만 24세, 3년차 이하’에서 조금 벗어난다. 박세웅이 출전하려면 24세를 넘어서는 3장의 와일드카드 한 자리를 꿰차는 수밖에 없다.

박세웅은 야구팬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올해 리그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으로 발돋움했다. 아시안게임 연기 소식이 발표 나기 전까지 6경기에서 4승 무패 평균자책 1.47을 기록해오며 가능성을 높여갔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개최 일정은 무기한 연기됐다. 목표 상실감에 흔들릴 수도 있었지만 박세웅은 흔들리지 않았다. “하던 대로 하겠다”며 마음을 다잡은 박세웅은 지난 10일 사직 NC전에서는 특별한 기록도 세웠다. 5회초에 공 9개만으로 이명기-노진혁-오영수로 이어지는 세 명의 타자를 연속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세 타자 연속 삼구 삼진은 프로야구 통산 8호이자 롯데 소속으로는 최초의 기록이었다.

박세웅은 8이닝 3안타 10삼진 무실점 역투를 일궈냈고 팀은 7-0 승리를 거두며 최근 4연패 사슬까지 끊었다. 리그 다승 공동 1위(5승), 평균자책 2위(1.21) 삼진 공동 3위(47개) 등으로 전 부문 선두권에 이름을 올렸다.

박세웅은 “5회 8번째 공을 던지고 9번째 공을 던질 때에는 의식을 했었다”며 “자체 청백전에서는 해봤지만 그 이후로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스스로 다짐한 대로 투구를 했기에 나온 결과다. 박세웅은 “연패를 끊고 싶다는 욕심보다는 늘 준비했던 대로 던졌다”며 “1회에는 좋은 수비, 2회 득점이 이뤄지면서 흐름이 나에게 넘어왔던 것이 컸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아쉽게도 1순위 목표는 기약 없이 미뤄졌지만 박세웅이 이루고 싶은 또 다른 큰 목표인 가을야구는 아직 남아 있다. 롯데는 박세웅이 데뷔 첫 두 자릿수 승수를 올렸던 2017년 이후 가을 잔치에 초대받지 못하고 있다.

롯데는 이날 승리로 2위 LG에 1경기 차이인 4위를 유지하면서 상위권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안경 에이스’의 호투가 이어진다면 팀도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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