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넘보는 온라인 플랫폼..온라인서 파는 옷 이젠 입어보고 사세요

윤은별 2022. 5. 11.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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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하나, 클릭 한 번이면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시대다. 오래전부터 일상이 돼온 소비의 ‘디지털 전환’은 팬데믹을 만나 특히 가속화됐다. 반면 오프라인, 즉 대면 소비 시장은 얼어붙은 것처럼 보였다. 주요 상권의 유동인구는 줄었고, 많은 매장이 문을 닫았다. 이렇게 모든 소비가 ‘디지털화’돼가는 최근,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 오히려 오프라인에 ‘역진출’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SSG닷컴이 지난해 인수한 여성 패션 플랫폼 W컨셉이 올 3월 첫 오프라인 매장의 문을 열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잇는 ‘신세계 유니버스’를 구축한다는 취지다. (W컨셉 제공)
▶유통가 ‘디지털 역전환’

▷W컨셉·무신사·오아시스마켓

여성 패션 플랫폼 W컨셉. 론칭 후 10년 이상 온라인으로만 운영해온 플랫폼이지만, 올해 3월 처음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W컨셉은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에 첫 정식 매장을 내고, 온라인에 입점해 있는 7000여개의 브랜드 중 20개만 엄선해 선보인다.

W컨셉의 ‘역진출’ 결정에는 전통 유통 강자인 신세계의 경험이 바탕이 됐다. W컨셉은 지난해 5월 신세계그룹의 SSG닷컴에 인수됐다. 이번 오프라인 출점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아우르는 ‘신세계 유니버스’를 구축하는 취지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W컨셉은 첫 매장을 낸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벌써 추가 출점을 검토하고 있을 정도로 오프라인에 ‘진심’이다.

온라인 플랫폼의 ‘오프라인 역진출’. W컨셉이 처음은 아니다.

W컨셉과 시장 선두를 다투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2019년 오프라인 매장을 처음 냈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 위치한 ‘무신사 테라스’ 매장이다. 무신사 테라스는 무신사에 입점해 있는 브랜드 제품을 판매한다. 무신사는 이때 온라인 중심의 브랜드가 오프라인에 진출했을 때, 브랜드 경험을 확장해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

지난해에는 자체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 제품을 판매하는 오프라인 매장을 차렸다. 매장 크기부터 심상찮다.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250평(850㎡) 수준이다. 콘셉트에도 공을 들였다. ‘유행을 타지 않는다’는 무신사 스탠다드의 브랜드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각 층을 과거, 현재, 미래의 이미지로 꾸몄다.

화면으로만 보던 제품을 직접 만나볼 수 있게 되자, 소비자 반응은 뜨거웠다.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은 오픈 후 4일간 1억7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까지 누적 방문객 수는 55만명이다. 여기에 힘입어 무신사는 올해 강남 인근에 2호점 문을 열 계획이다.

신선식품 새벽배송으로 이름을 알린 오아시스마켓도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오아시스마켓의 시작은 2011년 오프라인 매장이었다, 2019년까지만 해도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이 온라인보다 컸다. 그런데 팬데믹 이후 식품 새벽배송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2020년 3분기부터 온라인 매출이 오프라인을 따라잡기 시작했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는 오프라인 매출이 388억원인 데 반해, 온라인 매출이 580억원에 달했다.

그럼에도 오아시스마켓은 오프라인 확장에 좀 더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10곳 이상 매장 수를 늘렸고 올해는 이미 문을 연 8곳의 매장을 비롯해 총 10곳 이상 출점할 계획이다. 올 5월 기준 59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명품 전문 플랫폼 발란도 올해 여의도에 오프라인 매장 출점을 계획 중이다. 발란은 앱을 통해 오프라인 매장 재고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등 온라인 플랫폼과 오프라인 매장을 유기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는 2020년 서울 성수동에 체험형 매장 ‘공간 와디즈’를 열었다. 이곳에서는 펀딩이 진행 중인 제품의 시제품, 펀딩이 완료된 제품 등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선 펀딩, 후 제작’ 플랫폼 특성상 제품의 실제 모습을 궁금해하는 소비자가 많아, 이들을 위한 매장을 마련한 것이다.

신선식품 유통 플랫폼 오아시스마켓은 온라인 매출이 오프라인의 약 1.5배에 달한다. 그럼에도 올해 10개의 매장을 새로 출점하는 등 오프라인 전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사진은 오아시스마켓 서초점. (매경DB)
▶기존 고객, 새 고객 둘 다 잡고

▷퀵커머스 ‘물류 거점’ 삼기도

오프라인 유통 채널은 고정비가 높고 기존 강자에 밀려 실패할 여지도 큰 영역이다. 그런데도 왜 온라인에서 이미 잘하고 있는 플랫폼들이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적극 넓히려는 것일까.

우선 기존 고객의 ‘직접 경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함이다. 온라인에서만 판매되는 패션 브랜드의 경우, 직접 입어보고 싶어 하는 소비자 수요가 항상 있기 때문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온라인 기반의 브랜드에는 직접 입어보고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 문의가 많다”며 “브랜드 경험 확대에 중점을 둔 오프라인 매장을 기획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명품처럼 구매 전 직접 확인하고자 하는 수요가 큰 제품군일수록 매장의 필요성이 크다. 발란 관계자는 “명품이라는 상품 특성상 온라인이 100% 대체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발란의 주 고객층은 3040세대로 다른 명품 플랫폼에 비해 연령층이 높은 편이다. 그래서 이들 수요가 많을 거라고 판단되는 여의도에 매장을 열려고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새로운 소비자를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다. 특정 연령대로 굳어진 고객층의 저변을 넓히려는 의도다. W컨셉은 올해 정식 매장 출점에 앞서, 지난해 10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2주간 팝업 스토어를 운영했다. 이때 W컨셉은 기존 온라인 판매에 비해 백화점 팝업 스토어에서 40대 이상 소비자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을 확인했다. 이는 정식 출점 결정으로 이어졌다.

W컨셉 관계자는 “주로 백화점에서 옷을 구입하던 40대 이상 소비자들이 매장에서 디자이너 브랜드를 처음 직접 경험해보고, 소재나 디자인이 훌륭한데도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을 인식하며 호응이 좋았다”면서 “특히 3040은 모바일로 쇼핑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세대기 때문에, 매장에서의 긍정적인 경험을 통해 쉽게 온라인 플랫폼으로도 넘어온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퀵커머스’ 서비스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매장이 활용되기도 한다. 오아시스마켓은 온라인 판매를 위한 ‘물류 거점’으로 매장을 이용한다. 서울 내 일부 지역에서 서비스 중인 당일 배송 서비스 ‘주간배송’의 물류 창고로 서비스 지역 내 매장이 사용되고 있다. 연내 물류 브랜드 부릉 운영사 메쉬코리아와 손을 잡고 선보일 예정인 퀵커머스 기업 ‘브이’가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물류 거점으로서 매장의 활용도가 더욱 커질 거라는 것이 오아시스마켓 측 설명이다.

또한 오아시스마켓은 매장에서 덜 팔리거나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온라인에서 할인 판매하기도 한다. 이런 방법을 통해 오아시스마켓은 재고 폐기율을 0%대로 유지하고 있다.

비대면 소비가 트렌드를 넘어선 뉴 노멀로 자리 잡았음에도, 매장에 대한 소비자 수요와 활용도는 여전히 높은 셈이다. 엔데믹 전환으로 대면 활동이 다시 많아지면서, 유통업계는 이런 ‘옴니 전략’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많이 모호해졌다. 온라인 회사라고 온라인만 해서 잘나갈 수 없고, 오프라인 회사라고 오프라인만 잘해서 잘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온·오프라인 채널을 동시에 충분히 활용해 시너지를 내는 전략이 필요한 것 같다.” 유통업계 관계자의 분석이다.

[윤은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58호 (2022.05.11~2022.05.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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