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에 등장한 2000원대 편의점 도시락..그 맛은
쌀은 국내산 새청무 쌀을 썼다. 새청무 쌀은 국립종자원이 청무 품종을 7년 동안 개발해 미질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맨밥인 부분이 절반이라 이번엔 비빔밥을 비비듯 전부 비벼 한 숟가락 더 입에 넣었다. 양념이 잘 밴 부분을 골라 먹을 땐 몰랐는데 다소 싱거웠다. 이번 숟갈엔 소시지가 없어서인지 '고기 맛'이 빠지자 볶음김치에 밥만 먹는 듯한 심심한 기분이 들었다. 전투식량 느낌이 났다.
밥상 물가가 역대 최고치를 찍은 가운데 11일 백종원 초가성비 도시락 2종을 구해 먹어봤다. 2종은 각각 '소시지 김치 덮밥'과 '청양 어묵 덮밥'으로, 개당 2900원의 '초가성비'를 자랑한다.
현장 반응은 제각각이다. 편의점 도시락은 유통기한이 짧은 만큼 점주들이 당일 도시락 품목과 수량을 정해 매일 새로 들여오는데 "학생들이 많이 찾는다", "라면과 함께 먹기에 가격 부담이 적어 종종 찾는 손님이 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처음엔 궁금해서 찾더니 최근엔 찾는 사람이 없어 주문을 넣지 않는다", "도시락 가격이 저렴해 음료수 추가 증정 등의 이벤트 대상이 아니라서 구매하는 사람이 적다" 등의 설명도 있었다.
시식에 참여한 기자 2명 모두 동네 CU 편의점 대여섯 군데를 돌았지만 매장에서 바로 도시락을 구하지 못해 결국 따로 주문을 넣어야 했다.
도시락 2종을 보고 든 첫 생각은 가격에 비해 제품 포장과 마감 상태가 굉장히 꼼꼼하다는 점이었다. 내용물은 전자레인지에 돌려도 무방한 플라스틱 용기를 썼고, 제법 큼직해 성인도 사용하기 좋은 포크록(포크와 숟가락이 합쳐진 것)이 동봉돼 있었다.
도시락의 영양정보는 소시지 김치 덮밥(282g, 445kcal), 청양 어묵 덮밥(290g, 498kcal)으로, 나트륨 함량이 각각 43%, 45%로 다소 높았다. 종가집김치를 사용했고, 고춧가루와 양파 등 재료 대부분이 국산이었지만, 어묵은 외국산이었다.
어묶볶음 양념이 많진 않지만 전자레인지에 돌리니 어묵에서 나온 양념이 약간 스며들어 밥에서도 단맛이 났다. 시중에 파는 백반에서 나오는 어묵볶음처럼 맛도 있고 무엇보다 어묵 양이 넉넉했다. 청양고추가 들어 있긴 하지만 크게 맵지 않았고 어묵 자체 식감도 쫄깃했다.
도시락 2종 모두 구성은 간단하지만, 백종원 요리연구가의 특제 레시피를 사용해 대중적인 맛을 냈다. 경쟁력 있는 가격대를 설정하기 위해 간편식에 사용되는 원재료를 대량 매입하는 방식으로 단가를 낮추고 조리법을 단순화해 조리 공정을 최소화했다는 게 CU 측의 설명이다.
다만 덮밥식으로 밥 위에 올린 재료들이 '반찬' 느낌이 강해 적은 종류의 반찬으로 밥을 먹는단 기분이 들었다. 가격이 저렴한 만큼 라면과 같이 먹기엔 좋았다.
지난해 일본 편의점 로손은 쌀밥 위에 검은깨를 뿌리고, 케첩을 더한 비엔나소시지 5개를 담은 200엔(약 1900원)짜리 도시락을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다. 구성은 단순하지만 풍미가 깊고 훈제향이 강한 소시지를 써 입소문을 타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이를 벤치마킹해 지난해 국내 세븐일레븐이 '이딸라 도시락'을 선보였을 정도다. GS25도 같은 해 미니도시락 소시지편 등을 내놨다.
후발주자이지만 CU의 2900원 도시락 역시 반응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출시 한 달이 된 이 도시락은 전월 대비 이달 매출이 16.7% 신장했다.
[배윤경 매경닷컴 기자 /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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