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굽이 절경 품은 낙동강 물결 따라 낭만·힐링이 흐른다

남호철 2022. 5. 11.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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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백의 도시' 경북 상주
해질 무렵 경북 상주 중동면 비봉산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낙동강 일대 풍경. 왼쪽 상주보에서 가운데 경천섬을 지나 오른쪽 낙강교 너머 경천교까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섬 가운데 나비 모양 산책길과 가로등 조명이 그림 같다.


경북 상주는 ‘삼백(三白)의 도시’를 내세운다. 과거 쌀·누에고치·목화가 삼백으로 꼽혔지만 1970년대부터 목화 재배농가가 자취를 감추면서 곶감이 대신하고 있다. 낙동강을 끼고 형성된 드넓은 충적평야와 야트막한 구릉은 트레킹이나 자전거 타기에 더없이 좋다.

4대강 사업으로 상주의 낙동강 주변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상주보와 낙단보가 생겼으며 수심이 깊어졌다. 강 주변에 낙동강생물자원관과 학전망대·자전거박물관 등이 들어섰다. 경천섬과 경천대·박물관·국제승마장 등이 거대한 관광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대부분 사벌국면에 속한다.

낙동강은 상주의 옛 지명인 상락(上洛)의 동쪽을 흐르는 강이라는 뜻이다. 강원도 태백 황지에서 발원한 낙동강은 사벌국면에서 상주 땅으로 처음 접어든다. 사벌국면은 과거 사벌면에 ‘나라 국’(國) 자를 더했다. 삼한시대에 상주 지역에 있던 부족 국가인 사벌국의 역사를 더 분명히 하기 위해서다. 당시 중심 세력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고분군이 병풍산 기슭에 있고 신라 54대 경명왕의 다섯 번째 왕자로 사벌국을 다스린 어창의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 ‘전(傳)사벌왕릉’도 화달리에 있다.

요즘 상주의 핫플레이스는 경천섬이다. 상주보 상류에 위치한 약 20만㎡의 작은 하중도(河中島)로, 자연스러운 물의 흐름으로 생겨난 섬이다. 과거 철새들이 머물며 번식했다고 해서 오리섬으로 불렸다. 나비 모양의 범월교(泛月橋)와 현수교인 낙강교 등 2개의 보도교로 강 양편과 연결돼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길이 약 1㎞, 폭 350m가량의 섬은 가장자리 산책로를 따라 섬 둘레를 한 바퀴 도는 데 2㎞ 정도의 거리가 나온다. 평평한 땅이 아기자기한 공원으로 꾸며져 있다. 분홍빛 꽃잔디가 색감을 더하고 하얀 이팝나무꽃이 풍성함을 펼쳐놓는다. 소나무 그늘 아래 벤치나 잔디밭에 앉아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기에 그만이다.

다양한 테마 조형물도 설치돼 있다. 지난해 길이 19.5m, 높이 16.2m 규모의 초대형 엄마오리와 알에서 부화한 새끼오리 4마리로 이뤄진 ‘낙동강 오리알’ 테마 전시에 이어 최근 ‘금개구리의 전설’을 주제로 5m 높이 대형 금개구리를 비롯해 학·뱀·수달 조형물을 다음 달 12일까지 전시한다.

범월은 ‘달빛 아래 뱃놀이를 즐긴다’는 뜻이다. 바로 앞에 도남서원이 있다. 조선 선조 39년(1606) 지방 유림이 힘을 모아 정몽주 김굉필 정여창 이언적 이황 등 영남을 대표하는 유학자의 학덕을 추모하기 위해 세웠다. 서원 앞 강변에 ‘낙강범월시’(洛江泛月時) 유래비가 세워져 있다.

반대쪽 현수교인 낙강교를 건너면 회상나루관광지다. 낙동강 문학관과 객주촌, 주막촌 등 한옥으로 지은 수려한 건물들이 탐방객을 맞이하고 높은 산중턱에 높이 11.9m 지상 2층 규모의 ‘학(鶴)전망대’가 날아갈 듯 낙동강을 내려다본다.

회상나루에서 낙동강 하류 쪽으로 길이 975m로 국내 최장 수상 산책로가 이어진다. 강물 바로 위를 걸으며 시원하게 강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중간쯤 절벽 위 비봉산 중턱에는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이곳에 서면 경천섬 일대를 새의 눈으로 내려다볼 수 있다. 왼쪽 상주보부터 오른쪽 경천대까지 4~5㎞에 이르는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곳은 해 질 무렵 노을·야경 사진 명소다. 어둠이 내려앉으면 범월교와 낙강교를 이어 펼쳐지는 빛의 향연인 야간 조명경관(미디어 파사드)이 화려하게 수놓는다.

이곳에서 상류로 약 2.5㎞ 떨어진 곳에 위치한 ‘낙동강 제1경’ 경천대(擎天臺)는 낙동강 물굽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절벽 위 작은 바위 언덕이다. ‘하늘이 만든 절경’이라 해서 자천대(自天臺)로도 불린다. 조망대는 크지 않지만 바로 앞에 넓게 펼쳐진 강 풍경을 담을 수 있다. 바로 옆엔 조선 인조·효종 때의 학자 우담 채득기(1605~1646)가 처음 세운 자그마한 무우정(舞雩亭)이 자리 잡고 있다.

경천대 전망대 너머 일출에 붉게 물든 회상리 들판.


커다랗게 휘감아 도는 강물 건너편은 회상리 들판이다. ‘버리바우들’로 불린다. 상주지역에선 ‘보리’를 ‘버리’라고도 한단다. ‘보리밭들’이라 표기돼 있다. 모내기를 앞두고 물을 댄 논이 아침 햇빛을 받아 붉게 물든 풍경이 황홀하다.

상주는 ‘자전거 도시’로도 유명하다. 경천섬 인근에 전국 유일의 자전거 박물관이 있다. 다양한 역사와 희귀한 자전거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 상주가 자전거 도시로 알려진 유래도 들려준다. 일제강점기인 1925년 상주역 개통 기념으로 ‘제1회 조선 8도 자전거 대회’가 상주에서 개최됐다. 일본인과 조선인의 자존심 승부에서 상주 출신 박상현이 우승을 거머쥐며 자긍심을 고취했다고 한다.

여행메모
낙강교 경관조명 오후 7시 30분부터
회상나루터~경천교 일방통행 신호등

경천섬이나 경천대는 중부내륙고속도로 상주나들목에서 10분가량 걸린다. 경북선 상주역에서 택시로 15분 거리다. 상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시내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경천섬은 물론 경천대와 수상레저타운·낙동강생물자원관 등은 낙동강 자전거도로에 접해 있다. 범월교 앞 주차장에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낙강교 경관조명(미디어파사드)은 길이 345m, 주탑 높이 37m로 상류부 한 면에 설치돼 매일 오후 7시 30분부터 10시 10분까지 운영된다. 상주와 경천섬을 주제로 한 ‘아이 러브 상주’(I Love Sangju) ‘빛+무리’ ‘블룸’(Bloom·개화) 등이 상영된다.

학전망대 바로 아래 정자까지 일방통행로를 따라 차를 타고 오를 수 있다. 다만 길이 좁고 비탈져 주의가 요구된다. 회상나루터 상주주막은 드라마 ‘상도’의 촬영지를 리모델링한 곳이다. 밥에 김치, 채소를 넣어 푹 끓인 경북 향토 음식인 갱시기를 맛볼 수 있다.

경천교 자전거 조형물 옆을 달리는 자전거 여행객.


회상나루터에서 경천교로 이어지는 길에는 일방통행 신호등이 있다. 양쪽 신호등 간의 거리는 760m, 빨간 신호등은 344초, 파란 등은 24초간 켜진다.

상주보 수상레저센터에서 고무보트, 카누, 카약, 패들보드, 수상자전거 등의 무동력 장비를 비롯해 유람용 동력 장비인 폰툰보트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상주=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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