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중국의 일부” 문구 사라지자…中 “제 불에 타죽을 것” 반발
VOA “美, ‘대만은 중국의 일부’ 승인 안해”
미 국무부 대변인 “정기 업데이트 불과”
전문가 “관건은 블링컨 對中 정책 연설”
미국 국무부가 대만 관련 양자 관계를 서술한 홈페이지 문구를 대폭 수정하면서 미·중 간에 ‘하나의 중국’을 둘러싼 공방전이 가열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동북아시아 동맹 규합을 위한 한·일 순방을 앞둔 시점에서 대만 이슈가 불거졌다는 점에서 향후 파장이 커질 수 있다.
미 국무부는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대만 양자 관계를 담은 팩트 시트(개황 보고서)를 2018년 8월 이후 4년여 만에 수정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중화인민공화국(PRC)의 연합성명(코뮈니케)에서 미국은 PRC 정부를 중국의 유일한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하고, 하나의 중국과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중국의 입장을 인정했다”는 문장이 삭제됐다. 대신 “선도적 민주주의이자 기술 강국인 대만은 인도·태평양의 핵심 미국 파트너”이자 “미국은 대만과 비슷한 가치, 깊은 상업과 경제적 연결, 강력한 인적 유대를 공유하며, 이는 우정의 토대를 형성하고 대만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확대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는 문구가 새로 추가됐다.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문장도 빠졌다. 전체적으로 4925자였던 팩트 시트 분량은 6417자로 늘어났다.
미국은 이번 수정으로 기존의 모호함을 제거했다는 입장이다. 리처드 부시 전 미국 재대만협회(AIT) 대표는 10일 미국의 소리(VOA)에 “1950년 6월 이래 어떤 미국 정부도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고 말하지 않았으며,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 모두 해당한다”며 “미·중 연합성명에 적힌 용어는 ‘인식한다(acknowledge)’이지 ‘승인(recognize)’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연합성명의 중국어 번역본에 사용한 ‘승인’은 미국의 입장과 다르며, 워싱턴은 영문판을 더욱 권위 있는 판으로 여긴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줄곧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고 인식할 뿐 승인한 적은 없었다는 주장이다.
중국은 험악한 외교 용어를 동원해 강력히 반발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대만은 중국 영토이자 불가분의 일부분”이라며 “역사는 고칠 수 없고, 사실은 부인할 수 없으며, 시비는 왜곡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미·중 3개 연합성명에서 대만 문제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정중하게 승낙했다(made solemn commitments)”며 새로운 용어를 사용해 반박했다. 이어 “미국이 팩트 시트를 수정한 것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흐릿하고 모호하고 게 만들려는 꼼수”로 “현상을 바꾸려 시도하다가는 끝내 자기가 지른 불에 타 죽을 것(引火燒身)”이라고 경고했다.
주펑롄(朱鳳蓮) 중국 대만판공실 대변인 역시 11일 기자회견에서 “대만 일부 인사들은 미 국무부가 대만 관련 내용을 수정했다고 떠벌리며 미국에 의지해 독립을 도모하려고 한다”며 “대만이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바꿀 수 없다”고 반박했다.
중국은 군사 행동도 취했다. 10일 밤 대만 서남부 영공에서 중국 해군 함정에서 이륙한 우즈(武直)-10 헬기와 카(卡)-28 대잠헬기 두 대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진입했다. 중국 환구시보는 11일 “미국이 대만과 양자 관계를 다룬 팩트 시트를 수정한 데 대한 도발의 의미가 있다”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일단 바뀐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10일(현지시간)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기자 브리핑에서 “우리 정책에 변화는 없다”며 “대만에서 우리(미국) 정책은 대만 관계법, 세 개의 미·중 연합성명, 여섯 개 보장을 여전히 따른다”고 강조했다. 이번 수정은 정기적 업데이트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어우장안(歐江安) 대만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미국의 대만 정책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홍콩 명보가 11일 보도했다.
문제는 향후 미국의 태도다. 미국 재대만협회(AIT) 대표를 역임한 더글러스 팔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연구원은 VOA에 “인터넷의 간략한 서술이 아니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곧 발표할 대중국 정책 연설과 같이 공식적인 정책 성명에서 새로운 입장을 따르는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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