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에 주한미군 철수 수차례 협박..트럼프 무모했다" 에스퍼 폭로

정은혜 2022. 5. 1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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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은 2020년 6월 백악관에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주지사들과의 회의장에서 핸드폰을 보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방부 장관을 지낸 마크 에스퍼 전 장관이 10일(현지시간) 출간한 회고록 『성스러운 맹세(A Sacred Oath)』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반도 정책 등을 비판한 게 파문을 낳고 있다. 회고록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말까지 한국을 향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며 여러 차례 협박했고, 에스퍼 전 장관은 이 같은 기조가 북한을 향해 전쟁에 대한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했다고 회고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외교·안보 전문기자 조시 로긴의 칼럼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한반도 정책은 생각보다 더 무모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을 주기적으로 비웃었고,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수차례 위협했으며 그런 생각을 임기 말까지 간직했다"는 에스퍼 전 장관의 회고록 내용을 보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두 번째 임기를 맞았더라면 그는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고 무분별하고 무모한 본능을 제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2019년 7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국방장관을 지낸 에스퍼 전 장관은 아프가니스탄 철군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임기 말에 경질됐다. 그의 회고록은 트럼프의 대선 재출마 가능성과 맞물려 미국 언론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에스퍼 전 장관은 이날 MSNBC와 인터뷰에서 "나는 2024년 선거에서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화당에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친 공화당 성향의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위협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고 답했다.

CNN의 크리스토퍼 클리자 정치 선임기자는 트럼프 정부 시절 국방부 장관이 이런 평가를 내린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클리자 기자는 "에스퍼 전 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조건적인 반대론자도 아니었고, 관심을 받기 위해 여러 차례 주의를 끌던 사람도 아니었다"며 "군인으로 정부 안팎에서 일해온 그는 (트럼프를 비판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평가했다.


에스퍼 "트럼프, 주한미군 철수 여러차례 위협"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왼족)이 2019년 8월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는 동안 마크 에스퍼(오른쪽) 당시 국방 장관이 이를 경청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회고록에서 에스퍼 전 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전 협의도 없이 모든 주한미군 가족을 (한반도에서) 대피시키라는 명령을 내리고, 이를 곧 발표하겠다고 통보해 자신을 당혹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의 철수를 분쟁의 신호로 볼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대피를 발표하면 우린 전쟁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떠올렸다.

에스퍼 전 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의 핵심 동맹인 한국을 여러 차례 비웃는 발언을 했다고도 폭로했다. 그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은 우리에게 삼성 TV를 파는데, 우리는 그들을 보호해준다", "한국인들은 다루기 끔찍하다", "우리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고 말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또 미국이 한때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부대의 철수 가능성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에스퍼 전 장관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2020년 10월 미국 국방부 청사에서 한국 측과 회동을 하고, "사드 부대의 생활 여건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사드 부대 철수 카드를 내밀며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고 한다. 에스퍼 전 장관은 해당 회동 이후 한국이 실제로 (부대의 생활 여건개선에 대해) 행동에 나섰다고 회고했다.


"우크라이나 안보를 우리가 왜 지원하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에 대해서도 "미국에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독일과의 방위비 분담 문제도 "공정하지 않다"고 불평했고, 미 의회가 책정한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금을 승인하는 일도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에스퍼 전 장관을 비롯한 참모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안보를 지원하기 위해 의회가 책정한 2억5000만 달러를 승인하라'고 압박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부패 문제 등을 언급하며 "우리가 왜 이런 부질없는 지원을 해야 하나"라고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우리 중 누구도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지원 반대 이유를 알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독일에 러시아와의 완충지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더 많이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8일 회고록 출간을 앞둔 에스퍼 전 장관에 대해 "국방장관으로서 실패한 인물"이라며 "그는 직장을 잃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인물이었고 나는 그를 '예스퍼'라 불렀다"고 주장했다. 에스퍼 전 장관이 자신에게 '예스맨'처럼 충성했으며 '반란법(Insurrection Act)'을 반대했다는 그의 주장도 "가짜"라면서다. '반란법'은 2020년 5월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 진압으로 사망하면서 전국적 시위가 발생하자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시위대 진압을 위해 군대를 동원하기 위해 도입하려던 법이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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