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울산 독주 주역 이규성 "제가 주전일 줄 모르셨다고요? 저도 몰랐어요"

김정용 기자 2022. 5. 1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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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울산현대). 울산현대 제공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이규성의 능력을 아는 사람은 알았지만, K리그1 1위 팀의 선두 독주를 이끌 정도인줄은 겪어보기 전까지 확인할 수 없었다. 이제 이규성의 안정감과 테크닉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울산은 하나원큐 K리그1 2022 11라운드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그룹과 승점 7점 차로 독주 중이다. 이규성은 11경기 중 10경기를 소화하며 미드필더 중에서는 출장시간과이 가장 많다. 개막전 풀타임으로 일찌감치 주전 자리를 차지했고, 껄끄러운 상대 포항스틸러스를 꺾을 때는 선제골 어시스트도 기록했다. 이규성이 주전으로 자리를 굳혔고, 파트너 자리에 더 유명한 원두재와 박용우가 번갈아 뛰는 중이다. 파트너의 부상과 컨디션 난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이규성이 울산에서 가장 입지가 탄탄한 선수인 건 기대 이상이다.


이규성 역시 주전일 줄 알지 못했다. 개막전 선발출장부터 의외였다. 10일 '풋볼리스트'와 통화한 이규성은 "개막 전 연습경기 몇 번 할 때는 개막전에 뛸 줄 모르고 있었다. 두재와 용우 형, 아마노(준), (이)청용이 형도 있어서 연습경기에서는 후반전에 들어가곤 했다. 그런데 선발 명단에 내 이름이 있었다"라고 했다.


시간을 돌려보면, 이규성은 1년 일찍 울산에서 활약할 수도 있었다. 2021시즌을 앞두고 부산아이파크 소속이었던 이규성은 성남FC 이적을 준비했다. 그런데 갑작스레 울산으로 행선지가 바뀌자, 원래 예정돼 있던 성남으로 임대 가겠다고 자청했다. 당시에는 울산에서 로테이션 멤버 신세를 예상했다. K리그1에서 주전으로 뛰려면 전력상 이규성이 필요할 뿐 아니라 김남일 감독, 정경호 코치의 러브콜이 있던 성남이 맞다고 생각했다. 이규성은 그해 성남의 주전으로 맹활약하며 잔류에 일조했다.


"올해 울산에서 생각보다 많이 뛰니까, 작년에 울산에 그냥 남았어도 경쟁이 됐을 거라는 뒤늦은 생각이 들긴 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성남 임대는 내가 자처했다. 성남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많이 배웠다. 다만 '울산에 남는다면 많이 뛸 수 없을 것'이라는 1년 전 생각은 지나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규성(울산현대). 울산현대 제공

부산에서 2015년 데뷔해 상주상무(현 김천), 성남을 거친 이규성은 K리그1 최강팀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축구를 처음 경험하고 있다. 강팀에 오면서 이규성의 장점이 더 부각되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이규성 탈압박 스페셜' 영상이 유튜브에 여럿 생길 정도로 발재간이 화제를 모았다. 공격축구의 재미도 새삼 느낀다.


"당연히 공격할 때, 공을 갖고 있을 때 재밌다고 많이 느낀다. 올해처럼 공을 많이 잡는 게 내 스타일에 맞고 재밌는 것 같긴 하다. 어렸을 때부터 공을 다루는 데 자신이 있었고 좋아했다. 다만 프로는 테크닉만으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체력과 피지컬을 키우는 과정이 있었다. 지금은 프로 선수의 체력을 갖췄으니 테크닉을 활용할 때도 자신감이 생겼다."


이규성은 홍명보 감독이 요구하는 미드필더의 상에 잘 부합한다. 홍 감독은 감독 데뷔 이후 줄곧 미드필더의 안정감을 중시했다. 울산에서도 언제나처럼 4-2-3-1 포메이션을 유지하면서, '투 볼란치'는 공격진을 지원하는데 중점을 두도록 한다. 공격 숫자를 늘릴 때도 좌우 풀백이 전진하기 때문에 수비형 미드필더는 오히려 더욱 역습을 의식해야 한다. 이규성은 활동량과 볼 키핑, 빠른 패스 연결로 팀 플레이에 기여하고 있다.


"어렸을 때는 골도 곧잘 넣었고, 공격포인트도 많은 선수였다. 사실 지금도 늘리고 싶다. 지인들에게 돋보이지 못해 아쉽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그런데 K리그는 공격진에 주로 외국인 선수가 있다보니 자연스레 뒤를 봐주는 성향이 굳어졌다. 울산에서도 좋은 공격진을 받쳐주는 게 먼저라 문전 침투할 틈이 없다. 동료 공격진 모두 뛰어나지만 가장 감탄하는 선수는 바코다. 공 소유 능력과 탈압박 능력을 통해 경기를 한 번에 뒤집는다. 그 능력이 레오나르도와 (엄)원상이의 공격 포인트로 이어진다. 아까 기록을 찾아봤는데 바코의 탈압박이 리그 1위더라. 그러니까 난 뒤에서 할 일만 하면 되는 거다."


홍 감독의 지시를 받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다. 잘 알려진 카리스마를 예상하면서 훈련장에 갔는데, 김민준이나 설영우 등 어린 선수들에게 장난을 거는 홍 감독을 보며 오히려 놀랐다. 경기를 준비할 때만 카리스마가 넘치는데, 특히 실감한 사건이 있었다. 자체 제작 다큐멘터리 '푸른 파도'를 통해 화제가 된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중 일갈이다. 홍 감독이 의자를 걷어차며 "이게 팀이야?"라고 외쳤다.


"나도 그때 있었다. 가와사키프론탈레와 경기하기 전에도 '이건 국제전이다, 상대는 일본팀이다'라며 정신적인 부분을 강조하셨는데 영 부족하니까 그렇게까지 하셨던 것 같다. 다음 경기까지 감안한 극약처방. 그 앞에서 고개 숙이고 있다가 깜짝 놀랐다. 정신이 번쩍 들었고, 다시 한 번 내 플레이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이규성(울산현대). 울산현대 제공

이규성은 개인적인 목표보다 팀의 숙원인 우승을 바라보고 있다. 가장 큰 위협은 전북현대다. 지금은 승점 8점차로 따돌린 상태지만 5연속 우승을 하면서 울산을 여러 번 준우승에 그치게 만든 팀이다. 전북에는 김진규가 뛰고 있다. 2015년 부산에서 함께 프로 생활을 시작해 오래 인연을 맺은 동료다. 이규성과 김진규 모두 부산 시절에는 '아는 사람만 아는' 선수였지만 지금은 리그 최고 미드필더로 인정받고 있다. 당시 부산에 유독 좋은 미드필더가 많았던 이유를 묻자 "진규는 원래 뛰어났는데, 부산이 강등되고 K리그2에 있다보니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라고 답한다.


"전북에 진규와 함께 (김)문환이도 갔다. 전북 이적 즈음 연락을 하는데 걔네들이 '만나면 조심해'라고 하더라. 너희나 조심하라고 받아쳐줬다. 맞대결은 자신 있다. 나도 자신 있고, 우리 팀 동료들이 더 좋으니까."


이규성은 직접 정상권에 부딪쳐 본 뒤에야 스스로도 반신반의했던 자신의 경쟁력을 확인하고 있다. "개인적인 시즌 목표? 우승팀에서도 경쟁력 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사실 울산으로 이적할 때는 로테이션 멤버 정도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축구팬들의 시선도 그랬고. 아직 내 자리가 안정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더 자신감을 갖고 주전 경쟁에 임하려 한다. 매주 경기에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님이 굉장히 기뻐하신다. 나한테는 한 마디도 안 하시는데, 같이 경기를 보는 형이 슬쩍 전해준다."


사진= 울산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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