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에 힘 빠진 러..美 '중국견제'에 도움?

"유럽 자체 국방력 갖추면
美 아시아에서 더 많은 일 가능"
유럽 '독자성' 확대될 거란 관측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통신/뉴시스

미 고위관계자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득이 될 거란 확신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10일(현지시간) 미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피해들로 지출되는 비용과 서방의 각종 제재로 수년간 힘든 상황에 부닥칠 것이라며 전쟁 후 몇 년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러시아 전력이 예상보다 강하지 않다는 점이 드러난 데다 군사적 약점이 더욱 명백해졌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좌절을 겪는 동시에 러시아가 약화될 것이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많은 군사력을 잃고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미국 일각에서 '안보 무임승차'라는 지적을 받아온 유럽 국가들이 국방력을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미국 입장에선 반길만한 소식으로 평가된다.

블룸버그는 독일이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기로 했다며, 예상대로 예산을 확대할 경우 지난 2020년 세계 7위이던 군사비 지출액이 3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러시아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에 공습을 단행한 후, 중립국인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미 고위관계자들은 현재 미국의 외교·안보 역량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집중되고 유럽에 쏠려 있지만, 앞으로 미국이 인도태평양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상황으로도 전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중국이 미국과 동맹국의 러시아 제재와 우크라이나 침공을 주시하면서 대만을 둘러싼 긴장으로 발생할 일에 대한 잠재적 교훈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 고위관계자는 중국과 러시아의 외교적 연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오히려 러시아가 의존하는 대상이 된 것처럼 보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청한 2명의 국방 관계자는 블룸버그에 유럽이 자체 방어력을 더 갖춘다면 미국이 아시아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도태평양에서 군대와 무기의 이동, 경제적·정치적 유대 확장 등 다양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행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달 말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방문은 아시아 국가의 새 지도자들을 만나고 한국의 안보 우선 순위인 북한과 관련해 한미동맹 단결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설명했다.

다만 관련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평가다. 단기적으로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 데다 또 다른 해외 위기나 테러가 발생할 경우 아시아에 초점을 두려는 노력이 무산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럽의 안보 자주성이 강화할 경우 중국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이 분열할 가능성이 있다는 중국 당국자의 발언을 소개했다.

중국 당국자는 "독일의 국방비 지출 증가와 러시아의 약화가 유럽의 추진력과 독자력을 오히려 강화시킬 것"이라며 "중국과의 관계를 놓고 유럽과 미국이 분열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국 당국자는 우크라이나전이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단할 수 없다면서도 중국은 어떤 식으로든 미국과 경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당국자는 올해 국방비 지출이 7.1%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인도태평양 전략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미 고위 관계자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며, 오히려 아시아를 희생해 유럽을 더 강화할 가능성 있다는 반론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