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尹방중 초청, 中보도선 빠졌다…민감한 문제는 강조
“화상 정상회담 추진해 불필요한 소모전 피해야”
11일 중국 관영 매체가 전날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부주석의 회견을 보도하면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윤 대통령의 방중을 요청한 왕 부주석의 발언은 제외했다. 대신 “민감한 문제의 타당한 처리”를 포함한 윤석열 정부에 대한 다섯 가지 건의를 강조했다. 중국이 말하는 “민감한 문제의 타당한 처리”는 지난 2017년 경북 성주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체계의 철수를 에두른 외교적 표현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용산 대통령실 접견실에서 진행된 윤 대통령과 왕 부주석의 회견을 악수 사진과 함께 11일자 3면에 보도했다. 인민일보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왕 부주석 접견 기사의 경우 10일자 1면에 배치했다.
인민일보 기사에는 왕치산 부주석의 전날 모두 발언 가운데 “시 주석은 윤 대통령이 양측이 편리한 시기에 중국을 방문하시는 것을 환영하고 초청한다”가 제외됐다. 대신 ▶전략적 소통과 고위층 왕래 강화 ▶실질적 협력 심화 ▶국민 우호 증진 ▶밀접한 다자 조율 ▶한반도 문제에 대한 협력 강화와 민감한 문제의 타당히 처리 등 양자 관계 발전을 위한 다섯 가지 건의는 부각했다.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은 10일 저녁 메인뉴스인 신원롄보(新聞聯播)에서 네 번째 리포트로 윤 대통령과 왕 부주석 회담 및 전날 문 전 대통령과의 회담을 하나로 묶어 보도했다. CC-TV 역시 “민감한 문제의 타당한 처리”를 포함한 건의를 부각했지만 왕 부주석이 전달한 시 주석의 윤 대통령 방중 초청 발언은 보도하지 않았다.
국무원 산하의 관영 통신사인 신화사의 서울 특파원 기사 역시 같은 내용이었다. 신화사 기사는 인민일보가 해외 독자 위주로 발간하는 해외판 3면에 사진 없이 게재됐다.
중국 외교부는 홈페이지에 윤 대통령과 왕 부주석 회담 소식을 별도로 게재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5년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두 차례 중국을 방문했지만, 시진핑 주석의 답방은 성사되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윤 대통령 취임 첫날 중국이 초청 의사를 밝히되 관련 보도는 삭제하면서 정상 간 방문 순서를 둘러싼 고도의 외교전이 펼쳐지는 분위기다.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 소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중국 측의 윤 대통령 초청 발언은 “한국의 신정부 출범에 맞춘 관례적 발언으로 보인다”며 “시 주석 답방을 한·중 관계의 ‘입구론’으로 놓고 장애를 만들기보다는 ‘국익과 실용’이라는 신정부 국정 운영원칙에 따라 화상 정상회담 방식을 우선 추진하는 것이 불필요한 소모전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중국이 최근 코로나 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상하이 봉쇄, 하반기 당 대회 등 정치 일정으로 인해 해외 순방이나 외빈 접견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어우장안(歐江安) 대만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대만은 (윤 대통령) 취임식에 공식 초청을 받지 못했다”며 “적당한 방식으로 한국에 축하를 전달하겠다”고 말했다고 친중 성향의 대만 중국시보가 11일 보도했다. 대만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가 좋던 지난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 왕진핑(王金平) 입법원장이 인솔하는 축하사절단이 참석했다. 양안 관계가 악화했던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는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국무위원 특사단의 강력한 항의로 한국 정부가 대만 대표단의 취임식장 입장을 불허하면서 서울의 호텔에서 TV로 취임식을 시청하는 데 그친 바 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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