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시다, 독일 총리에 대놓고 "베를린 소녀상 철거해달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에게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요청했다고 일본 산케이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일본은 그동안 다양한 루트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소녀상의 철거를 독일 측에 요청해왔지만 총리가 직접 의사를 전달한 것은 이례적이다.
보도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28일 일본을 방문한 숄츠 총리와 정상회담 자리에서 "위안부상이 계속 설치돼있는 것은 유감이다. 일본의 입장과는 전혀 다르다"며 철거를 위한 협력을 요청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산케이에 "지금까지 여러 가지 수준에서 철거를 압박해왔으나 총리가 전달하면 강한 메시지가 된다"고 철거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하지만 요청을 들은 "숄츠 총리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고 산케이는 전했다. "숄츠 정권이 대일 관계를 중시하지만, 소녀상은 미테구청이 관할하고 있어 독일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은 설치 과정부터 일본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재독 시민사회단체 코리아협의회가 지난 2020년 9월 1년 기한으로 베를린시 미테구 모아비트지역 비르켄가에 소녀상을 설치하자 일본 정부는 미테구청에 강력 항의했다. 미테구청이 이를 받아들여 설치 2주 만에 철거 명령을 내렸으나 코리아협회가 이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구청은 철거 명령을 보류했다.
베를린 소녀상의 비문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아시아·태평양 전역에서 여성들을 성노예로 강제로 데려갔다는 내용의 짧은 설명이 담겨 있는데 일본은 이 중 '성노예' 등의 표현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 간부는 산케이에 "사실에 어긋나는 기재를 방치할 수는 없다. 총력전으로 철거의 실현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미테구청은 지난해 9월 구청 도시공간 예술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올해 9월 28일까지 설치기간을 1년 연장했다. 미테구 의회가 이 조형물의 영구 설치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현지 단체들을 중심으로 소녀상을 영구 설치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향후 일본 정부의 철거 압박도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외교부는 11일 기시다 총리의 소녀상 철거 요청과 관련 "해외 소녀상 등의 설치는 전시 성폭력이라는 보편적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한 추모·교육 차원에서 해당 지역과 시민사회의 자발적 움직임에 따라 추진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이와 같은 민간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에 한일 정부가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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