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커한테 아우라가..' 부산서 열린 MSI, 지역팬 갈증 풀었다
“우와, 페이커다!”
‘페이커’ 이상혁(T1)이 등장하자 국내‧외 팬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10일 부산진구 부산 이스포츠 경기장에서 ‘2022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이 막을 올렸다. MSI는 LoL e스포츠 각 지역의 스프링 시즌 우승팀이 한 데 모여 최강자를 가리는 무대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LCK)과 중국(LPL), 유럽(LEC), 북미(LCS) 등 11개 지역 팀이 출전했다. 한국 대표로는 스프링 시즌을 전승 우승으로 마친 T1이 나섰다.
MSI가 한국에서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은 2차례(2014‧2018) 국내에서 치러졌지만 MSI와는 좀처럼 연이 없었다. 14일까지 열리는 그룹스테이지는 부산 이스포츠 경기장에서 열리고, 럼블스테이지부터는 벡스코로 장소를 옮겨 대회가 진행된다.
부산은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가 한창이던 당시 광안리에서 10만 관중을 모으는 등 ‘e스포츠의 성지’로 불린다. 최근 몇년 간 이렇다 할 e스포츠 대회를 유치하지 못했던 부산은, 라이엇의 대회 개최 의향이 전해지자 전담팀까지 꾸리는 등 적극적으로 유치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기대감을 반영하듯, 이날 오후 5시에 열린 T1과 사이공 버팔로(베트남)의 개막전 경기를 앞두고는 몰려든 인파로 경기장 로비가 가득 찼다. 이날 관객들에게 제공된 좌석은 300석인데, 라이엇 게임즈에 따르면 이날 경기를 포함해 그룹스테이지 모든 일정이 티켓 판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됐다.
선수들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챙겨 입고,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응원 문구를 꾸미고 사진 촬영을 하는 등 설레는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T1 선수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경기장으로 이동할 때는 비명과 환호, 박수 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응원 열기도 뜨거웠다. 육성 응원이 허용되면서 모처럼 현장에는 생동감이 돌았다. T1 선수들의 좋은 플레이가 나올 때는 환호가 쏟아졌고, 실점할 땐 탄식이 터져 나왔다. T1은 이날 경기 초반, 사이공 버팔로의 기세에 다소 주춤했지만 이내 제 모습을 찾고 약 24분 만에 승리를 차지했다.
여운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이어졌다. 일부 팬들은 T1 선수단이 퇴근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30분 가량을 로비 길목에서 기다리기도 했다. 오랜 인내 끝에 선수단이 나타나자 “페이커”, “구마유시”, “T1 파이팅!” 등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가 쏟아냈다. 선수단도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등 화답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지방 팬들은 특히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국 리그인 LCK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롤파크에서 1년 내내 열린다. 지방 팬들에겐 아쉬운 대목이다.
진주에 거주한다는 윤(23)씨는 “2020년부터 T1 팬이 돼서 선수들을 직접 볼 기회가 없었다”며 “부산에서 MSI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예매했다. 꽤 오래 기다려서 페이커 선수가 지나가는 걸 직접 봤다. 아우라가 느껴졌다”고 기뻐했다. 그는 “서울에 살지 않으면 마음을 크게 먹지 않고선 경기를 직접 보기 힘들다”며 “앞으로도 지방에서 이런저런 대회들을 많이 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부산에 거주하는 김(26)씨 역시 “집 근처에서 대회가 열려 너무 좋다”며 “최대한 많은 경기를 관람할 생각이다. 그러니까 T1도 계속 이겨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상혁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팬 분들이 많이 와주시고 우리를 위해 함성도 많이 질러주시는 걸 보고 오랜만에 즐겁게 경기할 수 있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내면서 “앞으로도 응원에 걸맞은 경기력을 준비해서 오겠다”고 각오했다.
T1은 11일엔 팀 에이스(라틴 아메리카)와, 12일엔 데토네이션 포커스미(일본)과 차례로 맞붙는다. 15일엔 앞서 대결한 3개 팀과 연달아 경기를 치른다.
부산=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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