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최고 29% 올랐는데 더 오른다.. 美 '물가 폭탄'

전웅빈 2022. 5. 1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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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오전 9시 30분쯤 방문한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의 한 코스트코 주유소에는 평일 오전 시간인데도 많은 사람이 찾아왔다. 다른 곳보다 가격이 저렴해 고객이 몰린 것이다. 이곳에서 1갤런 당 일반 휘발유는 4.19달러, 프리미엄 휘발유는 4.76달러였다. 워싱턴DC에 있는 코스트코 주유소는 일반 휘발유를 갤런당 4.29달러에 팔았다. 인근 수노코 주유소는 4.41달러였다.

미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이날 갤런당 4.374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갤런당 가격이 1년 전보다 47.4%(1.407달러) 급증했다. 캘리포니아주는 갤런당 5.841달러까지 치솟았다. 경유(디젤) 가격도 갤런당 5.55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미국 휘발유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 등으로 지난 3월 11일 4.33달러까지 올랐고, 이후 전략비축유 방출과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조치에 따른 유가 하락 등으로 소폭 하락했다. 그러나 최근 다시 상승세를 이어가 이날 기존 최고 가격을 넘어섰다.

버지니아주 전력회사 도미니언에너지는 지난주 주 정부에 연료 가격 상승에 따른 전기료 인상을 보고했다. 도미니언에너지는 “기존 예상치보다 생산 비용이 10억 달러 더 들게 됐다”며 “오는 7월부터 주거용 전기 가격이 20%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력 생산에 필요한 천연가스와 석탄 등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천연가스는 미국 전력 생산을 위한 에너지원의 약 38%를 차지한다. 그런데 가격은 지난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 수준까지 치솟았고, 현재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공급망 혼란으로 유지 관리 비용까지 커졌다”며 “전력 회사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송전선, 배터리, 풍력 터빈, 태양열 발전 장비 등에도 더 큰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산 비용 증가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됐다. 전국 평균 주거용 전기 요금은 지난 1월 1년 전보다 8% 증가했다. 이는 10년 만에 가장 큰 연간 증가율이다. 지난 2월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상승했다.

국민일보가 미 에너지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메인주의 지난 2월 가정용 전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29.0%로 상승했다. 하와이도 17.9% 상승률을 보였다. 코네티컷(16.7%), 플로리다(14.9%), 뉴욕(14.9%), 일리노이(14.5%) 등 지역도 가격 급등 지역으로 이름을 올렸다. 13개 주가 10% 이상 상승률을 기록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전력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미국 기상청은 올여름 기온이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평년보다 더 높을 것으로 예측했다.

소비자 단체들은 이 때문에 여름 폭염 시즌이 다가오면 폭탄 고지서가 날아올 것으로 예상한다는 우려를 내놨다. 캘리포니아주 소비자 단체인 유틸리티리폼 네트워크 마크 토니 이사는 “경제적 비상사태다.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려면 에너지 비용부터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전기요금은 지난 2월 전년 동기보다 13.6% 인상됐다. 그런데 이 지역 전력회사는 올여름 추가 인상 승인을 주 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휘발유, 디젤, 전기, 가스 등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생산 비용을 증가시켜 인플레이션을 지속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에서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인상 폭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계속 나오고 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0.75% 포인트 인상을 영원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며 “하반기에도 물가상승률이 내려가지 않는다면 속도를 더 올려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도 이날 미국에서 금리인상이 더 필요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최근 0.5% 포인트 빅스텝 인상을 시작했고, 6월과 7월에도 같은 수준의 인상을 예고했다. 그런데 금리를 더 빨리 높여야 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연설에서 “연준이 제 역할을 해야 하고 그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달러 강세를 더욱 부추겨 다른 국가의 인플레이션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 도미노다.

물가상승으로 지지율 하락에 고전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 전역에서 인플레이션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걸 잘 알고 있다. 나의 최우선 경제 과제는 인플레이션과 미국 가정의 비용 절감”이라며 향후 6개월 동안 하루 100만 배럴씩 전략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하는 등의 물가안정책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대중 관세 완화에 대해 “우리는 지금 그것을 논의하고 있다. 무엇이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물가 대응을 위해 고율 관세 부과 완화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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