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어 쓴다고.." 어른들 전쟁에 왕따 당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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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유럽 내에서 러시아어를 쓰는 아동들이 괴롭힘을 당하는 일이 속출해 우려를 키우고 있다.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유럽 내 어린 학생들이 러시아어를 쓴다는 이유만으로 구타 등 괴롭힘을 당한 사례를 집중 보도했다.
독일의 괴롭힘방지 단체 활동가인 카스텐 슈탈은 "러시아어를 쓰는 아이들이 괴롭힘을 당했다는 보고가 늘고 있다"며 "화가 나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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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유럽 내에서 러시아어를 쓰는 아동들이 괴롭힘을 당하는 일이 속출해 우려를 키우고 있다. 부모들은 “또래들에게 구타당한 우리 아이는 자신이 왜 맞아야 했는지도 알지 못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유럽 내 어린 학생들이 러시아어를 쓴다는 이유만으로 구타 등 괴롭힘을 당한 사례를 집중 보도했다.
독일 서부 도시 아헨 근교에 사는 알렉스 에베르트(11)의 가족은 카자흐스탄 출신 이민자로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쓴다. 그의 어머니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이 하굣길 버스 안에서 또래에게 배와 등을 얻어맞은 뒤 버스에서 내려야만 했다고 전했다. 아이들은 에베르트에게 “네가 우크라이나 아이들을 죽이고 있어”라고 윽박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함부르크 외곽 도시 하르세펠트에 거주하는 러시아계 독일인 아나스타샤 마키손(13) 역시 자신의 출신 때문에 두려움으로 떨고 있다. 마키손은 자신에게 ‘나치’라고 하거나 ‘푸틴과 함께 보드카를 마시라’ 등과 같은 문자메시지를 여러 통 받았다고 털어놨다.
독일의 괴롭힘방지 단체 활동가인 카스텐 슈탈은 “러시아어를 쓰는 아이들이 괴롭힘을 당했다는 보고가 늘고 있다”며 “화가 나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슈탈은 어른들이 보여준 적대감을 아이들이 흉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아이들은 우리 사회의 거울이다. 괴롭혀도 괜찮다는 생각을 아이들의 머릿속에 심으면 아주 오래 남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례는 비단 독일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러시아계 이탈리아인 엘리사 스파도(14)는 온라인 메신저 단체대화방에서 자신이 ‘푸틴의 딸’이라고 불린다고 토로했다. 스파도는 ‘너는 죽을 수도 있어’라는 위협에도 시달렸다면서 “너무 부끄러웠다. 러시아 출신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호소했다.
덴마크 호른스에 사는 안나마리아 카라브스카 한센(14) 역시 “친구들이 복도에서 저를 보고 ‘이 스파이를 봐’라고 했다”고 전했다. 한센은 “제게 폭탄을 던질 수 있다고 하는 아이도 있다. 일부 아이는 그걸 재밌다고 생각한다”며 반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상황을 설명했다.
핀란드에 거주 중인 에스토니아 출신 카롤리나 그릴로바(14)는 기차에서 10대 소년 2명이 다가와 ‘너는 푸틴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빈 음료수 캔을 던졌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NYT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수백명의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희생당하는 직접적 피해를 낳았지만 한편으로는 유럽에서 러시아어를 쓴다는 이유로 차별과 괴롭힘을 당하는 어린이들이 양산되는 왜곡 현상이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유럽 내 교육기관과 일부 당국은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리투아니아 교육부는 장관 명의로 낸 성명에서 “학급 친구의 출신이 어떻든 (러시아의) 침공 때문에 비난받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북부 리구리아주 의회 기안마르코 메두세이 의장은 TV 방송을 통해 “아이들은 이 문제(전쟁)와 떨어뜨려 놓자”고 제안했다.
국제아동권리 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 역시 성명을 통해 “어떤 아이도 어른들의 선택 때문에 괴롭힘을 당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주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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