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방중 초청하며 "민감문제" 꺼낸 왕치산..사드압박 시작하나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방한한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 부주석이 10일 윤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초청했다. 하지만 우호 관계 발전을 강조하는 중에도 숨은 가시가 있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5층 접견실에서 왕 부주석 등 중국 측의 경축 사절을 맞이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직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친서를 보내고 통화도 이뤄진 점을 언급하며 “오늘 취임식에 부주석께서 직접 와주셔서 정말 기쁘고, 한‧중 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의 뜻을 잘 알겠다”고 말했다.
왕 부주석은 “시 주석은 윤 대통령이 양측이 편리한 시기에 중국을 방문하시는 것을 환영하고 초청한다”고 화답했다. “시 주석은 귀국이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발전하고, 나라는 태평하고, 백성은 편안하기를 축원하라고 했다”고도 전했다.
하지만 이어진 발언은 축하에만 초점이 맞춰지진 않았다.
왕 부주석은 발언 말미에 “민감한 문제를 타당하게 처리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민감한 문제’는 문재인 정부 내내 중국이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지적할 때 써온 표현이다. 양국은 2017년 10월 31일 사드 갈등을 극복하고 관계를 복원하는 데 합의했고, 당시 청와대는 사드 문제가 ‘봉인’됐다고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아니었다.
같은 해 12월 문 대통령이 방중했을 때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사드 입장을 재확인하고, 한국이 계속 이 문제를 타당하게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도 문 대통령과 만나 “민감한 문제를 잘 처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왕 부주석이 윤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민감한 문제의 타당한 처리”라는 꼭 같은 표현을 또 꺼내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북핵에 대응하기 위한 사드 추가 배치를 공약으로 내세워 중국은 윤 정부의 사드 관련 입장을 주목하고 있다.
이날 왕 부주석의 발언을 은근한 압박으로 여기는 시각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는 사드 추가 배치는 물론이고 현존하는 사드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의 반복으로 해석될 수 있다.
외교가에서는 특히 중국 측이 이런 내용을 언론에 공개되는 모두발언에 포함한 점을 주목한다. 기자들과 카메라가 있는 것을 왕 부주석이 몰랐을 리 없는데도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사전에 이미 계획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 윤 대통령의 모두발언은 1분 정도였지만, 왕 부주석은 무려 8분에 걸쳐 발언했다. “중국 측은 앞으로 양국 관계 발전에 대해 아래와 같이 몇 가지 건의사항이 있다”며 관련 내용을 5개 항으로 정리까지 해 조목조목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급망 문제도 거론했다. “중‧한 경제의 상호 보완성이 강하고, 호혜 협력의 잠재력이 크며, 양국 간 산업 공급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다”면서다.
공급망 문제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버릇을 제대로 고치겠다며 강한 견제를 예고한 분야다. 법치와 규범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공급망을 교란하는 중국의 행위를 더는 묵인하지 않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 및 우방들과 연합해 규칙 자체를 새로 쓰겠다는 게 바이든 대통령의 목표다.
이런 과정에서 미국이 한국을 핵심 파트너로 보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오는 21일 한국에서 열릴 윤 정부의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공급망과 관련한 양국 협력 강화가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이를 의식, 양국 경제의 상호 보완성과 산업 공급망의 불가분성을 선제적으로 강조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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