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고환율 '3高' 짓눌린 코스피..'삼천피는커녕' 당분간 '박스피'?

배준희 2022. 5. 1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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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 주변 환경이 심상찮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현상이 뚜렷하다. 지난 4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 같은 달보다 4.8% 올랐다. 이는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초인플레이션에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은 잇따라 예상을 웃도는 수준의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300원을 위협할 만큼 급등세를 이어갔다.

자연스레 경기 침체 논쟁이 들끓는다. 수출개방경제 국가인 한국 증시 역시 이런 우려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증시 방향성을 살필 때 정밀한 분석이 뒤따라야 한다. 코스피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와 이를 둘러싼 주요 논쟁을 분석한다.

▶‘백가쟁명’ 경기 진단

▷지수 3000 신중론 대세

우선, 백가쟁명으로 거론되는 침체 논쟁의 주요 개념부터 구분할 필요가 있다.

크게 리세션(Recession), 스태그플레이션, 슬로플레이션 등 3가지 용어가 혼용돼 쓰인다. 리세션은 통상 경기 후퇴 초기 국면에 나타나는 침체를 뜻한다. 미국에서 경기 순환 국면을 공식적으로 판단하는 전미경제연구소(NBER)에서는 통상 2분기 연속 GDP 성장률이 감소하면 경기가 리세션에 진입했다고 판단한다. 리세션은 GDP의 움직임을 설명할 뿐 물가의 등락은 고려하지 않는다. 스태그플레이션은 GDP 성장이 아예 멈추거나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경기 침체(Stagnation)와 물가 수준이 상승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결합한 용어다. 슬로플레이션은 최근 금융권에서 자주 언급되는 단어다. 물가가 오르는 가운데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 스태그플레이션보다는 경기 부진의 강도가 약하다는 의미가 담겼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지표로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는 리세션에 ‘발을 담근’ 수준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올 1분기 GDP 증가율은 연율 -1.4%로 집계됐고 한국의 1분기 실질 GDP(가격 변화분을 제거한 GDP) 성장률은 0.7%로 나타났다. 미국은 아예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한국의 분기별 GDP 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 0.3%에서 4분기 1.2%로 반등했다가 재차 0%대로 주저앉았다. 이 같은 GDP 성장률 단기 추세와 물가 상승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리세션 조짐이 엿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물가 상승까지 함께 고려할 경우 사실상 슬로플레이션에 진입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한국의 경우 아직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아니므로 스태그플레이션이라 보는 것은 무리다. 스태그플레이션은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현재까지 실물경제에서 목격된 적이 없다.

외국계 IB에서는 세계 경제의 핵심인 미국의 리세션 확률을 높이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글로벌 3대 IB 가운데 현재까지는 모건스탠리는 보수적, JP모건은 낙관적, 골드만삭스는 중간자적 입장 정도로 요약된다. 모건스탠리는 미국 증시가 곧 약세장에 진입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골드만삭스는 경기 침체로 갈 확률을 35%로 잡았다. 65%의 확률로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다는 의미지만 투자자를 안심하게 만드는 숫자는 아니다. 가장 보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데이비드 폴커츠 도이체방크 이코노미스트는 미 연준이 금리를 5~6%까지 올려야 인플레이션이 잡힐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국내 주요 증권사에서도 신중론이 대세다. 슬로플레이션에 진입했다거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점증 중이라는 인식이 적지 않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성장률 추가 하향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스태그플레이션 영향권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10~20% 정도로 보지만 공급 충격 심화 땐 이보다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슬로플레이션이 이미 진행 중(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이거나 도래할 확률이 높다(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는 분석도 제기된다. 사정이 이렇자 코스피 연간 전망치를 갈수록 내려 잡는 증권사가 대부분이다. 올 하반기 코스피 전망치를 제시한 증권사 중 다올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하이투자증권 등이 저점을 2500으로 봤고 고점을 3000 이상으로 본 곳은 메리츠증권(3000), KB증권(3250) 등 2곳에 불과했다.

▶앞으로 시나리오는

▷물가 ‘피크 앤 하이’ 전망

문제는 앞으로 펼쳐질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데 있다. 증시 추세를 가를 핵심 변수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피크아웃’, 공급망 안정화 등이 꼽혔다. 이 가운데 최근 지표 중 그나마 눈에 띄는 대목은 공급망 안정화와 인플레이션 피크아웃 정도다. 최근 목격된 컨테이너지수의 하락, 미국 중고차 가격의 하락 등은 인플레이션 고점을 지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뉴욕 연준의 글로벌 공급망 압력지수도 극심한 병목 현상에 다소 숨통이 트일 징조로 시장에서는 받아들인다.

그렇지만 아직은 이런 신호가 미약한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 지표가 이전 고점 대비 다소 완화한 수준에서 머무를 뿐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급격한 추세 전환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가령, 글로벌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최근 4200선을 오르내렸다. SCFI는 2009년 10월 통계 집계 이후 2020년 9월부터 유례없는 상승을 시작해 지난해 말 5000선을 돌파한 뒤 올 1월부터 소폭 내리기 시작해 2월 들어 4000선으로 내려왔다. 단, 하락폭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이런 이유로 현 추세로는 증시 전망에 관해 섣부른 낙관론을 내놓기 쉽지 않다. 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 세계적인 물가 부담으로 대외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 확인되면서 하반기 수출 역시 완만한 피크아웃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전개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가 각종 거시지표의 ‘피크 앤 하이’ 패턴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런 패턴이 올 2분기와 3분기 동안 이어질 것으로 본다. 김현 다올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기존보다 점진적으로 완화되는 공급망 관련 물가 상승 압력과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식량 물가, 그리고 완만한 속도로 상승세가 둔화되는 원자재 가격 등이 공존하는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점 확인 후 완만한 하락을 진행하는 ‘피크 앤 하이’ 형태의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국 GDP 성장률이 2분기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경우다. 이 경우 호재와 악재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 GDP 성장률이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을 보일 경우 리세션 진입 우려가 재차 고조될 수 있다. 반면, 초인플레이션이 실물 시장 수요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돼 통화 정책 긴축 스탠스가 다소 누그러질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호재와 악재가 갈팡질팡하는 사이 국내 증시는 다시금 박스권에 갇힐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증시는 구조적으로 박스권 양상을 보일 것으로 본다.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중국 경제의 취약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던 2010년 이후 한국 증시는 사실상 줄곧 박스권이었고 추세적으로 올랐던 해는 2017년과 2020년, 두 차례에 불과했다. 크게 보면 세계화의 후퇴가 한국 증시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데, 상당 기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배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58호 (2022.05.11~2022.05.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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