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유머 광고 엔데믹 신호탄일까

2022. 5. 1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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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힘든 시기 끝날 무렵, 재미 강조하는 브랜드 증가
소비자 관심 높이지만 맥락 없는 유머는 역효과

2022년 슈퍼볼은 여느 때보다 더 강한 열기 속에 치러졌다. 글로벌 빅 브랜드의 광고 각축전도 치열해져 30초당 광고료가 전년 대비 16% 성장한 650만달러로 치솟았다. 주요 언론은 슈퍼볼 광고의 키워드 중 하나로 재미와 유머를 뽑았다.

아마존은 할리우드 스타 스칼릿 조핸슨과 콜린 조스트 부부를 등장시켰다. 인공지능 비서 알렉사가 사람들의 비밀스러운 속마음을 읽을 줄 알게 되며 벌어지는 해프닝을 광고로 제작해 즐거움을 줬다. AT&T 광고에는 톱스타 데미 무어와 밀라 쿠니스가 고등학교 동창회에서 ‘존경받는 졸업생’ 상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다 서로 공통점이 많은 것을 알게 되는 내용이다. 웃음 포인트는 두 사람이 실제 고교 동창이면서 애쉬튼 커쳐의 전처와 현처라는 점이다. 두 여배우의 쿨한 모습에 매력을 느낀 많은 사람이 광고를 호평했다.

2021년 슈퍼볼 시즌에는 코로나19 전선에서 싸우는 의료진을 응원하거나 희생자를 위로하는 차분하고 엄숙한 분위기의 광고가 대부분이었다.

엔데믹으로의 전환을 기대하는 2022년은 이제는 좀 웃고 즐겨도 괜찮다는 분위기 속에 밝고 유쾌한 광고가 많아졌다. 이는 9·11 테러 사태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패턴과도 유사하다. 어려운 상황 중에는 국가의 자부심이나 공동체 의식을 강조하다가 회복기에는 재미와 유머로 소비자의 마음을 밝게 만들고 시장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광고의 아버지로 불리는 클로드 홉킨스는 1923년 출간한 저서 ‘과학적 광고’에서 브랜드는 유머를 절대 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광대 같은 기업을 좋아하고 신뢰하는 소비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유머는 감성을 자극하고 브랜드를 차별화하는 주요 소재로 자리 잡았다.

유머의 영향력을 방증하는 연구 결과도 꽤 많다. 2009년 유럽 비아드리나(Viadrina)대 교수진이 1960년 이후 발표된 38개의 유머 광고 연구에 대한 메타 분석을 실시한 결과, 유머는 소비자 관심도를 높이고 광고와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형성한다. 이뿐 아니라 제품 구매 의향을 향상하는 데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광고 조사기관 IPA가 2012년부터 20년간 제작된 광고를 분석한 연구에서 유머 광고가 일반 광고보다 수익이나 점유율 향상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홉킨스가 지적했듯 유머는 잘못 쓰면 독이 된다. 맥락 없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연출하면 게으른 광고로 치부된다. 유머를 사용하더라도 브랜드나 기업의 성격, 목표 고객의 특성, 전반적인 경영 환경을 두루 고려하고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아마존과 AT&T는 재치 있는 광고 속에서 기술력과 혁신성을 부각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광고는 상품 혜택을 알려 수익을 창출하는 도구인 동시에 시대상을 반영하는 기록이다. 넘치는 정보 속에서 과도한 광고가 피로도를 높이기도 하지만, 잘 만들어진 광고는 위로와 희망을 주고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팬데믹의 긴 터널을 통과하는 전환기에 위트 있는 광고로 소비자의 마음을 밝고 산뜻하게 만들어주면 멋진 기업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다.

[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영학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58호 (2022.05.11~2022.05.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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