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여유 응원해요"..휴가까지 냈다, 울산역·평산마을 인파
“무엇보다 문재인의 ‘여유’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9일 오전 울산역 안에서 만난 박모(54)씨는 “새벽 6시에 일어나서 풍선을 불고 글씨를 쓰는 등 문재인 전 대통령 맞을 준비를 했다”며 “자연인 문재인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울산역 앞 모인 시민들 “휴가 쓰고 왔어요”
울산 시민 박철호(86)씨는 울산역 벤치에 앉아 “역대 대통령을 모두 지켜봤지만 45%의 지지율로 임기를 끝낸 사람이 없는데 대단한 일”이라며 “건강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김모(32)씨는 “오늘 반차를 내고 왔다. 문 전 대통령이 ‘잊힌 사람처럼 살고 싶다’고 했으니 푹 쉬고 건강했으면 한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이 탄 KTX 열차는 서울역을 떠나 오후 2시 30분쯤 울산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오전 11시부터 이미 50여명의 시민이 파란색 풍선과 바람개비를 들고 역 앞 광장의 고래 조형물 앞에 모여 문 전 대통령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래 조형물 주변의 가로수와 펜스에는 ‘성공한 대통령 문재인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다섯 번의 봄 고맙습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걸렸다. 유지선으로 분리된 공간 앞에서는 경찰이 소지품 검사와 금속탐지기 수색을 했다. 역사 안팎에는 검은 점퍼를 입고 무전기를 찬 사복경찰들이 배치됐다. 이날 경찰은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울산역 인근에 2개 중대(200여명)을 배치했다.
역사 안에서 밖까지 파란 풍선 이어져
오후 2시가 다가오자 역사 내 KTX ‘타는 곳’ 앞으로 통제선이 생겨 주변으로 지지자들이 모여들었다. 고래상 앞까지 이어진 통제선 주변에는 커다란 흰 꽃다발이나 푸른 장미를 손에 든 시민들도 있었다.
2시 19분쯤 문 전 대통령이 참모진들과 경호원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자 푸른 풍선을 들고 시민들은 ‘문재인’을 연호하며 문 전 대통령을 반겼다. 문 전 대통령은 통제선으로 다가가 시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환호 속에 마이크를 잡은 문 전 대통령은 “서울에 있는 동안 반려동물도 반려견 4마리가 더 늘어 반려견 5마리, 반려고양이가 1마리가 되었다. 잘 돌보면서 아내와 함께 농사도 열심히 짓고 마실도 다닐 것”이라며 “새롭게 시작될 또다른 삶이 너무나 기대된다. 잘 지켜봐주고 성원해달라”고 말했다. 취임식 때의 차림 그대로 한복을 입은 김정숙 여사도 “여러분들의 마음같이 옆에서 잘 지켜드리고 행복하게 함께하겠다”고 했다.
“평산마을 전입신고 드린다”
문 전 대통령이 탄 차량은 울산역에서 약 20분 거리인 평산마을 사저로 이동했다. 경찰은 철제 펜스를 설치해 차도 한쪽 약 2m 폭으로 행인이 오가게 했고 평산마을 입구부터는 차량의 접근을 막았다. 마을회관부터는 음식물과 액체 반입이 금지됐고 금속탐지기 탐색을 받았다.
2시 50분쯤 평산마을회관 앞에 도착한 문 전 대통령은 “평산마을 주민들께 전입신고 드린다. 이제 제집으로 돌아오고 보니 이제야 무사히 다 끝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평산마을 주민들과 함께 농사도 짓고 막걸리잔도 나누고 하는 삶이 기대된다”고 말한 뒤 사저로 들어갔다.
“혹시나 얼굴 볼까”…뒤늦게 올라 사저 앞 대기
사저에서 마을 입구까지 이어진 내리막길을 내려오는 인파만큼이나 뒤늦게 사저로 올라가는 행렬도 끊이지 않았다. 올라가는 이들은 내려오는 이들에게 ‘들어가셨나’는 질문을 인사처럼 건넸다. 한발 늦은 지지자들은 “그래도 혹시나…”라고 말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사저 앞에 둘러쳐진 철제 펜스 앞에 선 지지자들은 “얼굴 한 번만 보고 가자”며 문 전 대통령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사저로 걸어 올라가는 행렬 속에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도 있었다. 시민들은 내려가는 길에 만난 임 전 비서실장과 사진을 찍고 ‘최강욱’ 이름을 연호했다.
평산마을 인근 카페에는 손님이 몰리면서 제빙기의 얼음이 다 떨어져 생과일주스밖에 팔지 못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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