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에 청와대 땅 밟아 감개무량"..역사적 공간 훼손 우려 목소리도

구승은,이종선 2022. 5. 1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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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서 열린 정문 개문 기념행사에서 시민들이 안으로 입장하고 있다. 2022.5.10 [인수위사진기자단]


청와대 정문이 10일 시민들의 우렁찬 함성과 함께 활짝 열렸다. 청와대가 온전히 국민 품으로 돌아온 것은 대한민국 건국 이후 74년 만이다.

이날 관람객 대다수는 권력자들만의 공간이었던 청와대를 직접 보게 돼 감개무량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역대 대통령이 머물러온 역사적인 장소가 훼손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손에 홍매화를 든 국민대표 74명은 오전 11시37분 청와대 정문 앞에 운집한 관람객 6500명과 함께 정문을 통과했다. 이들은 감격한 표정으로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 어린이들이 부른 김광석의 노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흘러나왔다.

사전 초청을 받은 국민대표 74명은 종로구 주민과 인간문화재, 서울시 문화해설사, 초등학생, 외국인 등으로 구성됐다. 이날 청와대 관람을 신청한 총인원은 2만6000명이다. 6500명씩 2시간 단위로 나눠 오후 8시까지 입장했다.

서울시 문화해설사 양현민(66)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봄이 가기 전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는 약속을 지켰다는 의미로 손에 매화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정문이 열린 뒤 청와대 본관 앞은 건물 내부를 구경하려는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본관은 대통령 집무와 외빈 접견을 위한 공간으로 청와대의 상징이다.

인천 영종도에서 가족과 함께 온 김오영(55)씨는 “중학생 딸의 체험학습을 위해 회사를 하루 쉬고 왔다”며 “최고권력자가 머물던 공간을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다고 하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김씨는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앉았던 집무실 의자에 한번 앉아보고 싶었는데 못해서 아쉽다”고 말했다. 청와대 건물 내부 관람은 집기 이동 및 내부 정리가 끝난 후에야 가능할 전망이다.

대통령 내외가 머물던 관저도 인기 공간이었다. 관람객들은 출입을 통제하는 바리케이드 안으로 들어가 대통령 부부가 쉬던 마당 의자에 앉아 사진을 찍기도 했다. 직원이 “들어가지 말아 달라”고 연신 말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관람객들 사이에선 “준비가 부족한 것 아니냐”며 “공지가 제대로 안 돼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이날 청와대에는 가족 단위 관람객, 연차를 쓰고 지방에서 올라온 직장인, 취업준비생 등 다양한 시민들이 모였다. 대다수는 설렘과 기대감을 나타냈다. 청와대 인근 삼청동 주민인 김정숙(75)씨는 “앞으로 살 날이 길어야 10년인데, 천국 같은 곳을 생전에 볼 수 있어서 감개무량하다”며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일요일 먼 산에 안 가고 여기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보존된 역사적 공간이 훼손되는 것을 우려하는 이들도 있었다. 강원도 원주에서 온 노중석(72)씨는 “국민의 대표인 대통령이 머물던 공간이 사람들로 붐벼 금방 망가지진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온 임아영(30)씨는 “문화적 공간으로 탈바꿈되도록 꾸준히 관리를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내 잔디밭과 정자에 돗자리를 펴고 김밥을 먹는 시민들도 보였지만 길가에 설치된 쓰레기통은 하나도 없었다.

청와대 경내를 여유 있게 둘러보면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영빈관과 본관, 수궁터, 관저, 침류각, 춘추관 등을 지나는 문화재청 추천 코스로는 50~60분가량이 소요된다.

대정원, 춘추관, 녹지원, 영빈관 앞에선 각종 공연이 펼쳐져 축제 분위기였다. 종묘제례보존회의 축하 공연과 줄타기연희단의 줄타기 공연, 십팔기보존회의 무사등용의식 재현 등이 진행됐다. 공연은 오는 22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경내 개방에 앞서 청와대에서 북악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도 오전 7시 전면 개방됐다. 춘추관에서 백악정까지 800m 구간과 칠궁에서 백악정까지 600m 구간이다. ‘김신조 사건’으로 출입이 통제된 지 54년 만의 개방이다.

청와대 개방에 발맞춰 정부는 그동안 보안지역으로 분류돼 공개되지 않았던 청와대 경내 지도를 10일 오후부터 공개했다. 국토교통부는 국토지리정보원이 촬영한 청와대 경내 항공 영상과 1000대 1 축척의 전자지도를 공간정보 플랫폼(브이월드)을 통해 제공한다고 밝혔다. 민간에도 정보를 제공해 인터넷 지도나 내비게이션에도 반영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구승은 기자, 세종=이종선 기자 gugiz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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