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 목숨 앗아간 원인불명 '아동 급성간염'..이 증상 의심하세요

어환희 2022. 5. 1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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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세 미만 소아..복통·구토 등 호소

원인을 알 수 없는 '아동 급성간염' 의심 사례가 국내에서도 처음 확인됐다. 감기 등을 일으키는 '아데노 바이러스'가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16세 이하 소아·청소년에게 나타나는 이 원인 미상의 급성간염은 지난달 초 영국에서 최초로 보고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230건이 넘는 감염 사례가 발생했다. 이 중 8명은 목숨을 잃었다.


국내 첫 사례 발생…아데노·코로나 바이러스 동시 검출


질병관리청. 연합뉴스.

국내에서 원인 미상의 급성간염 첫 의심 사례가 신고된 것은 지난 1일이다. 10세 미만의 소아로 복통, 구토, 발열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진료 당시 간 수치 증가가 확인돼 검사를 진행한 결과, A, B, C, E형 간염 바이러스가 확인되지 않아 신고를 하게 됐다.

질병청은 급성간염으로 병원을 찾은 16세 이하 소아·청소년 환자 중 간 수치가 급격히 증가(AST 또는 ALT 500IU/L 초과)하고, A·B·C·E형 바이러스로 인한 간염이 아닌 경우를 원인 미상의 아동 급성간염으로 정의하고, 학회·의료계와 협력해 이달부터 감시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국내에서도 소아 확진자 1명 급성간염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며 "해당 소아 확진자는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아데노 바이러스 및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동시에 검출됐다"고 밝혔다.


20개국에서 230건 이상 발생…미국선 5명 사망


아동 급성간염은 국내에서는 의심 사례 1건 뿐이지만 해외에서는 빠르게 퍼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영국에서 지난달 5일 최초 보고가 이뤄진 후 약 한 달 사이 20개국에서 총 230건 이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질병청에 따르면, 지난 4일까지 전 세계에서 237명의 환자가 발생했는데, 영국(145명)·이탈리아(17명)·스페인(13명)·덴마크(6명)·네덜란드(4명) 등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1명)·인도네시아(3명)·싱가포르(1명) 등에서 보고됐다. 타릭 자사레빅 WHO 대변인은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유럽에서 주로 보고됐지만, 미주·서태평양·동남아시아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6일까지 아동 급성간염 9건과 유사 사례 100건이 보고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환자의 90% 이상이 입원했고, 14%는 간 이식을 받았다. 또 감염 후 5명이 사망했다. 인도네시아 3명까지 포함하면 10일 기준 이 급성간염으로 사망한 아동은 8명이다. CDC는 감염 환자 절반 이상이 아데노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며 관련성에 주목하고 있다.

연합뉴스TV.

'아데노 바이러스' 원인 유력…코로나 등 중복 감염 가능성도


아동 급성간염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간염은 간에 생기는 염증을 말하는데, 간 질환이 없던 사람에게서 갑자기 간 수치 상승 등 염증 증상이 발견되는 경우 급성간염으로 본다. 보통 A~E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데, 이번 아동 급성간염 사례에서는 이들 바이러스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원인으로 아데노 바이러스를 지목한다. 아데노 바이러스는 종류가 수십 가지인데, 유력하게 거론되는 '아데노 바이러스 41F'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이러스로 감기와 장염을 주로 일으킨다. 실제로 이번 급성간염에 걸린 전세계 아동 환자 중 최소 30% 이상(최소 74명)에게서 아데노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다만, 아데노 바이러스 감염으로 간까지 손상되는 경우 매우 드물기 때문에 원인으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 오석희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아데노 바이러스 40, 41형은 성인이 될 때까지 몇 번은 걸리는 흔하디 흔한 바이러스"라며 "처음 걸린 아이들은 몸살 등으로 고생을 하기도 하지만 전체로 보면 상당히 약한 바이러스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의 이미지. 중앙포토.


코로나19와의 연관성도 거론된다. 질병청에 따르면 최소 20명의 급성간염 환자에게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국내 의심환자에게서도 아데노 바이러스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동시에 검출됐다. 코로나 방역 조치가 영향을 끼쳤을 거라는 주장도 일부에서 나왔다. 오랜 기간 사회적 거리 두기로 외부 노출이 줄면서 면역 체계가 약해져 바이러스에 더 강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추측이다.

다만, 방역 당국은 코로나19가 원인일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백신 접종이나 코로나19와의 관련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에서 신고된 1건은 아데노 바이러스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모두 검출된 사례인데, 이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볼 수 있을지 좀 더 판단해 봐야 될 문제"라고 말했다.

고홍 연대세브란스병원 소아소화기영양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건강한 아이들이 아데노 바이러스 단독 감염으로 급성 간부전이나 사망까지 가지는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라면서 "증상이 악화하는 경우는 대부분 중복 감염"이라고 말했다. 고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 등으로 인한 일시적인 면역 저하 상태에서 아데노 바이러스에 동반 감염 된다면, 건강한 아이들이 아데노 바이러스만 걸렸을 때 비해서 임상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복합적인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황달 생기면 반드시 검사받아 봐야"


WHO는 이번 아동 급성간염의 증상으로 복통·설사·구토·황달 등을 제시했다. 미국 CDC는 발열·피로·식욕부진·메스꺼움·관절 통증 등을 추가로 제시하며 부모들에게 자녀들의 증상을 잘 살펴볼 것을 권했다. 소변 색이 짙고, 대변 색이 흐린 것도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아동의 경우 성인보다 간염의 증상이 가벼운 편이지만, 중증인 경우에는 눈이나 입, 피부색이 노랗게 변하는 황달이나 경련이 나타난다고 말한다. 오석희 교수는 "황달이 있다면 반드시 이른 시일 내에 간 기능 검사와 의료진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발열, 복통 등이 있거나 아이가 쳐지거나 피곤함을 호소한다면 적극적으로 검사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고홍 교수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만큼 개인 위생 방역을 철저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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