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이후라면, '오거돈 성범죄' 실체가 밝혀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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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는 "경찰이 불구속 송치한 오OO 부산시장은 어떻게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됐을까?"라는 글이 올라왔다.
2020년 9월 부산지검 1차장검사로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강제추행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조재빈 인천지검 1차장검사가 작성한 글이었다.
그런데 조 차장검사에 따르면 부산경찰청은 2020년 8월 오 전 시장이 강제추행한 2명 중 1명의 사건과 관련해서는 혐의없음 불기소 의견을 달아 부산지검에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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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인 이의신청권' 삭제 비판
10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는 “경찰이 불구속 송치한 오OO 부산시장은 어떻게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됐을까?”라는 글이 올라왔다. 2020년 9월 부산지검 1차장검사로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강제추행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조재빈 인천지검 1차장검사가 작성한 글이었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이 사라지는데, 이는 오 전 시장 사례와 같은 권력형 성범죄 규명 실패로 이어진다고 조 차장검사는 우려했다.
오 전 시장은 시장 재직 중 부하직원 2명에 대한 강제추행과 추행미수, 강제추행치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2월 징역 3년형이 확정됐다. 그런데 조 차장검사에 따르면 부산경찰청은 2020년 8월 오 전 시장이 강제추행한 2명 중 1명의 사건과 관련해서는 혐의없음 불기소 의견을 달아 부산지검에 송치했다. 조 차장검사는 경찰 역시 직접 주거지를 방문해 설득하는 등 최선을 다했지만 신분노출을 두려워한 피해자 A씨가 조사를 거부한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인력을 강화해 수사에 나섰다. A씨의 과거 피해 풍문을 들었다는 부산시청 공무원, A씨의 동료와 인사과 담당자, ‘미투’ 의혹을 확인한 공무원 등을 전부 조사하고 차량 운행일지를 포함해 오 전 시장의 일정을 분석했다. 조 차장검사는 “A씨가 오 전 시장으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해 부산시청을 사직할 수밖에 없었다는 구체적인 정황을 확인했다”고 했다.
검찰은 A씨를 계속 설득하는 한편, 2차 피해 없이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A씨의 이메일과 클라우드 저장자료를 압수수색했다. A씨의 이메일에서는 그가 2018년 12월 3일쯤 집무실에서 오 전 시장이 강제추행을 하려는 상황이 녹음된 파일이 발견됐다. 검찰은 이 파일을 통해 오 전 시장이 지위를 이용해 반복적으로 권력형 성범죄를 저질렀음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핵심 증거가 발견되자 A씨도 설득에 응했다. A씨가 검찰에 임의제출한 휴대전화와 노트북에서는 오 전 시장이 2018년 11월 5일 관용차에서 옆자리에 앉은 A씨를 갑자기 강제추행한 내용이 발견됐다. A씨는 강제추행 이외에도 오 전 시장이 사적으로 연락해 성희롱적 발언을 했다는 사실까지 진술했다. 이는 오 전 시장의 무고 확인으로도 이어졌다. 오 전 시장은 본인의 ‘미투’ 의혹을 제기한 유튜브 운영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상태였다.
후일 법원은 오 전 시장을 향해 “직위를 이용해 ‘권력형 성폭력’을 저질렀다”고 했다. 당시 수사는 다행한 결론을 낳았지만,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조 차장검사는 우려했다. 조 차장검사는 “A씨 부분에 대해 관련자들의 진술이 충분하지 않으니 다시 조사해 보고 그 사실을 토대로 피해자를 다시 설득해 보라고 재수사를 요청하면, 경찰이 무용한 절차를 반복하라는 취지로 해석하고 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경우 종전까지는 고발인의 이의신청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되게 할 수 있었지만 오는 9월부터는 불가능하다.
조 차장검사는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통해 피해자 A씨에 대한 강제추행과 강제추행미수 혐의를 밝히지 못했다면, 다른 피해자에 대한 범행이 오 전 시장의 우발적이거나 일회적인 실수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았다”고 했다. 그는 “이제는 오 전 시장의 A씨에 대한 강제추행과 같은 실체를 밝힐 수 있는 기회는 영영 없어진 것”이라고 했다. 조 차장검사는 “권력형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처벌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인가요?”라고 반문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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