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희망대표' 13명 다둥이엄마가 尹대통령에 바라는 이것

신성식 2022. 5. 1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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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국민희망대표 다둥이 엄마 엄계숙씨(뒷줄 가운데)와 자녀들. 지난해 겨울에 가족이 모였다. 넥타이 맨 사람이 아버지 김석태 목사. 엄계숙씨 제공

"축하드립니다."
10일 오전 11시 다둥이 엄마 엄계숙(58)씨는 김건희 여사에게 이렇게 인사를 건넸다. 엄씨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받은 '국민희망대표' 20명 중 한 명이다. 윤 대통령 내외는 이날 각각 열명의 국민희망대표와 인사를 나눴다. 엄씨는 김건희 여사쪽에 배정됐다고 한다. 김 여사가 다가오자 축하 인사를 건넸고, 김 여사는 웃음으로 화답했다고 한다. 이후 대통령 부부와 국민희망대표 20명이 함께 단상에 올랐다.

엄씨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초청받은 사람들과 버스를 타고 9일 상경했다. 서울 여의도 호텔에서 묵고 10일 아침 일찍 취임식장으로 향했다.

10일 오후 경북으로 내려가는 버스를 탄 엄씨와 통화했다.

Q : 취임식에 초청받았는데.
A : 영광스런 자리에 초대받아 감사할 따름이다. 아마 (내가) 평범해서 초청받은 듯하다. 사회의 구석진 곳에서 관심을 받지 못하는 사람을 초청해줘서 감사하다.

Q : 왜 초청받은 것 같으냐.
A : 다자녀 가정이라서 그런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때도 초청받았는데, 지금 출산율(0.82명)이 당시(1.19명)보다 심각해졌다.
엄 씨는 이 전 대통령 취임식에는 남편 김석태(63) 목사와 13명의 아이와 함께 참석했다. 단상이 아니라 광장에 배정됐다. 식구가 너무 많아서 자리를 잘 잡지 못했다고 한다.

Q : 윤 대통령에게 바라는 건 뭔가.
A :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가정에서 아이들이 바른 인성을 갖게 양육할 수 있다. 이런 애들이 사회에 진출하면 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줬으면 한다. 아이가 우리의 미래이다. 우리의 아들·딸이라기보다 이 나라의 아들·딸이다. 아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10일 오전 경북 구미의 김 목사와 통화했다. 김 목사는 "우리 가정을 다룬 기사를 보고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에 경각심을 갖고 새로운 가치관을 가지면 좋겠다"며 "저출산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이 절실하다. 나라의 미래가 달렸다"고 말했다.

부부는 2011년 13남매(5남 8녀) 얘기를 담아 『사랑해 행복해 고마워』(생명의 말씀)라는 책을 냈다. 엄 씨는 "3640일, 내 몸에 다른 생명을 품고 살았던 날들이다. 열 달 내내 입덧을 했는데, 입덧이 뭔지도 몰랐다는 엄마들이 제일 부러웠다. 낳아도 낳아도 진통에 익숙해지지 않은지, 열셋째는 제왕절개 수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감사하다. 나에게 건강을 허락하고 열세명의 아이를 맡겨주셔서"라고 말했다.

엄계숙씨의 13명 자녀 모습. 2009년 2월에 첫째 빛나씨의 대학 졸업식 때 아버지 김석태 목사가 순서대로 줄을 세웠다. 김석태씨 제공


첫째 빛나는 벌써 35세가 돼 어엿한 직장인이 됐다. 막내 온새미(15)는 중학생이다. 넷째와 다섯째는 1995년 1월, 12월에 태어나 한국 나이가 같다. 13명 양육과정에서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았다. 셋째부터 열째까지 8명이 한꺼번에 수두에 걸렸고, 다섯째 들이가 골뱅이를 잡다 수로에 빠져 사경을 헤맨 적이 있다.

엄 씨 부부는 아이들의 인성교육에 집중했다고 한다. 엄 씨는 "공부보다는 아이의 재능을 살렸다. 미술·음악·체육에 재능이 있으면 그걸 키워주고, 공부에 관심 있으면 그걸 밀어준다"며 "미술·음악 학원에 보낸 적은 있지만, 보습학원에는 보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그랬더니 애들이 자기 재능대로 대학을 가고, 취업한다"고 덧붙였다.

엄 씨는 "시골이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양육비가 많이 들지 않는다. 대학 학비가 문제인데, 아이들이 농협 장학금, 국가장학금을 받았고 방학 때는 근로 장학금을 보탰다"며 "취업한 애들이 생활비를 보태고 동생을 돕는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자녀를 낳은 후 (어떻게 자랄지) 걱정한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식비 등이 당연히 많이 들지만 넉넉하지 않더라도 있는 대로 먹이고 키운다"고 말했다.

신성식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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