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경내 전면 개방 첫날, 무료 관람권에 벌써 웃돈이 붙었다고?!
윤석열 대통령 취임과 함께 대선 공약인 '청와대 전면 개방'이 시작됐습니다. 대통령직 인수 단계에서 청와대 개방 관련 안보 및 시민 교통 불편 문제와 불통 논란 등 잡음도 적지 않았지만, 10일 정오부터 청와대 경내는 74년 만에 국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됐습니다. 이에 앞선 같은 날 오전 6시30분부터는 북악산 등산로도 54년 만에 개방됐고요.
개방일에 맞춰 지난달 27일부터 접수된 청와대 관람신청은 3일 만에 112만 건이 넘었습니다. 현재는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회당 6500명 씩 6번 입장을 받고 있습니다. 일단 22일까지 관람객을 수용하고, 23일부터의 개방 계획은 미정이라고 하네요. 이날은 사전 신청에 당첨된 2만6000명이 청와대 권역을 둘러보게 됩니다.
이번 개방을 맞아 청와대부터 시청역과 남산타워, 충무로역을 잇는 순환버스 노선도 신설돼 2일부터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경사가 가파른 북악산 등산로에는 데크와 계단이 철거돼 등산객들이 오르기 좋도록 환경을 개선했고요. 개방 행사 진행 기간인 22일까지는 경복궁역-광화문역-안국역을 지나는 3호선과 5호선 전동차 수를 늘려 늘어나는 관광객들을 감당하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계획입니다.
윤보선 전 대통령 시절만 해도 국민들이 드나들었던 청와대는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일어난 1·21 사태, 이른바 '김신조 사건' 이후 문을 서서히 걸어 잠그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 폐쇄된 북악산 등산로 검문소가 생긴 것도 이 사건 때문입니다. 군사 독재가 끝나고 1988년 첫 직접 선거로 당선된 노태우 전 대통령이 청와대 개방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을 만큼, 일각에서 청와대의 이미지가 폐쇄적으로 굳어지게 된 것도 사실이고요.
김영삼 전 대통령 때는 김신조 사건 당시 청와대 앞 도로를 막고 설치한 바리케이드를 철거하고 인왕산 등산로를 열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개인과 외국인에게도 청와대를 개방했어요.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경복궁 북문인 신무문을 열고, 북악산 등산로도 일부 열었습니다. 다만 이때는 청와대를 통해 북악산으로 올라갈 수는 없었어요. 점점 열려가던 청와대의 문이 다시 닫힌 건 '국정농단' 사태 이후였습니다.
다음 정권을 잡은 문재인 전 대통령은 청와대 앞길 야간 검문을 폐지하고 청와대 뒷길의 북악산 남측 면도 국민들에게 돌려줬습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많은 전 대통령들의 공약이자 숙원이던 청와대 개방을 성사시켰고요. 마지막까지 국민 찬반 여론이 극렬히 갈렸지만, 어쨌든 청와대를 거쳐 한양 도성을 구경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습니다.
다만 무료인 청와대 관람 티켓이 벌써부터 온라인에서 프리미엄이 붙은 채 거래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당첨된 사람은 신분증 및 검문 없이 입장 가능하다'라는 조항이 악용되고 있는 사례입니다. 당첨 티켓만 있으면 당첨자가 직접 입장하는지 확인하지 않으니 웃돈 거래도 막을 길이 없는 거죠. 청와대 관람권 웃돈 거래가 논란이 되자 센터는 세계일보에 "온라인 거래로 구입한 관람권은 절대 사용할 수 없다"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당첨자가 직접 오지 못할 경우 가족관계증명서와 신분증을 지참한 당첨자의 가족만 입장할 수 있다는 건데요. 하지만 이는 신분증을 검사하지 않겠다는 당초의 입장과 배치되는 데다가, 현실적으로 이를 일일이 검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청와대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 주겠다'라는 개방 취지를 퇴색케 하는 부정 거래를 단속할 대책이 필요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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