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취임일에 김정은, 푸틴에 축전 공개.."적대 세력 근원적 제거"

정영교 2022. 5. 1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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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4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에 앞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러시아의 '전승절'(2차 세계대전 종전기념일)을 맞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냈다고 10일 북한 관영 매체들이 보도했다. 이날 한국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며 자유와 인권, 북한 비핵화 및 세계적 연대를 강조한 가운데 북·러는 연일 밀착하며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 진영의 연합에 맞서려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축전에서 "러시아의 위대한 조국전쟁승리기념일에 즈음하여 가장 열렬한 축하와 따뜻한 인사를 보낸다"며 "러시아 인민은 영웅주의와 희생성을 발휘해 파시즘을 격멸하는 정의의 대전에서 위대한 승리를 이룩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전략적이며 전통적인 조러(북·러) 친선관계가 시대적 요구와 두 나라 인민들의 근본 이익에 부합되게 끊임없이 강화 발전되리라고 확신한다"면서 러시아와의 친선 관계를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축전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적대세력들의 정치·군사적 위협과 공갈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고 나라의 존엄과 평화와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러시아 인민의 위업에 굳은 연대를 보낸다"면서 현 상황에서 러시아에 대한 지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북한은 그간 외무성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두둔하는 메시지를 발신해 왔지만, 김 위원장이 직접 러시아 챙기기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북·러는 상대국의 주요 기념일마다 축전을 보내며 친선을 과시했는데, 최근 들어 북한은 러시아에 대한 지지 입장을 수시로 밝히며 한 걸음 더 다가가는 모습을 보였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3년 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처음 회담했던 지난달 25일에도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전통적인 조러(북러) 친선'이란 제하 논설을 통해 러시아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여기엔 북한과 러시아 모두 서방의 제재 등에 맞서기 위해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오는 11일(현지시간) 오후 3시에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안보리 긴급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하지만 5월 안보리 의장국인 미국이 추가 대북제재를 추진하더라도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결의안 채택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미국과 장기전을 준비하는 북한이 대놓고 '뒷배' 러시아 챙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기본적으로 미국과 장기전이라는 목표 하에 대외 관계를 바라보고 있다"며 "외교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러시아와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면서 향후 미국에 대한 외교적 대응력을 다져 두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러시아 입장에서도 국제사회의 우군 하나가 아쉬운 처지에 놓여있기 때문에 양쪽 모두 밀착 강화의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 '공공의 적'이 된 러시아와 핵·미사일 도발로 고립을 자처한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며 "미국과 서방이라는 공동의 적을 두고 양국 간 우호 관계와 협력 기조를 확고히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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