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감싸며 모순적 '비토'..중·러 망신 주려 꺼낸 美히든카드

정진우 2022. 5. 10.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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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무력 도발에 추가 대북 제재로 대응하겠다고 재확인했다. 미국이 이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이란 점을 활용해 공전하는 추가 대북 제재 논의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유엔 안보리는 세계 최고의 장이며, 평화와 안보의 위협을 다루기 위해 설립됐다”며 “안보리에서 추진 중인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는 동맹 및 파트너들과 유엔에서 이 문제에 대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대북 제재에 거부권 행사로 일관하고 있는 중·러에 맞선 동맹 규합 필요성을 강조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10일 “한·미·일 3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안보리 공개회의 소집을 요청했고, 한국은 직접적인 이해당사국으로 이번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며 “안보리 잠정 의사규칙 제37조에 따라 이해당사국은 표결권은 주어지지 않지만 이사국이 아니어도 관련 토의에 참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추가 대북 제재' 드라이브 거는 美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오는 11일 안보리 공개회의에서 북한에 대한 추가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은 오는 11일 안보리 공개회의를 시작으로 추가 대북 제재를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회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목적으로, 미국이 회의 소집을 요청한 이후 의장국 자격으로 관련 일정을 ‘셀프 확정’했다. 이 자리에선 지난 7일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추정 탄도미사일 발사 및 고조되는 핵실험 우려 등에 대한 공개 토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또 프라이스 대변인이 언급한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해당 결의안은 북한이 ICBM을 시험 발사한 이튿날인 지난 3월 25일 미국이 초안을 마련해 안보리에서 제안했다. 북한의 원유·정제유 허용량을 현재의 절반 규모로 줄이는 게 핵심이다.


중·러 5년 전 입장 뒤집는 모순적 '비토'


미국이 제안한 새 대북제재 결의엔 북한의 수입 금지 대상에 담배를 포함하는 내용이 담겼다. 애연가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고려한 '맞춤형 제재'인 셈이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결의안이 통과될 경우 북한은 원유의 경우 연간 200만 배럴, 정제유는 25만 배럴 이상 공급받을 수 없다. 새 결의안엔 북한의 미사일 발사 금지 조치 범위를 탄도미사일에서 ‘순항미사일을 포함해 핵무기를 운송할 수 있는 모든 수송시스템’으로 확대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북한의 전술핵 투발 수단 다양화 시도를 겨냥한 조치다. 또 손목시계와 담배 등을 수입 금지 대상에 포함하는 이른바 ‘김정은 맞춤형’ 제재도 신설했다.

특히 원유·정제유 허용량 축소는 2017년 북한이 화성-15형 ICBM을 발사했을 당시의 대북 제재에 담긴 ‘트리거 조항’을 적용한 것이다. 북한이 추가로 ICBM을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할 경우 자동으로 적용되는 추가 제재란 의미다. 5년 전 안보리에서 결의 채택을 통해 합의한 내용이다. 그럼에도 중·러는 이제 와 이를 반대하는 모순된 결정을 내렸고, 추가 대북 제재 논의는 50일 가까이 진전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지난 3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ICBM을 발사했다. 이에 미국은 유엔 안보리 차원의 추가 대북 제재 결의를 제안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에 막혀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유엔 안보리에서 P5(5개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은 절대적이다. 안보리 의장국인 미국이 아무리 노력해도 현실적으로 상임이사국인 중·러의 거부권 행사를 막을 방법은 없다.

이에 미국이 꺼낸 ‘히든 카드’는 안건 토론이다. 지난달 26일 미국 주도로 채택한 새 결의에 따라 상임이사국 중 누구라도 거부권을 발동할 경우 10일 안에 유엔 총회는 관련된 안건 토론을 열어야 한다.


중·러 망신주기 '안건 토론' 결의


사진은 지난 3월 장쥔 중국 유엔대사가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공개 회의에서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관련해 발언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안건 토론에선 비토권을 행사한 상임이사국에 우선 발언권이 주어진다. 이에 따라 중·러는 북한이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심지어 5년 전에는 찬성했던 북한 원유·정제유 허용량 축소에 반대하는 정당성과 명분을 설명해야 하는 외교적 부담을 떠안게 된다. 그렇다고 비토권 행사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안건토론 의무화 자체가 중·러를 저격하는 ‘name and shame(공개적 망신주기)’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중국의 경우 거부권 행사로 북한을 감싸는 행위는 그간 스스로 강조해 온 ‘유엔 중심의 국제질서 수호’ 원칙에 역행하는 태도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보아오 아시아포럼 2022' 연차총회 개막식에서 다자주의 수호를 강조하며 “유엔 헌장의 취지와 원칙을 꾸준히 준수하고 독자주의를 반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에선 다자주의 수호와는 거리가 먼 결정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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