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선 2배 늘렸는데 왜 더 비싸졌나..항공권값 '어둠의 비밀'
[이슈분석]
요즘 해외여행을 위해 항공권을 알아보던 사람들 대부분은 이런 의문을 갖게 된다. 자고 나면 항공권값이 오른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초 '국제선 단계적 일상회복 방안'을 발표하면서 5월부터 국제선 공급량을 늘리겠다고 했다. 실제로 시간당 10회로 제한됐던 인천공항의 도착 편수는 이달부터 20회로 늘었다. 공급량이 2배가 됐고, 7월부터는 30회로 증가한다.
그런데도 왜 항공권값은 떨어지지 않을까. 한마디로 수요는 급증하는데 공급이 못 따라주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안팎에선 공급 부족의 가장 큰 원인으로 방역당국이 인천공항에 설정해 놓은 '비행금지 시간(커퓨, curfew)'을 꼽고 있다.
인천공항, 밤 8시~새벽 5시 운항금지
10일 인천공항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인천공항의 커퓨는 2020년 4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설정됐으며, 시간대는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다. 야간에 9시간 동안 항공기 이착륙이 전면 금지된다는 의미다.
인천공항은 코로나 이전엔 커퓨 없이 24시간 운영이 가능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을 보면 현재 커퓨 시간대 운항비중이 23%가량 된다"고 말했다. 많을 땐 40%에 육박했다고 한다.
현재 일부 예외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국제선은 인천공항에서만 뜨고 내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급량을 늘렸다고 해도 주간에만 해당되는 탓에 항공사들도 비행편 운영에 애로를 겪고 있다. 야간 시간대에 뜨고 내리던 항공편이 막혔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새벽에 미주에서 들어오는 항공편이 많아지면 아침에 동남아로 출발하는 연결편 판매가 수월해지는 등 여러 이점이 있고, 공급을 늘리기도 용이하다"고 말했다.
항공사, "커퓨 풀면 공급 증가 쉬워"
김석완 티웨이항공 상무도 "아직도 매월 항공사가 운항하고 싶은 노선과 횟수를 신청하면 국토부가 방역당국과 협의 후에 항공사별로 허가를 해주는데 아주 적은 양만 허가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인천공항의 항공기 운항에 제약이 계속될수록 공급난은 쉽게 풀리기 어렵다는 얘기가 된다. 이 때문에 항공업계, 관광업계 등에선 방역당국이 적극적으로 커퓨를 해제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의 김주심 해외출입국관리팀장은 "우리가 커퓨 해제를 막는 게 아니다"라며 "국토부와 협의 때 시간당 슬롯 증편과 커퓨 단축 중 하나를 먼저 하자는 식으로 얘기가 됐으며, 현재 국토부 계획에 따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김남균 국토부 국제항공과장은 "둘 중 하나를 먼저 선택하자는 논의는 전혀 없었다"며 "인천공항의 항공편을 늘리고 환승을 활성화기 위해서라도 야간 커퓨는 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커퓨 놓고 질병청·국토부 다른 말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사이 결국 피해는 항공업계와 여행객들이 본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일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관광산업위원회의 발표자료를 보면 우리 항공사의 국제선 공급력 순위는 2019년 19위에서 올해는 46위로 급락했다.
게다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국가가 조만간 코로나 이전의 90%대까지 공급력을 회복할 전망인 반면 우리나라는 올해 말에 50%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항공 경쟁력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비행기 값 역시 비싸진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은 "국제적으로 코로나로부터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글로벌 흐름에 뒤처지는 느낌"이라며 "방역당국이 과도한 규제만 풀어줘도 항공업계와 여행업계는 신속하게 회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항과 항공업계에선 입국 검역 절차의 간소화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주요 국가에선 대부분 입국절차를 간소화한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입국 전·후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해야 하고, 백신을 맞지 않은 미성년 자녀는 자가격리가 의무다.
항공업계 "입국 관련 절차 간소화를"
PCR 검사비 부담도 작지 않은 데다 자녀 자가격리까지 더해지면서 여행수요 자체를 줄이는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이다. 인천공항에 따르면 입국 소요시간도 40~60분으로 다른 나라보다 길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조차도 입국 관련 규제를 많이 없앴다"며 "우리의 방역정책이 효과적인 것인지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당분간 PCR 검사 등 입국 검역절차는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질병관리청 김주심 팀장은 "새로운 코로나 변이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서 PCR 음성증명서는 아직 유지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형중 한국항공협회장(한국공항공사 사장)은 "올여름 휴가철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수요회복을 위해 입국 전 PCR 검사 해제와 입국 전후 PCR검사를 신속항원검사(RAT)로 대체하는 등의 한발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황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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