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22주에 500g 초극소미숙아..'생존율 20%' 하진이 기적

이에스더 2022. 5. 10.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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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초극소 미숙아로 태어난 하진이의 생후 2주차 모습(왼쪽)과 지난 5월 9일 6Kg으로 건강하게 성장한 하진이의 첫 번째 외래 진료 시 모습(오른쪽)

어린이날을 이틀 앞둔 지난 3일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특별한 아기가 퇴원했다. 임신 22주에 500g 초극소 미숙아로 태어나 5번의 수술과 300일간의 입원 치료를 이겨낸 조하진 아기다.

병원에 따르면 하진이의 엄마(32)는 첫째를 만삭으로 출산했고, 특별한 지병이 없었다. 임신 중에도 특별한 일 없이 건강했다. 그러다 하진이가 임신 22주차 되던 지난해 7월, 갑작스러운 태반조기박리가 발생했다. 산모는 혈압과 의식 저하 증상을 보였고, 태아는 심장박동 수가 급격히 떨어졌다. 하진이는 22주 5일만에 응급 제왕절개로 태어났다.

출생 당시 하진이는 생존 가능선 경계에 놓여있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생아의 생존능력을 생명의 징후인 심박동, 제대의 박동, 자발적 근육 움직임과 함께 임신 22주 이상이거나, 체중 500g 이상일 때로 정의한다. 전문가들은 하진이와 같은 초극소미숙아의 생존율을 20% 미만으로 본다.

출산 이후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하진이는 응급 상황에서 태어나 조기 분만 전 미숙아의 폐 성숙을 위해 투여하는 산전 스테로이드조차 투여되지 못했다. 출생 시, 울음이나 움직임 등도 거의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출생 직후 기관삽관, 계면활성제 투여 및 인공호흡기 등 호흡을 위한 치료 등이 이어졌다. 의료진들의 노력에 보답하는 듯 아기는 잘 견뎌냈다.

퇴원을 앞두고 입원치료중인 하진이와 주치의 성현정교수(왼쪽), 보호자(오른쪽)


그러던 생후 2주차 괴사성 장염이 찾아왔고, 장천공 수술과 장루 복원 수술 등을 받게 됐다. 또 출생 전에는 반드시 열려 있어야 하고, 출생 직후에는 닫혀야 하는 대동맥과 폐동맥 사이의 관이 닫히지 않아, 이를 치료하기 위해 동맥관 개존증 수술을 받아야 했다. 하진이는 자그마한 몸으로 총 5번의 수술을 이겨냈다.

고비가 많았다. 폐 성숙이 잘 안 되는 상황에 많은 수술을 거쳤고, 패혈증마저 찾아와 기관에 관을 꽂았다 뺐다 하는 일이 반복됐다. 또 기계에 호흡을 의존하는 기간이 길어지며 하진이에게 심한 폐동맥 고혈압이 발생했다. 회복을 위해 10개월 넘는 기간 동안 서유미, 오문연, 성현정 교수와 수많은 전공의를 비롯,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팀 모두는 정성과 사랑으로 하진이를 돌보았다.

하진이의 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소아청소년과 윤영아 교수는 “하진이는 탄생부터 여러 번의 고비가 있었다. 특히, 생후 2주에 괴사성 장염으로 인한 장천공 수술 시, 바이털(신체활력징후)이 유지되지 않았을 때의 위급한 상황은 잊지 못할 것 같다” 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하진이를 보면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이라는 노래의 가사가 생각난다. 정말 많은 사랑을 받고 신생아 중환자실을 퇴원하는 하진이가 기특하고 대견하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신저가 되도록 힘차게 살아가길 응원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하진이의 부모는 “출산 직후 산모의 갑작스러운 혈압, 의식저하로 엄마가 외과중환자실로 옮겨졌던 위급 상황에서도 하진이 곁에 의료진들이 있어 아기가 고비를 잘 이겨낸 거 같다” 라며, “300일간의 여정에 하진이를 위해 밤, 낮으로 함께 해주신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팀과 많은 의료진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하진이가 많은 분께 희망과 용기를 주는 아기가 되도록 잘 키우겠다”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지난 5월 9일 하진이와 가족, 주치의 소아청소년과 윤영아 교수(맨 오른쪽)가 첫 번째 외래 진료 후 기념사진을 찍었다


하진이는 현재 6kg 까지 잘 성장해 건강하게 퇴원했다. 산소치료 등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 외래진료를 통해 소아청소년과, 재활의학과 등에서 성장 발달 평가 등을 하며 계속 추적 관찰할 예정이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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