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쓰레기로 얼룩진 '민주주의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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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억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각 후보자들의 선거 공보물을 책자형으로 2억9000만부, 전단형 1억850만부, 점자형 97만부 등 총 4억부를 만들어 배포했다.
선거가 끝나면 모두 소각 대상인 쓰레기들로 전락한다.
선거 시 잠깐 사용된 홍보물은 대부분 쓰레기로 버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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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억부. 베스트셀러 얘기가 아니다. 두 달전 치러진 제20대 대통령선거때 집집마다 배달된 선거 공보물의 발행 부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각 후보자들의 선거 공보물을 책자형으로 2억9000만부, 전단형 1억850만부, 점자형 97만부 등 총 4억부를 만들어 배포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의 판매 부수와 맞먹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양이다. 안타깝게도 해리포터와 달리 내용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봉투를 뜯어 보지도 않고 통채로 버리는 이들도 상당수다. 들여다본다 해도 곧바로 쓰레기통으로 내던져진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전국 곳곳에 붙어있던 후보자 14명의 벽보를 한데 모아 펼치면 그 길이가 848㎞에 이른다. 가로 10m(세로 0.8m)로 제작돼 전국 8만4884곳에 붙여진 걸 감안한 수치다. 서울과 부산을 잇는 도로를 왕복으로 깔고도 남을 정도의 양이다. 각 정당에서 내거는 현수막까지 포함하면 선거 홍보물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선거가 끝나면 모두 소각 대상인 쓰레기들로 전락한다. 환경단체들이 선거를 ‘쓰레기 정책의 사각지대’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선거 시 잠깐 사용된 홍보물은 대부분 쓰레기로 버려진다. 처치 곤란은 물론이고 제작·소각하는 과장에서 대량의 온실가스도 배출한다. 특히 현수막은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 배출돼 소각도 쉽지 않다. 플라스틱 합성섬유가 주성분이라 매립해도 거의 썩지 않는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선관위는 지난 대선 과장에서 벽보나 공보물을 만들고 투·개표를 관리하는 비용으로 2662억원을 사용했다. 정당 선거보조금(465억원)과 후보자 보전비용(1083억원)을 제외한 금액이다. 모두 국민의 세금이다.
쓰레기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관련법을 개정하자는 목소리가 높지만 법은 거꾸로 가는 모양새다. 2005년 후보들의 선거사무소에 부착하는 현수막의 규격이 관련법에서 삭제돼 지금은 고층 건물을 뒤덮을 정도로 사이즈가 커졌다. 2010년엔 4개 이내로 가능했던 선거사무소 현수막의 개수 제한이 아예 사라졌다. 2018년엔 선거구 읍·면·동에 현수막을 각 1개씩만 게시할 수 있었던 규정이 2배로 확대됐다. 선거를 거듭할수록 동네에 걸려있는 현수막 개수가 늘어나는 이유다.
3주 뒤면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지방선거는 선출 대상이 대선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교육감, 광역·기초자치단체장, 지역구 광역·기초의원, 비례대표 광역·기초의원 등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다. 홍보물은 그만큼 더 늘어날 테고, 엄청난 양의 선거 쓰레기가 또 한번 거리를 휩쓸고 지나갈 게 뻔하다. 벽보와 현수막은 과거 60~70년대 선거 홍보 수단이 제한적이었을 때 사용했던 수단이다. 홍보 효과도 미미할 뿐더러 재활용 과정에도 환경오염과 비용을 초래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폐기 수순을 밟는게 바람직해 보인다. 입법을 통해 현수막 사용을 최소화하거나 금지하고, 벽보와 공보물은 재생 종이로 만들거나 온라인 공보물로 전환할 필요성이 있다.국민들의 세금으로 치러지는 선거가 ‘쓰레기 선거’가 아닌 ‘친환경 선거’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말이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통해 ‘쓰레기 정치인’은 물론이고 구시대적인 벽보와 현수막도도 함께 몰아내는 청소의 장을 만들어가는 건 어떨까.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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