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경영] '란체스터 법칙'을 어긴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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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공전에서 연이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군사학 법칙 중 하나로 '란체스터 법칙'이 있다.
러시아가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해 국경지대에 15만명 규모의 병력을 집결했다는 소식이 나올 때부터 군사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이 란체스터 법칙을 어기고 지나치게 적은 병력을 소집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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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최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공전에서 연이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군사학 법칙 중 하나로 ‘란체스터 법칙’이 있다. 란체스터 법칙은 1916년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항공학자인 프레드릭 란체스터가 개발한 것으로 현대전의 기본 공식 중 하나로 유명하다.
이 법칙의 골자는 무기의 질적인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병력끼리 전투를 벌일 경우, 양군의 전력 격차는 실제 수적인 격차의 제곱으로 계산된다는 공식이다. 간단히 표현하면, 다른 조건이 동일한 아군 전투기 10대와 적군 전투기 6대가 맞붙으면 아군 전투기 4대가 남는 것이 아니라 8대가 생존할 수 있으며, 적군은 전멸한다는 계산이다.
러시아가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해 국경지대에 15만명 규모의 병력을 집결했다는 소식이 나올 때부터 군사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이 란체스터 법칙을 어기고 지나치게 적은 병력을 소집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전군이 20만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보다 5만명이나 적은 15만 병력만 집결한 데다 이마저도 3개 방면으로 분산해 공격했기 때문이다.
러시아군의 이런 자신감은 세계 2위 규모를 자부하는 공군력을 믿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작 러시아 전투기들은 제대로 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현재까지도 건재하며,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방공망도 파괴하지 못해 폴란드에서 철도로 넘어오는 서방의 대규모 군수지원 물자들을 전혀 막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로 진입한 러시아군의 중화기 장비들도 예상과 달리 형편없었다. 러시아군의 선봉에 선 탱크들은 최신예 탱크들이 아닌 옛 소련제 구형 탱크들이었다. 1980년대에 개발된 구형 대전차 미사일인 미국의 재블린 미사일로도 격파당할 수준이었다. 우크라이나로 서방의 각종 무기지원이 이어지면서 양국 간 장비 격차는 큰 의미가 없어졌고, 란체스터의 법칙은 이번 전쟁에 제대로 적용됐다는 평가다.
기초적인 상식마저 어기고 있는 러시아군의 졸전에는 군부를 견제하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의 심리가 함께하고 있다는 분석들도 나온다. 옛 소련시절 군대 감시기구였던 연방보안국(KGB) 출신인 푸틴 대통령의 군부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칫 이번 전쟁에서 전쟁영웅이 탄생할 경우, 새로운 영웅에게 쏠릴 국민적 인기는 그대로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푸틴 대통령이 군대 경험이 전무한 건설기사 출신의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계속 기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해석들도 나온다. 결국 무참하게 패배해서도 안되고, 완벽하게 승리해서도 안되는 독재자의 전쟁에서 수많은 우크라이나 국민들과 러시아 군인들의 피가 흘러넘치고 있는 셈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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