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용산 개발, 청사진부터 제대로 그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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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가 아닌 국방부 지하벙커에서 합동참모본부의 보고로 첫 임기를 시작했다는 소식은 아직 낯설다.
어쨌건 우여곡절을 겪었던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시대'는 시작됐다.
새 정부는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에 많은 함의를 담았다.
이 때문에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용산이 도시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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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두환 트렌드 매니징에디터]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가 아닌 국방부 지하벙커에서 합동참모본부의 보고로 첫 임기를 시작했다는 소식은 아직 낯설다. 여전히 이리 다급할 필요가 있었나 싶은 생각이다. 어쨌건 우여곡절을 겪었던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시대'는 시작됐다.
새 정부는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에 많은 함의를 담았다. 외부와 '단절'된 제왕적 대통령의 꼬리표를 떼고 국민과 '소통'하는 정부의 상징으로 삼았다.
용산은 수도 서울의 성장 과정에서는 '아픈 손가락'이다. 서울 중심부라는 지리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도심과 강남이라는 두 중심축에 밀려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방치돼 왔다. 이 때문에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용산이 도시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낳고 있다.
그런데 국민 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선 대통령 집무실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복잡하다. 수도 서울의 중심축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기대감 못지 않게 보안, 경호 등의 문제로 주민들의 삶이 불편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 보인다. 74년의 청와대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서촌·북촌 등 주변 지역 주민들이 아쉬움 보다는 새로운 개발에 대한 기대감에 들뜬 모습과도 대비된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단순한 정치 이벤트라는 비판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도시의 성장과 연결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계기로 과거 한 차례 좌초됐던 용산 국제 업무 중심지구 조성 프로젝트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06년 추진됐던 이 프로젝트는 용산구 일대 52만㎡의 부지에 업무, 주거, 상업 등이 포함된 대규모 복합 개발 계획을 담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사업이 좌초됐었다.
다행이 용산은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다양한 미완의 인프라를 품고 있다. 895만㎡에 달하는 주한미군기지를 품고 있다. 다양한 철도와 지하철 역이 모이는 사통팔달의 교통 결절지이기도 하다. 옛 용산국제업무지구 조성예정지 등 크고 작은 유휴부지도 산재해 있다. 노후 주택가에 대한 정비 사업 필요성도 높다. 개발이 더뎠던 만큼 오히려 새로운 그림을 그릴 여백이 많은 셈이다.
결국 새 정부의 과제는 이같은 여백에 제대로 된 밑그림을 그리는 일이다. 서울 안에 '용산'이라는 새로운 도시를 설계한다는 보다 큰 그림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도심, 강남, 여의도 등 기존의 중심지들의 물리적, 기능적 한계를 분석하고 서울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릴 미래 지향적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각계 각층의 전문가들의 지혜를 빌리고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가능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경계해야 할 것은 시장에 줄 잘못된 시그널이다. 이미 용산 일대 부동산 시장은 개발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이 같은 투기 심리를 방치할 경우 용산은 제대로 된 개발 이전에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만다. 그렇기에 당장 급하다고 집 몇 채 지을 수 있는 주택 공급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섣부른 정책 결정은 금물이다.
시간에 쫓겨 용산의 밑그림을 잘못 그리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된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의제이기 때문이다. 새 정부 임기 5년이 오롯이 걸려도 좋다. 제대로 된 '용산 시대'의 청사진만 그려낼 수 있다면 결코 그 시간이 아깝지 않다.
정두환 트렌드 매니징에디터 dhjung6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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