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첫 출근길..빨간옷 주민 '헬로 프레지던트' 팻말 들었다

채혜선 2022. 5. 1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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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리는 제20대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위해 서울 서초구 자택을 나서며 주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펜스 밀지 마십시오.” “통로를 확보해주십시오.”

윤석열 대통령이 제20대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10일 오전 첫 출근을 앞두고 자택 주변 곳곳에서는 경찰의 이런 안내가 들려왔다. 윤 대통령 출근 시간이 다가오자 지지자와 인근 주민 수백여 명이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로 몰려들면서다. 무전기 4개를 가슴에 차고 있던 한 경찰관은 “실시간 (자택 주변) 상황을 한꺼번에 듣기 위해 이런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 첫 출근길 어땠나


윤 대통령 취임 날인 10일 윤 대통령 자택 앞에서 만난 지지자 배기순씨. 채혜선 기자
경찰이 이날 안전을 위해 설치한 철제 울타리 앞에 선 한 여성은 “온통 난리다. 난리”라며 한숨을 쉬었다. 아크로비스타 인근 아파트에 산다는 주민 김모씨는 “윤 대통령의 첫 출근만큼은 직접 보고 싶어 1시간 정도 기다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나 경찰이 뒤섞인 현장을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은 이들도 적지 않았다.

빨간색으로 옷을 맞춰 입고 나온 인근 주민 배기순(67·여)씨는 “출근하는 윤 대통령을 보기 위해 오전 7시 30분부터 나와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지나는 길목에 자리를 잡은 배씨는 윤 대통령이 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전날(9일) 피켓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가 들고 있던 피켓에는 “Hello, Mr. President 尹(윤)석열. 健康(건강)하십시오. 이웃 老人(노인)”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배씨는 “윤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주길 바란다”며 웃었다.


철제 울타리 설치…자택 주변 경비 강화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리는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자택을 나서 차량에 오르고 있다. 뉴스1
윤 대통령 출근 시간으로 알려진 오전 10시가 임박하면서 아크로비스타 안팎 경비는 더욱 강화한 분위기였다. 아크로비스타 정문 출입구로 들어가려고 하자 검은 양복을 입은 한 남성은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증표를 보여달라”고 말했다. 아크로비스타 주민인 70대 박모씨는 “오늘은 평소와 달리 아이 등하교 차량도 출입구에 댈 수 없도록 통제해 후문 쪽으로 돌아가야 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윤 대통령 자택 주변이 지지자 등으로 붐빌 것에 대비해 아크로비스타 출입구 주변 등에 철제 울타리를 설치했다. 철제 울타리에는 “질서유지선을 지켜달라”는 경찰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날 윤 대통령 경호 등에 투입된 관련 인력은 300여명이 넘는다고 한다. 현장에 있던 한 경찰 관계자는 “경비·교통·정보 등 인근 경찰서 인력이 전부 동원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취임 축하 현수막은 사진 명소


윤석열 대통령 취임 축하 현수막 앞에서 주민들이 인증샷을 남기고 있다. 채혜선 기자
윤 대통령이 사는 아크로비스타 주민들은 이날 윤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는 피켓 40개와 현수막 4개를 준비했다고 한다. 피켓에는 ‘윤석열 대통령님 좋은 나라 만들어주세요’ ‘토리(반려견 이름)아빠 화이팅!’ 등과 같은 문구가 있었다.

검은색으로 옷 색깔을 맞춘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이날 오전 9시 50분쯤 자택에서 걸어 나왔다. 이른 아침부터 자신을 기다리던 지지자 등을 본 윤 대통령은 이들에게 주먹 인사로 화답했다. 김 여사는 “너무 예쁘다” “너무 참하다”는 말이 들려오자 여러 번 목례했다. 경호 차량 앞에 멈춰선 윤 대통령은 지지자를 향해 “감사합니다”라고 허리 숙여 인사한 뒤 차량에 탑승했다. 자택에서 나선 지 약 3분 만이다.

윤 대통령이 떠났지만 현장 열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일부 시민은 “경축. 제20대 대통령 취임”이라는 문구가 쓰인 현수막 앞에서 삼삼오오 모여 인증샷을 찍었다. 동대표 정원헌(70)씨는 “한 달 넘게 주민들과 이날 취임 행사를 준비했다”며 “윤 대통령과 같은 곳에 살아 영광”이라고 말했다.


출퇴근 대통령…직장인은 걱정?


윤석열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자택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윤 대통령은 새 관저인 서울 한남동 외교장관 공관이 리모델링을 마칠 때까지 한동안 서초동 자택에서 출퇴근할 예정이다. 청와대 시대가 막을 내린 데 따른 첫 출퇴근 대통령인 셈이다.

윤 대통령의 출퇴근길과 동선이 겹치는 일부 직장인은 교통 체증 등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권모(36)씨는 “매일 눈치 게임 해서 ‘꽝’에 걸리라는 것도 아니고 대통령이 지나는 동선을 미리 공개해 알아서 피해갈 수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모(29)씨는 “윤 대통령이 내가 다니는 한강대교로만 안 오면 좋겠다. 여기는 평소에도 ‘헬게이트’”라며 답답해했다.

윤 대통령의 통행이 차량 흐름 등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이윤환(32)씨는 “윤 대통령의 통의동 출근 때도 인근이 차로 막힌다는 생각은 못 해봤다”며 “빨리 지나가는 게 차라리 편하다”고 말했다.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의 출퇴근이 과도한 불편으로 판단되지 않는다”며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면밀하게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박건 기자 park.k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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