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취임]산업계 "규제 철폐와 지원책으로 경영 환경 개선 기대"
신산업 세제·노동 규제철폐, 국제통상 경쟁력 확보 시급
탄소저감 사업 금융지원 체계 개선해 투자 유도해야
[아시아경제 유현석 기자, 문채석 기자]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산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취임 전부터 기업 친화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혀서다. 업계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규제를 철폐하고 다양한 지원책을 달라고 요청했다.
10일 0시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지하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군 통수권을 이양받고, 합동참모본부로부터 대비 태세를 보고 받는 것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전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국정 과제에 "성장은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는 정부가 해야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을 잘 구분해야 한다"며 "정부는 시장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신뢰할 수 있도록 제도 설계와 규제를 풀어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하는 등 규제 완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로 인해 산업계의 기대감도 높은 상태다. 산업계 관계자는 "인수위 110대 과제에 재계 목소리가 많이 반영돼 있어 재계의 기대감이 높다"며 "(정책) 추진 과정에서 여야 협치와 대외 불확실성 제거, 여론 수렴 등 여러 과제가 남아 있으나 '경제 살리기'에 한 뜻으로 뭉친다면 기업 경영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기울어진 운동장 균형있게 맞춰달라'…규제 철패 기대감 높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윤 대통령 취임을 반기는 분위기다. 주요 기업들은 전 세계적인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전폭적이고 일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윤 대통령이 이미 공약한 바 있는 ▲반도체 설비투자 ▲연구개발 ▲전문인력 양성 등 전반적인 인프라를 구축에 적극 힘써달라는 당부로 풀이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가 필요하다"며 "전문인력 양성부터 나노팹(공장)과 같은 공공분야 팹 지원, 소재·부품·장비 등 생태계 투자 등이 동시에 또 일관성 있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좀 더 상세한 정책적인 그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를 통해 친환경·지능형 모빌리티 전환 촉진을 위한 기업생태계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세부적인 내용에서는 아쉽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이번에 110대 국정과제 나왔지만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그림은 굉장히 약하다"며 "좀 구체적으로 모빌리티를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와 같은 부분이 빠졌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배터리 업계는 연구개발(R&D) 세제 지원 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배터리 소재 산업은 윤석열 정부가 내건 '경제안보'와 직결되는 부분민 만큼 해당 산업을 육성할 거라는 기대감이 크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탄소 다(多)배출' 산업으로 지목받은 중화학 업계는 신산업·노동 관련 규제 철폐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첨단산업 육성도 좋지만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높은 '장치 산업' 만큼은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춘 우수 기업 최고경영자(CEO) 처벌 면책 조항 수준 등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화·정 외에도 산업계가 기대하는 바는 많았다. 항공업계는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지원사격과 함께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아직 코로나19가 끝나지 않은 만큼 항공업계 정상화 때까지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을 하게 되면 글로벌 항공사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라며 "기업 결합 심사에 전향적으로 생각하면서 해결사 역할을 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항공업이 다시 정상궤도 오를 때까지만 지원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해운업계의 경우 신규 먹거리에 대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종합 물류 사업을 위한 경쟁을 준비하고 있는 회사들도 있는 거기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이나 방향 제시 등이 필요하다"며 "업계가 공통적으로 지금 환경 규제도 준비를 해야 되는 상황인데 정부 주도하에 차세대 연료를 개발하거나 차세대 선박을 개발하는 부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IT업계도 마찬가지다. 최근 뉴스 편집·배열 등의 문제로 차기 정부의 최우선 규제 대상으로 꼽힌 포털 업계에서는 외국 기업과의 역차별을 최소화 해달라는 바람을 나타냈다. 포털업계 관계자는 "정보기술(IT) 기업 규제가 국내 업체에만 치중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형평성 문제나 역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애써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통신 업계에선 요금 정책 수립에 업계 의견을 적극 반영해달라고 주문했다. 통신사 관계자는 "5G망 투자가 지속되고 6G 관련 투자도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임을 감안해 정책 수립 시 업계와 협의가 필요하다"면서 "특히 중간 요금제 등 통신 요금 정책을 정할 때 업계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OTT통합 정책에 대해선 재고를 요청했다. 이 관계자는 "업체 간 통합은 서로 가지고 있는 지향점이나 방향이 달라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방향성 공감하지만 실현 가능성 '기대반 걱정반'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방향은 공감하나 실현 가능성이 얼마나 높을지는 미지수'란 반응도 나온다. 특히 '2025년' 전까지 신산업 분야에서 미국 중국 등보다 빨리 '규모의 경제'를 선점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완성차 부품의 75% 이상을 미국 현지에서 조달해야 무관세 혜택을 주는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이 발효되는 시점이다.
산업계는 국제 통상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유럽연합(EU), 일본 등과 수입관세 합의를 했고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자국 인프라 건설에 미국산 철강만 사용하라 권고하는 등 대미 통상 경쟁력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인 만큼 정부의 지속적인 협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탄소중립 사업 금융지원 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준금리가 급등하고 있어 투자 위축이 우려되는데, 정작 기업의 탄소 저감 사업을 금융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어 투자 유인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친환경·ESG(환경·사회·지배구조),미래산업' 분야 육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으면서 정부와 국책은행 등이 탄소배출이 많은 시멘트 알루미늄 철강 산업 등을 사양산업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며 "소재, 수소, 전기차 등으로 사업전환을 하지않으면 금융 혜택을 받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기반 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은 (새 정부에서도) 계속돼야 한다"며 "과거에 진행된 환경 투자는 금융 지원 대상에서 빠지는 상황인 만큼 이 부분을 '환경 투자'로 금융권에서 인정해주는 체계부터 마련하길 바란다"고 했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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