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공포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대표해 칸 진출

정창교 2022. 5. 1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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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감독 작품
22일 칸에서 '서울의 공포' 소개






김현진 감독(오른쪽)의 장편 독립영화 <마홍의 집> 촬영 현장. 김현진 감독은 그간 단편 <반응> <낯선하루>, 독립장편 <마홍의 집>을 연출했다. 주로 스릴러와 공포 장르의 시나리오를 써왔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집행위원장 신철)는 김현진 감독의 작품 ‘서울의 공포’가 올해 ‘판타스틱 7’ 선정 프로젝트로 칸영화제에서 소개된다고 10일 밝혔다.

‘판타스틱 7’은 칸영화제 필름마켓의 판타스틱 장르 활성화 프로그램이다. 김현진 감독은 22일 칸에서 ‘판타스틱 7’ 선정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은 세계 각국의 영화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울의 공포>를 본격 소개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다음은 일문일답.

-잘 준비하고 있나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간결하게 정리한 글 자료와 짧은 동영상을 만들었고, BIFAN 프로젝트 마켓 등에서 만난 많은 외국인과 가진 미팅 경험도 반추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공포>가 어떤 이야기를 그리는지, 여느 호러 장르와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를 부각하려 합니다.”

-어떤 호러인지?
“서울, 도시 그 자체가 주인공인 첫 공포영화예요. 신설동‧강남‧노량진을 배경으로 한 <유령역> <잃어버린 얼굴> <두 개의 세계>, 세 가지 색깔의 무서운 이야기를 그리는 옴니버스 영화예요.”

-구성은?
“구성은 ‘서울 공포 투어’라는 형식이에요. 서울 소재 한국어학당에 다니는 외국인 3명은 미스테리한 투어가이드 K씨의 안내에 따라 신설동-강남-노량진을 방문하고, 그곳(서울)이 빚는 섬뜩한 공포와 불안을 체험해요.”

<유령역>은 야근과 갑질로 인한 서울의 공포다. 유령역은 게임과 현실이 결합한 공포게임장이다. <잃어버린 얼굴>은 성형수술로 인한 공포다. 자신의 얼굴을 잃으면서 자아를 상실한 이들이 배회하는 강남은 이를테면 도플갱어의 온상이다. <두 개의 세계>는 취업의 공포다. 미취업의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는 청춘들이 운집해 있는 노량진은 ‘현실의 세계’와 ‘귀신의 세계’가 공존하는 플랫폼이다.

-여느 공포물과의 차별성은?
“도시가 주인공인 데에다 단순히 공포를 자아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충격적 아이디어로 동시대 서울 사람들의 불안과 공포를 통해 현대인의 삶을 통찰해요. ‘매우 독창적이다’ ‘K-콘텐츠의 경쟁력을 지녔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뉴욕 호러> <런던 호러> <파리 호러> 등 다양한 시리즈로 제작이 가능한 국제적인 기획’이라는 점도 남다른 차별성이라고 인정받고 있지요."

‘서울의 공포’는 첨단 도시인 서울을 배경으로 그 이면에 숨어있는 3가지 색깔의 공포를 담아내는 작품이다. 서울의 신설동·강남·노량진 세 지역에 각각의 색깔을 입혀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됐다. 동시대 사람들의 불안과 공포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서울의 공포’는 2020년 제24회 BIFAN의 ‘NAFF 프로젝트 마켓’의 ‘프로젝트 스포트라이트 코리아’ 부문 공식 선정작이다. 콘텐츠진흥원‧경기영상위원회‧영화진흥위원회의 기획‧제작 지원작, 2022년 BIFAN의 ‘판타스틱 7’ 출품작이다.

-2021년에는 왜 ‘판타스틱 7’에 응모하지 않았는지?
“제24회 BIFAN 이후 1년6개월쯤 아팠어요. 투병 생활이 길었는데 그런 중에도 시나리오를 열심히 보완하고 수정했어요, 2020년 NAFF(아시아 판타스틱영화 제작네트워크)의 성과를 이어가야 한다는 간절함이 컸어요. 다행히 잇따라 좋은 성과를 얻었고, 그리고 BIFAN의 ‘판타스틱 7’ 출품작으로 선정, 칸영화제에도 가게 돼 뿌듯합니다. 더 노력해야지요.”

이제까지 받은 상금이 2억원(20만달러) 이상이다. ‘서울의 공포’는 이제 시체스·토론토·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과달라하라·카이로·뉴질랜드국제영화제의 선정작과 함께 올해 제75회 칸영화제 필름마켓(Marché du Film)을 장식한다. 김현진 감독은 오프·온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진행하는 현장 피칭과 비즈니스 미팅 및 판타스틱 믹서의 네트워킹 행사 등에 참석, 세계 각국의 영화인들과 만난다.

-유독 공포 장르를 좋아하나요?
“로맨스도 좋아해요. 한때 영화사 이름을 ‘꽃과 피’로 지으려고 했죠. 꽃은 생명‧사랑, 피는 죽음‧공포예요. 너무 직설적이어서 ‘메이준’으로 바꿨어요. 싱그럽고 아름다운 계절,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이 둘을 아우르는 의미예요. 암튼 공포와 로맨스를 번갈아 오가는 연출작업을 하고 싶어요.”

-손꼽는 공포영화는? 감독은?
“사람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공포 이야기를 좋아해요. <유전>(감독 아리 에스터), 이탈리아 지알로 공포영화를 대표하는 <서스페리아>(감독 다리오 아르젠토)와 이를 리메이크한 <서스페리아>(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한국작품은 <기담>(2007) <사바하>(2019)…. 데이비드 린치 감독을 상당히 좋아해요. <로스트 하이웨이>(1997) <트위 픽스>(1992), 한국에서는 역시 나홍진 감독, <곡성>이에요.”

-공포 영화의 매력은?
“삶에는 즐거움과 희망, 아픔과 불안‧공포가 모두 있어요. 우리들은 두 경계선에서 이 삶과 저 삶을 영위해요. 공포는 삶이 불안할 때 다가오죠. 그럴 경우 그것을 극대화한 영화적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많아요. 공포 영화는 롤러코스터 탑승, 고지대‧극지 탐험 등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과 같은 체험을 줘요.”

-<서울의 공포>는 어떤 계기로 기획했나요?
“각 도시는 각자의 색깔을 가지고 있죠. 서울의 색깔은? 떠오르는 이미지는? 외국인들은 ‘24시간 잠들지 않은 도시’라고들 해요. 상당히 역동적이고 매혹적인 말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섬뜩했어요. 24시간 깨어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일하고 경쟁하면서 살아가는 도시, 그곳의 불안과 공포를 외국인들의 도시 투어를 통해 그려보자는 게 기획의 출발점이에요.”

김현진 감독은 그간 단편 <반응> <낯선하루>, 독립장편 <마홍의 집>을 연출했다. 주로 스릴러와 공포 장르의 시나리오를 써왔다.

-향후 계획은?
“칸 다녀와서 시나리오 수정을 더 하고, 7월부터는 촬영에 들어가 겨울이 오기 전에 마치려고 해요. 거친 1차 편집본이 연내에는 나올 수 있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김현진 감독은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이창동 감독의 연출부로 충무로에 입문했다. ‘서울의 공포’는 영화사 레드피터의 이동하 대표와 함께 작업한다. 이동하 대표는 이창동 감독의 칸영화제 각본상 수상작 ‘시’(2010)를 비롯해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3) 등의 프로듀서로 활동했다.

‘부산행’(2016) ‘반도’(2020) 등을 제작했다. 제70회 칸영화제에서 세계적인 영화잡지 「버라이어티」가 발표한 ‘전 세계가 주목해야 할 프로듀서 10인’에 유일한 아시아 프로듀서로 손꼽히기도 했다. 김현진 감독의 제75회 칸 출정, 그리고 향후 관객들과 함께 할 ‘서울의 공포’에 거는 기대가 크다.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오는 7월 7~17일 오프‧온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개최한다. 화제의 영화는 부천시 일대 극장과 OTT에서, 시민‧관객과 함께하는 축제는 거리‧공원‧상점가에서 즐길 수 있다.

부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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