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이은정의 핀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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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류승완 감독의 천만영화 '베테랑' 속 명대사로 알려진 이 말은 최근 영면한 배우 강수연이 생전에 했던 말이다.
국산 코로나 백신 개발 과정을 보면 '돈'은 없지만 '가오'(자존심을 뜻하는 속어) 만큼은 챙겼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의 원대한 계획과 염원대로 국산 코로나 백신 개발 성공이 임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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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지휘하는 백신 전담 조직 만들어 플랫폼 확보해야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류승완 감독의 천만영화 '베테랑' 속 명대사로 알려진 이 말은 최근 영면한 배우 강수연이 생전에 했던 말이다. 국산 코로나 백신 개발 과정을 보면 '돈'은 없지만 '가오'(자존심을 뜻하는 속어) 만큼은 챙겼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행한지 2년이 지났다.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얀센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속속 자체 개발 백신을 내놓고 해외에서 긴급 사용승인을 받는 사이 우리는 아직도 국산 백신을 확보하지 못했다. 사실 코로나 백신 개발은 이미 늦었다.
지난해만 해도 국내에선 코로나 백신이 부족해 접종 예약을 위해 너도나도 '광클릭'을 해야 하는 때가 있었다. 당시 정부는 2022년 상반기까지 국산 백신을 내놓을 것이며, 이를 위해 총력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2026년까지 2조2000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백신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도 밝혔다. 정부가 2022년으로 국산 백신 개발 상용화 일정을 단언할 수 있는 배경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있었다.
정부는 백신주권을 지켜야한다고 강조하며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개발을 독려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정세균 전 국무총리, 김부겸 국무총리 등이 연일 SK바이오사이언스를 찾으면서 업계에선 백신 개발보다 VIP 응대로 더 바쁘겠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왔을 정도다.
정부의 원대한 계획과 염원대로 국산 코로나 백신 개발 성공이 임박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자체 개발 코로나 백신 '스카이코비원'(GBP510)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임상 3상 과정에서 만족할 만한 효능도 확인했다. 스카이코비원이 승인되면 한국은 미국, 영국에 이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모두 직접 개발하는데 성공한 세 번째 국가가 된다.
그런데 국산 1호 백신이 진짜 토종 백신이라고 불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 스카이코비원이 탄생하는데 들어간 돈은 빌게이츠 재단이 후원하는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CEPI가 2500억원을 지원하는 동안 정부가 지원한 예산은 0원이었다. 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미 정부로부터 백신 개발 및 임상시험에 14억 달러(약 1조7841억원), 백신 5억회분 생산 및 공급에 81억 달러(약 10조3226억원) 등 총 12조원을 지원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는 SK바이오사이언스 코로나 백신에 숟가락 얹을 생각을 하는 대신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백신 플랫폼을 만드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우후죽순 흩어져 있는 백신 개발 관련 정부 부처들의 칸막이를 없애고 '컨트롤 타워'를 만들 필요가 있다.
5년간 2조2000억원을 투자하면서 30억, 40억씩 찔끔찔끔 나눠 기업에 지원한다고 해서 제대로 된 백신 개발에 성공할리 만무하다. 이번에는 돈이 없어도 가오를 챙겼지만, 다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도 그러리란 법은 없다. 정부는 하루빨리 전문가가 지휘하는 백신 전담 조직을 만들고 제대로 된 지원을 통해 원천기술과 플랫폼 확보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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