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EU발 공급망 재편 가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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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급망 실사를 의무화하는 행정지침을 발표했다.
EU 공급망에 납품하는 협력기업들은 인권·환경 관련 조사를 사전에 받고 문제점이 발견되면 이를 개선한 뒤 투명하게 공시하라는 것이다.
EU 공급망 실사 행정지침은 작년 4월 발표한 비재무정보보고지침(NFRD), 올 10월 업그레이드될 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 등에 기반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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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급망 실사를 의무화하는 행정지침을 발표했다. EU 공급망에 납품하는 협력기업들은 인권·환경 관련 조사를 사전에 받고 문제점이 발견되면 이를 개선한 뒤 투명하게 공시하라는 것이다. 적용 대상은 공급망에 연결된 EU 역내외 모든 사업장과 협력사이다. 공급망 실사체계 구축, 진단, 개선 조치, 공시 등 까다로운 절차를 준비해야 하는 우리 수출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이 지침은 2단계로 시행된다. 상시근로자가 500명 이상이고 매출 규모 1억5000만 유로 이상인 기업(그룹1)은 2024년부터, 상시근로자 250명 및 매출 4000만 유로 이상인 기업(그룹2)은 2026년부터 적용하되 2년 유예기간을 뒀다. EU 역외 기업의 경우에는 연간 매출 규모 1억5000만 유로 기준으로 그룹을 구분해 적용한다. EU 역내 1%에 해당되는 1만3000개 기업과 역외 4000개 기업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코트라 분석에 따르면 우리 수출 기업도 약 110개사가 적용 대상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EU가 복잡한 인증 절차는 채택하지 않고, 독립된 제삼자 검증을 거친 뒤 공시토록 절차를 간소화했다는 점이다.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매출 규모에 따라 행정 제재를 받게 된다. EU 공급망 실사 행정지침은 작년 4월 발표한 비재무정보보고지침(NFRD), 올 10월 업그레이드될 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 등에 기반을 두고 있다. 앞으로 기업들은 이 기준에 따라 공급망 실사 결과를 연차보고서에 담아 매년 4월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
당장 급한 곳은 대(對)독일 수출 기업이다. 지난해 6월 독일 의회에서 통과한 ‘공급망 실사법’은 내년 1월 시행된다. 이 법에 따르면 앞으로 사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협력사의 인권이나 토양·수질오염 등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리스크까지 관리해야 한다. 일반적 의무, 인권·환경 리스크 가능성, 인권·환경 침해 발생 등 세 단계로 의무를 나눠 철저히 관리하게 돼 있다. 만약 ESG 실사보고서 작성이나 대외 공시 의무를 위반하면 행정제재금이 매출의 2% 또는 최대 800만 유로까지 부과될 수 있다. 현존하는 ESG 규제 중 가장 강력한 제재다. 내년에 상시근로자 3000명 이상을 둔 기업부터 적용하고, 2024년부터는 근로자 1000명 이상인 기업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6개월 이상 초과 파견근로자도 상시근로자에 포함되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이미 프랑스는 인권실사법(2017), 네덜란드는 아동노동실사법(2019)을 운영하고 있고 스웨덴 덴마크 등이 관련 입법을 계획하고 있다. EU 전체가 2024년부터 의무화되면 북미 등 다른 지역도 검토할 것이고, 우리 수출 기업에는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최근 대기업 중심으로 ESG에 진전이 있었지만 중견·중소기업까지 확산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작년 12월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72%가 ESG를 인식하고 있지만 48%는 준비 미흡을 지적하고 있다. ESG 기본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돈이 많이 들어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공급망 실사 의무화가 우리 수출에 걸림돌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잘 대응할 경우 EU발 공급망 재편이 오히려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독립적 제삼자 검증체계 확립, 수출 기업 사전교육, 협력사 행동규범 서약서 작성 등 체계적 대응이 필요한데, 개별 기업 차원에서 일일이 준비하기는 쉽지 않다. 새 정부가 수출 대책 일환으로 공급망 실사 검증 비용을 줄이고 대외 신뢰성을 확보할 지원 방안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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