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 칼럼] 국민이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게 하라
윤석열 20대 대통령의 새 정부가 오늘 출범한다. 취임사의 키워드는 ‘자유·시장·공정·소통’이라고 한다. 솔깃한 단어는 ‘자유’다. 가장 화급한 우리 사회의 요구이자 시대와 미래의 에너지는 정부로부터의 민간의 ‘자유’ 확대다. 고전적 ‘자유’의 의미가 있다. “자기 자신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부분에는 사회가 책임을 물을 수없다. 주권자인 개인이 절대적 자유를 누려야 한다.” 봉건시대 제왕과 제국주의 강국, 폭력과 이념 강제 등 모든 독재 정부로부터의 해방과 자유를 향한 시민들의 분투는 역사의 발전을 이끌어왔고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때의 시대상과 국정의 우선순위를 일러주는 기록은 역대 대통령의 취임사다. 우리 대통령들은 대부분 국가와 자신의 정부를 동일시해 왔다. 그러니 정부에 협력하는 게 국가를 위한 길이란 논리가 지배해 왔다. 1인당 국민소득 67달러, 문맹률 22.3%쯤이던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취임사(1948년)는 건국의 환희과 함께 모두의 애국을 주문한다. “내게 치하하러 오는 모두가 눈물을 씻으며 고개를 돌립니다. 40년 전 잃었던 나라를 다시 찾고 죽었던 민족이 다시 사는 오늘인 까닭입니다. 동포들이 각자 자기의 몸을 잊어버리고 국민된 신성한 직책을 다하도록 맹서하기 바랍니다.” 국가의 자유가 위험했던 한국전쟁 중 그의 2대 취임사(1952년)는 더욱 절대적 헌신을 강조한다. “우리 생명도 우리 것이 아닙니다. 우리 몸의 평안과 마음에 원하는 것을 감히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모두가 희생적으로 공헌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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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대통령, 국민보다 정부가 우선
자신들이 주인이니 늘 제왕적 권력
민간·시장·기업에의 규제 철폐하고
‘국민지원’ 심부름꾼이 새 정부 역할
」
근대화의 출발인 박정희 대통령 역시 첫 취임사(1963년)를 통해 ‘1인당 소득 100달러’ 국민의 계몽과 의무를 촉구했다. “국민은 질서 속에 살며 정부의 시혜를 기대하기에 앞서 스스로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협조’를 요구했다. “성서를 읽는다는 명목 아래 촛불을 훔치는 행위란 정당화될 수 없다” “내가 분열과 낙오 없는 대오의 향도가 되겠다”는 언급에서 국민이란 깨우쳐 줘야 할 대상이었다. 유신 이후 그의 취임사에선 “조국에 대한 사랑,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없으면 가정의 화목과 우애도 이룰 수 없다”고까지 나아갔다.
1987년 대통령 직선의 절차적 민주화 이후에도 ‘국민의 자유 증진’이라는 측면에서 나아진 건 없었다. 국가의 성공을 위해 대통령과 정부가 이런저런 걸 끌고 갈 테니 국민은 기꺼이 협력해 달라는 인식들이었다. “곧 위로부터의 개혁이 시작될 것입니다. 우리의 자유는 공동체를 위한 자유여야 합니다.”(김영삼), “나라가 벼랑 끝인 금년만이라도 저를 도와 달라. 제가 여러분의 선두에 서겠다.”(김대중)
김대중 대통령은 처음으로 “작지만 강력한 정부가 목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환난 위기 속 기업의 강제 구조조정 등 크고 센 정부를 피해갈 수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진정 국민이 주인인 정치를 구현하겠다”면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반칙·특권과 기회주의자가 득세하는 굴절된 풍토를 청산하겠다”는 진영 대결적 논리에 방점을 찍으며 국민의 자유 증진이란 진전으로 나아가진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꼭 정부가 할 일이 아닌 것은 민간에 이양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혁파하겠다”고 출발했으나 낮은 지지도에 발목이 잡혔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씻어내고 국가와 국민이 동반의 길을 걷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은 결국 그 신뢰의 위기로 불행을 맞았다.
뛰어난 취임사라는 평을 받았던 문재인 대통령은 가장 역설적이었다. “권위적 문화를 청산한 국민 모두의 대통령” “낮은 자세로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고 직접 대화하겠다”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삼고초려하겠다” 등등. 그건 그렇게 그의 초심으로만 끝나고 말았다. 이념의 강요 많으니 국민들은 늘 그에게 주눅들어 지내야만 했다. 역대 대통령 대부분은 실상 “짐(朕)이 곧 국가다” 의 정신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니 늘 제왕적이었다. 자신의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 주인이고 국민의 성장이 곧 국가의 그것이라는 성찰이 부족했다.
방어적이던 자유의 개념 역시 갈수록 적극적·진취적으로 변해 간다. 창의와 도전의 에너지가 자유다. 민간과 시장, 기업의 비전과 경쟁력, 창의성, 열정은 이미 정부를 압도한다. “공무원스럽다” “철밥통”은 열등의 상징이다. 반도체·IT·통신·바이오 등은 정부의 간섭 없던 곳에서 번창했다. 기회와 거래의 공정만 관리하고, 미래의 주인인 민간·시장·기업에의 규제와 개입을 정부는 이제 그만둘 시대다. 민간에 진정한 자유의 공기를 한껏 불어넣는 것, 윤석열 이후 모든 심부름꾼 정부들의 의무다.
윤 대통령이 탐독한다는 J.S. 밀(Mill)의 『자유론』은 163년 뒤 오늘을 이렇게 예고해 주었다. “그 업무에 이해관계가 달려 있는 개인만큼 적절한 사람은 없다. 정부보다는 개인이 그 일을 해야 한다. 이건 발전의 문제다. 정부의 기능이 커질수록 적극적인 시민들은 정부나 정당을 기웃거리는 존재로만 전락한다. 세금 받는 정부의 종신 직장은 최고 인재를 끌어들일 수도 없다. 무엇보다 자신의 삶이 향상될 기대를 정부에만 걸어야 한다. 그러면 국민은 허울 뿐인 자유, 그 이상은 누릴 수 없다. 해악이다.”
최훈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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