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 읽기] 지지부진 빅테크 규제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몇 달 만에 리나 칸이라는 32세의 젊은 법대 교수를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아마존과 같은 대형 플랫폼 기업들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규제할 수 있다는 이론적 틀을 제시하면서 스타로 떠오른 학자였다. 그런 그에게 FTC를 맡기는 파격적인 인사는 바이든 정권이 고삐 풀린 빅테크를 규제하겠다는 의지 표명이었다.
그런데 그 후 1년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소식이 나오지 않고 있다. 빨리 확실한 규제안이 나와서 의회에서 논의돼야 하는데, 이 작업이 느려지면서 규제가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가장 큰 이유는 의원들의 일정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임신 중지를 보장하는 판례가 뒤집히는 중대한 이슈가 워싱턴을 휩쓸게 되면서 의원들이 빅테크 규제 논의에 집중하기 힘들어졌다는 것. 게다가 여름휴가를 지나고 나면 규제 추진은 더더욱 어려워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상황을 두고 리나 칸의 임명이 과연 적절했느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빅테크를 제재할 수 있는 훌륭한 이론적 틀을 만든 것과 이를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 1000명이 넘는 조직을 움직여 규제안을 도출하는 건 다른 문제라는 거다. 무엇보다 정치권은 살아 있는 동물과 같아서 시시각각 변화하고 다르게 행동하기 때문에 자신의 필요와 이해관계에 따라 관심과 입장이 변한다. 이런 정치인들을 붙들고 변화를 만들어내는 일은 많은 경험과 인맥, 리더십이 요구되는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4대 빅테크 기업들은 올해 1분기에만 200억원 규모의 로비 자금을 퍼부으며 정치인들의 의견을 바꾸려 애쓰고 있다. 빅테크 규제는 이제 시간과의 싸움이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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