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험대 오른 168석의 거대 야당 민주당

2022. 5. 10.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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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168석의 더불어민주당은 오늘부터 야당이다. 민주화 이후 가장 많은 의석을 가진, 말 그대로 거대 야당이다. 반면에 국민의힘은 민주화 이후 최소 여당(109석)이다. 대통령 권력과 국회 권력이 다른 걸 분점 정부라고 하는데, 우리 정치가 이런 격차를 경험해 본 일은 없다. 1988년 13대 국회가 근접한 경우일 터인데, 당시 여당은 125석이었고 야권엔 3개 정당이 공존했다.

이런 구도는 야당에도 숙제를 던진다. 민주당이 작정하면 사실상 국정을 멈추게 할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완력으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강행 처리했듯, 완력으로 법안이든 예산안이든 동의안이든 안건 처리를 막을 수도 있어서다.

이미 전조를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15개 부처의 차관급 20명을 인선한 게 한 예다. 윤 대통령 측에선 “정부 운영에 어떤 공백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이번 인선 내용을 발표했다”고 했다. 원래 차관급 인선은 조각(組閣)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뒤 한다. 대개 정부 출범 후 10여일 전후다. 이번엔 출범 전에 발표했다. 국무위원 인사청문 절차가 법적 기한을 넘겨서도 마무리되지 않아서다. 일부 인사에 문제가 있다곤 하나 민주당의 비협조 탓이 크다. 검수완박 법안을 강행 처리하려고 인사청문회 일정을 줄줄이 뒤로 미뤘다.

민주당이 하반기 국회의 법제사법위원장을 차지하겠다는 것도 또 다른 예다. 법사위원장은 2004년 17대 국회 때부터 야당이 맡는 게 관례였는데 민주당이 2020년 4·15 총선에서 180석의 거대 여당이 되자 “집권여당으로서 책임국회를 만들겠다”는 이유로 법사위원장을 자신들이 맡겠다고 버텼다. 이게 결국 법사위를 포함한 18개 상임위원장 싹쓸이로 이어졌다. 여론이 나빠진 후에야 하반기 국회에서 법사위원장을 넘기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더니 “법사위원장은 야당(민주당) 몫”이라고 번복했다. 자신들이 입법권을 계속 장악하겠다는 뜻이다. 그러곤 민주당 진영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공영방송법,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언론재갈법, 성별과 장애 유무, 성적 지향, 학력 등을 이유로 한 모든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을 처리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여당일 때 내내 손 놓고 있다가 야당이 되니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염치없는 일이다.

민주당은 임기 말 이례적인 지지율 40%대 대통령을 보유하고 국회·지방 권력을 장악했는데도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로 패배했다. 일방적 독주와 오만 때문이다. 그래서 야당이 됐다. 이젠 달라져야 한다. 민주당도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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