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 죽고 동생 탈모 시달리는데..文정부 끝까지 K방역 자찬 [김지은의 이의있는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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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오피니언 기획 시리즈 '나는 고발한다. J'Accuse...!'는 윤석열 정부 출범(10일)에 맞춰 새 정부에 바라는 20대의 가감없는 목소리를 전하는 번외편 '이의(이십대 의견)있는 고발'을 일주일 동안 연속으로 내보냅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으로 정권에 등을 돌린 20대는 공정에 대한 기대로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하지만 후퇴 조짐을 보이는 여러 주요 공약 등으로 벌써부터 이들의 지지가 흔들린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들이 차기 정부에 바라는 게 무엇인지 그 속마음을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5년 내내 문재인 정부의 히트 상품으로 포장했지만 부정확한 사실로 사회적 갈등만 양산한다는 비판 끝에 결국 9일 운영을 접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비판하는 최원영 학생(고려대 미디어학부 4학년)의 글에 이어 대통령 취임일인 오늘(10일)은 내 주변 사람들은 모두 고통받고 있는데 정부는 끝까지 자화자찬에 열을 올렸던 K방역을 비판하는 김지은씨의 칼럼이 나갑니다. 앞으로 월급 200만원 공약으로 이대남의 마음을 움직였던 군대 문제, 문과 취준생의 아픔, 젠더 갈등 등 20대의 주요 관심사에 대한 글이 차례대로 나갑니다.
20대 남녀가 고루 섞인 이번 '이의있는 고발' 필진은 그동안 '나는 고발한다' 칼럼에 논리적 의견이 담긴 댓글을 달았던 애독자, 그리고 지난달 독자 칼럼 이벤트 응모자 가운데 주제 등을 고려해 선정된 분들입니다. 독자 칼럼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내보낼 예정입니다.
」
지난 주말, 모처럼 놀러 간 서울 여의도 한강 공원은 봄나들이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아이들은 마스크를 벗고 뛰어다녔고, 돗자리 펴놓고 치맥·피맥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불과 몇 달 전의 황량했던 분위기와 비교하면 정말 격세지감이었다. 기분이 좋기는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화가 나기도 했다. 코로나 19로 고통받은 사람들은 다 잊히고 이 시대마저 아름답게 기억될까 봐. 괜한 트집이 아니라 이미 그런 조짐이 보여서 하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의 K방역 자화자찬은 국내 첫 사망자가 나온 날(2020년 2월)은 물론이요, 정권을 내놓는 마지막 날까지 쉬지 않고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신년사에서 "세계가 방역 모범국가 대한민국을 주목했다"고 했고, 기자회견을 마다하고 퇴임 마지막 본인이 방송사를 골라 한 인터뷰에서는 "K방역은 우리의 자부심"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5년을 담은 온라인판 '문재인 정부 국민보고'에도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백신 접종률,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ICT 기반 역학조사, 전자출입명부 활용' 등을 열거하며 K방역의 성과를 자랑했다. 김부겸 총리도 이 정부의 마지막 방역대책 회의에서 "우리 방역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받아 마땅하다, 방역의 성과를 폄하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눈부신 성과에 기쁘다는 문 대통령과 성공적이라는 김 총리에게 묻고 싶다. 내 주변 사람들의 고통은 모두 현재진행형인데 대통령은 세계의 주목을 받아 자랑스럽다고?
백신 맞고도 세상 떠난 고모
취업준비생인 내 동갑 친구는 백신을 맞고 공포에 시달렸다. 말 그대로 다리가 덜덜 떨려 이러다가 죽는 게 아닌가 싶은 두려움을 겪었다. 원래 이 친구는 혹시 모를 부작용이 걱정돼서 백신을 맞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백신 패스 정책 탓에 최소한의 사회적 생활을 하기 위해 믿음에 반하는 선택을 했다. 필기시험장은 물론 혹시나 다가올 면접 기회를 원천 봉쇄당하는 불이익을 피하려고 결국 백신을 맞은 거다. 불행 중 다행인지 심하지 않은 부작용으로 넘어갔지만 갑작스럽게 사망한 다른 많은 백신 희생자들처럼 될 수도 있었을 거란 생각에 지금도 무서운 생각이 든다고 한다. 개개인의 선택의 자유를 무시하고 강압적으로 백신 접종을 강요한 게 K방역의 성과라고?
가장 가까이는 내 동생 사연도 있다. 그는 요즘 무기력증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올 초 정부가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대폭 완화하면서 확진자 수는 치솟았다. 특히 지난 3월 대선 패배 후 방역을 아예 놓아버리는 듯한 이상한 행보를 보였다. 당연한 결과로 주변에선 하루가 멀다고 확진자가 쏟아졌고, 동생도 피해 가지 못했다. 건강한 젊은이라 심각한 병세 없이 지나긴 했지만 그렇다고 고통을 겪지 않은 건 아니다. 이상하게 기운이 없고 잔기침이 여전한 건 그렇다 쳐도, 탈모 증세로 스트레스가 심하다. 조여야 할 때 풀고, 풀어야 할 때 조이는 판단 착오로 무려 1756만명이 코로나에 걸려 숱한 고통을 겪었는데, 이런 말 하는 게 방역 성과를 폄하하는 거라고?
방역 내세워 공공시설 문 닫다니
자영업 무너지니 청년 일자리도 사라져
후배뿐 아니라 대다수 청년들에게 코로나는 곧 구직 암흑기를 뜻했다. 후배는 구직 사이트를 뒤지며 이미 경험했던 카페는 물론 편의점과 PC방, 보습 학원의 채점 알바까지 여기저기 가리지 않고 지원했지만 번번이 떨어져 돈 벌 기회를 얻을 수 없었다. 카페 알바 1명 뽑는데 40명 넘는 지원자가 몰리는 건 예사였다.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실업급여, 청년수당, 청년구직활동지원금 등 듣기 좋은 여러 고용 지원책을 내놨지만, 조건은 까다로웠다. 4대 보험 가입 없이 시간제 알바로 일한 탓에 실업급여는 신청해보지도 못했다.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역시 불행인지 다행인지 소득분위 자격 요건이 안 맞아 못 받았다. 지난해 말 위드 코로나가 되면서 빵집 알바를 구하기 전까진 부모님에게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일하던 데선 잘렸는데 새 일자리는 하늘의 별 따기이고 정부 지원은 언감생심, 이렇게 무너진 자영업은 스스로 용돈을 벌던 청년도 좌절시켰다.
오늘(10일)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 개개인 고통을 무시하고 온 국민이 겪은 역병까지 자기 치적으로 삼은 지난 문재인 정부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팬데믹을 겪는 정부가 최선의 방법을 찾아 국민을 보호하고 생명을 지키는 건 사실 너무 당연한 일이다. 문 정부가 이를 제대로 한 것인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한데 지난 정부의 당사자들이 성과라며 자화자찬하면 국민은 이 모든 당연한 국가의 의무를 황송해 하라고 강요받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런 일은 다시 겪고 싶지 않다.
김지은 프리랜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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