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술 찌든 55세 이상, 매년 위식도내시경 받아라

민태원 2022. 5. 9.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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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암에 희망을] <7> 식도암
국내 식도암 환자 90% 이상 차지
편평상피세포암 유형은 술과 밀접
음주와 흡연을 같이 하는 경우엔
식도암 위험성 거의 100배로 상승
초기발견땐 수술 대신 양성자 치료

국립암센터 문성호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가 양성자 치료에 앞서 식도암 환자의 준비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최근 식도암 환자의 식도 보전이 가능한 양성자 치료에 대한 임상 연구가 활발하다.

K씨(57)는 지난해 4월 건강검진에서 생각지도 못한 식도암 2기 판정을 받았다. 위식도내시경 검사에서 하부 식도 두 군데(앞니에서 33㎝, 36㎝ 떨어진 부위)에 불규칙한 병변이 발견됐다. 점막 표면이 약간 볼록하게 솟은 정도였는데, 색소 확인법인 ‘루골 염색’을 했을 때 두 병변을 포함한 32~39㎝ 구간에 전반적으로 착색이 안되는 부위가 관찰됐다. 루골 염색은 정상일 경우 갈색으로 나타나지만 이형성증(전암 단계)이나 식도암에선 색이 변하지 않는다. 조직검사에서 중간 수준 진행된 편평상피세포 식도암으로 판정됐다. K씨는 15갑년의 흡연력(하루 한 갑씩 15년 담배 피움)을 갖고 있었지만 15년 전부터 끊은 상태였다. 술은 그리 즐기는 편이 아니어서 2주에 한 번 소주 1병 이내로 마셨다고 한다.

이처럼 식도암의 대표적 위험 인자는 흡연과 음주다. 특히 국내 식도암 환자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편평상피세포암 유형은 술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독주와 과음의 영향이 크다. 국내 대규모 연구에서 하루 30g 이상의 알코올(소주 3잔)을 마시는 고위험 음주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음주량이 늘수록 식도암 위험이 유의하게 상승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이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최신 논문에 따르면 가볍게 마시는 술도 식도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루 10g 미만 알코올(소주 1잔)을 섭취하는 약간 또는 보통의 음주량을 가진 사람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은 사람보다 식도암 위험이 1.52배 높았다. 과음하는 사람은 위험이 3.13배 높았다. 흡연은 식도암 발병 가능성을 약 5~6배 증가시킨다. 특히 음주와 흡연을 같이 하는 경우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켜 식도암 위험성이 거의 100배로 상승한다. 채소·과일 섭취 부족, 65도 이상 뜨거운 음료(차·커피)를 자주 마시는 습관 등도 식도암 위험을 높인다.

한국 등 동아시아인에게 편평상피세포 식도암이 절대 다수인데 반해, 미국이나 유럽인은 식도암 유형 중 ‘선암’ 발생률이 높다. 흡연과 붉은 고기·가공식품 위주 식습관, 비만, 위·식도역류질환(위산이 식도로 넘어와 가슴쓰림 등 불편 증상 초래), 바렛식도(잦은 위산 역류로 식도 점막이 위처럼 변함) 등이 선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의 선암 유병률은 2~3% 정도에 그친다.

식도암은 철분·비타민이 부족해 식도 점막이 위축되는 ‘폴러머-빈슨 증후군’, 식도 협착, 식도 이완불능증(식도가 늘어나지 않음) 등 만성 식도염을 유발하는 질환을 가진 사람에서도 드물게 보고되고 있다. 폐암이나 구강암, 인두암 환자는 인접한 식도에 2차암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식도암은 흔한 암처럼 인식되지만 실상은 희귀암으로 분류된다. 2019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식도암 신규 환자는 2870명(인구 10만 명당 5.6명 발생)으로 희귀암 기준인 10만명 당 6명 미만(연간 3000명 미만) 발생에 부합한다. 국내 희귀암 중에선 비교적 많이 발생하는 편이다. 국립암센터 방사선종양학과 문성호 전문의는 9일 “위내시경 검사 과정에서 식도암을 발견하는 사례가 많으며 그 중에는 담배나 술과 가깝지 않은 사람들도 종종 있다. 가족력 등 유전적 소인, 식습관 등의 영향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령별(2019년 기준)로는 60대 환자가 34.5%로 가장 많았고 70대(30.1%) 50대(18.7%) 순으로 장노년층에 발생이 집중된다.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훨씬 많은데(8.7대 1), 술·담배 등 위험 요인 노출이 많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식도암의 주된 증상은 음식 삼키기 어려움, 통증 등이다. 식도가 잘 늘어나는 성질이 있어 암 덩어리가 작으면 증상이 감지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암이 식도 점막에 넓게 퍼져 있는 경우 증상이 거의 없다. 암덩어리가 3㎝ 이상 되면 음식이 자꾸 걸려 삼키기 힘들고 통증이 느껴진다. 증상이 나타날 정도로 식도암이 커지면 주변부, 목, 복부까지 전이되고 간 같은 고형 장기에 이미 퍼진 경우도 있다. 암이 ‘되돌이후두신경’을 침범하면 성대마비로 쉰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식도암은 식도 침범 깊이, 림프절 및 전신 전이 여부로 병기를 판정한 뒤 환자의 연령, 체력, 기저질환 등을 고려해 수술, 방사선, 항암치료를 하게 된다. 특히 수술의 경우 식도 보존이 어려울 뿐 아니라 합병증이나 회복 후 후유증이 따른다. 이 때문에 최근 정밀 타격이 가능한 방사선 치료인 ‘양성자 치료’를 식도암에 적용하는 임상연구가 활발하다.

일반 방사선(X선)은 쪼일 시 식도는 물론 폐나 심장에 넓게 퍼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문 전문의는 “반면 양성자 치료는 X선과 물리적 성질이 달라서 종양 너머로 들어가는 방사선량이 거의 없기 때문에 척수나 폐, 심장 합병증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초기 식도암에서 수술 대신 양성자 치료를 하거나 암이 국소 진행된 환자에서 수술하지 않고 양성자와 항암치료를 병행하는 경우 식도를 보존할 수 있다.

식도암 예방을 위해선 금연, 금주를 실천하고 너무 맵거나 자극적 음식을 피해야 한다. 또 콜리플라워 양배추 무 겨자 같은 십자화과 채소를 많이 섭취하면 식도암 발생을 낮춘다는 보고가 있다. 아울러 흡연, 음주를 많이 하는 55세 이상은 식도암 조기 발견을 위해 1년에 최소 한 번은 위식도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권장된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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