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선교학자 전호진 박사.. "한국교회 쇄신의 길 가야 할 때"

서윤경 2022. 5. 9.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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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M 9일 고려신학대학원에서 '전호진 박사 문집 헌정예배'
1세대 선교학자인 전호진 박사가 9일 KPM 주최로 충남 천안 고려신학대학원에서 열린 ‘전호진 박사 문집 헌정예배와 기념세미나’를 마치고 인터뷰하고 있다.

1세대 선교학자로 국내 선교학의 기틀을 잡은 노(老) 선교사는 한국교회와 선교단체가 ‘끼리끼리 모인다’며 애정 어린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코로나19 이후 한국의 선교가 쇄신의 길을 가야 한다는 충고도 더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총회세계선교회(KPM)는 9일 충남 천안 고려신학대학원에서 ‘전호진 박사 문집 헌정예배와 기념세미나’를 가졌다. 이날 후배 선교사들과 제자들은 1970년대부터 선교학자이자 선교사의 길을 걸으며 후학을 양성하고 해외 선교학 자료를 소개해 온 전호진 박사의 발자취를 정리한 문집 ‘땅 끝까지 세상(世上) 끝날 까지’를 발간, 헌정했다.

전 박사는 “문집을 보니 300여편의 논문을 썼더라. 당시 선교학 교수가 없었으니 기고 청탁만 오면 거절하지 않고 썼던 거 같다”며 “오래 전 썼던 글까지 찾아내 문집으로 엮어줬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선교가 보완해야 할 점’을 보탰다.
그는 “캄보디아에 있을 때 매월 서양의 선교사들은 교파를 초월해 친교를 위해 모이는 걸 봤다. 그런데 우리는 끼리끼리 모였다”면서 “이게 우리 한국 선교”라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이어 떨리는 목소리로 “그저 호소한다. 한국교회와 선교가 제발 하나되기 바란다”면서 “코로나 이후 한국 선교가 반성과 회개를 통해 업그레이드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KPM이 9일 충남 천안 고려신학대학원에서 진행한 ‘전호진 박사 문집 헌정예배와 기념세미나’에서 전호진 박사가 답사하고 있다.

예배 후 진행한 기념 세미나에선 제자이자 후배 선교사들이 전 박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며 문집에 게재한 헌정논문을 발표했다.
백석대 장훈태 전 교수는 전 박사를 “복음주의적 개혁주의자이며 선교사들의 영적 선생님이었고 학자였다”고 표현했다.
고신대원 김성운 교수는 “전 박사님은 제 은사다. 헌정예배를 앞두고 박사님께 배운 걸 떠올려봤다”며 “두 가지가 생각났는데 자립하는 교회, 재생산하는 교회를 세워야 한다는 게 마음에 남아 있었다”고 전했다.

세미나가 끝나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전 박사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1세대 선교학자로 50여년간 후학을 양성하면서 강조한 게 무엇이냐고 물었다. 첫 손에 ‘자립선교’를 꼽았다.
전 박사는 “78년 9월 선교학 박사를 줬던 유일한 학교, 풀러신학대학교에서 선교학을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와 자립선교를 강조했다”고 말했다.

전 박사가 말하는 자립선교의 핵심은 돈으로 선교하지 않는 것이다.
그는 “나이 들어 미움 받는 소리 듣고 싶지 않은데 부득이 해야겠다”며 작심한 듯 말을 꺼냈다.
그리고는 “해외 사역지에서 언어가 안 되니 돈으로 선교하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돈 떨어지면 문 닫게 된다”면서 “돈 없는 지역은 영적으로 더 뜨거운데 그걸 모르고 돈으로 운영하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강조했다.

돈으로 선교하면 안 된다는 데는 이유가 있다. 돈이 개입되는 순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은 종속관계가 된다는 것이다.

KPM이 9일 충남 천안 고려신학대학원에서 진행한 ‘전호진 박사 문집 헌정예배와 기념세미나’를 마치고 전호진 박사(앞줄 왼쪽 다섯 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그러면서 캄보디아에서 사역했을 때 일화를 꺼냈다.
그는 “캄보디아에서 가장 좋아하는 별명이 생겼다. ‘미스터 할아버지’라는 뜻의 록따”라고 했다. 애정과 존경이 담긴 별명 록따로 불리기까지 전 박사는 많은 노력을 했다. 시설이 열악한 기숙사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숙식을 해결했고 자동차 없이 걸어 다녔다. 그들의 삶 속에 들어가니 어느 순간 자신을 록따라고 불렀다는 게 전 박사의 설명이다.

전 박사는 “저를 록따라고 부르면서 그들이 ‘선교사님은 우리를 여러 번 죽인 거 같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알고 보니 캄보디아어로 ‘위합니다’와 ‘죽인다’는 단어의 발음은 미묘하게 비슷해 현지인들만 구별할 수 있었다. 발음이 비슷하니 그 동안 전 박사는 의도와 달리 ‘죽인다’는 말을 끊임없이 했다.
전 박사는 “누구도 잘못된 발음을 지적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친근함과 존경심이 생기니 발음을 이야기하더라”고 했다.

전 박사가 한국교회와 선교단체에 바라는 건 하나다.
그는 “한국교회는 아시아 기독교의 최고 모델이다. 개인주의 선교에서 벗어나야 하고 교회 건물을 짓고 학교를 세우는 등 보이는 선교에 힘을 쏟아서는 안 된다”며 “현지인 지도자를 키우는 선교, 제자를 키우는 선교를 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천안=글·사진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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