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 부모의 놀라운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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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었으면 싶고 피하고 싶지만 사고처럼 접하게 되는 여러 사회적 비극들이 있다.
사제 폭탄을 교실에 던진 후 친구네 집에서 훔친 총으로 학생들을 쏜 가해자의 부모, 그리고 그에게 자식을 잃은 피해자의 부모는 지난했던 수사와 재판을 겪은 뒤 한 자리에 앉았다.
피해자 부모의 황망함, 가해자 부모의 항변, 그리고 분노와 절제의 과정이 반복되며 해당 사건이 단순히 이 가족을 넘어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일이었는지를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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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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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매스> 관련 이미지. |
ⓒ AUD |
오는 18일 개봉하는 영화 <매스>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2018년 플로리다의 한 고교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을 다룬다. 1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그 비극으로 피폐해진 여러 가정들의 사연은 미국 사회를 공분케 했고, 총기 규제 및 정신 질환에 대한 국가적 지원 확대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영화는 한 교회 상담실에 모인 네 부모를 집중 조명한다. 사제 폭탄을 교실에 던진 후 친구네 집에서 훔친 총으로 학생들을 쏜 가해자의 부모, 그리고 그에게 자식을 잃은 피해자의 부모는 지난했던 수사와 재판을 겪은 뒤 한 자리에 앉았다.
감정의 모든 파고를 겪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목숨 잃은 자식만 생각하면 이성을 잃고 마는 피해자 부모는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며 가해자에게 궁금했던 것들을 묻는다. 가해자 부모 또한 자신들의 언사가 또 다른 상처가 될까 노심초사하며 피해자 부모의 질문과 말에 성의껏 답한다.
111분의 러닝타임을 채우는 건 네 사람의 표정과 눈빛, 그리고 방안의 공기다. 단어 하나, 말투와 약간의 어조만으로도 확 달라지는 네 캐릭터의 감정 상태가 고스란히 스크린을 통해 전개되는데, 그만큼 배우의 연기와 호흡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한국 관객에겐 익숙하진 않지만 제이슨 아이삭스, 앤 도드, 리드 버니, 마샤 플림튼은 각각의 캐릭터를 충분히 소화해냈고 미묘한 감정의 흐름마저 본인의 몸에 박제시켜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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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매스> 관련 이미지. |
ⓒ AU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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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매스> 관련 이미지. |
ⓒ AUD |
<매스>가 빛을 발하는 지점은 단순히 감정적 긴장감을 쌓아놓고 말미에 단순하게 해소시켜 버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사실상 피해자에 더욱 감정이입하기 쉽고, 이야기 또한 그들에게 보다 초점을 맞추면 편하겠지만 군데군데 가해자 부모의 사연을 조심스럽게 넣으며 또다른 가능성을 만들어 가는 식이다.
그 가능성이란, 자식의 범죄를 외부에 끊임없이 사죄하면서도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 아들의 이름을 결코 입 밖으로 꺼내 기릴 수 없는 부모의 모습에서 발견된다. 가해자로 낙인찍힌, 그래서 지탄받아 마땅하게 여겨지는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대담하게도 <매스>는 그 지점을 애써 피하지 않는다.
잊을만 하면 반복되는 총기 난사 사고. 그 중엔 33명의 희생자를 만들고 죽음을 택한 조승희라는 인물도 기억해야 한다.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으로 알려진 2007년의 이 일 이후 사람들은 33개의 추모비를 만들어 피해자를 기렸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34번째 추모비가 세워졌다. 바로 가해자 조승희의 것이었다. 피해자를 기리는 만큼 조씨를 기리는 사람들도 매년 있다고 한다. 그 추모비에 놓인 한 편지엔 다음과 같이 써 있었다.
"네가 그렇게 절실히 필요로 했던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걸 알고 가슴이 아팠다. 머지않아 너의 가족이 평온을 찾아 치유될 수 있기를 바란다."
한줄평: 대담한 전개와 결론, 용서와 화해의 또다른 가능성을 제시하다
평점: ★★★★(4/5)
영화 <매스> 관련 정보 |
감독: 프란 크랜즈 출연: 앤 도드, 리드 버니, 마샤 플림튼, 제이슨 아이삭스 러닝타임: 111분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수입 및 배급 : 오드(AUD) 개봉: 2022년 5월 18일(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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