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 부모의 놀라운 선택

이선필 2022. 5. 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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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었으면 싶고 피하고 싶지만 사고처럼 접하게 되는 여러 사회적 비극들이 있다.

사제 폭탄을 교실에 던진 후 친구네 집에서 훔친 총으로 학생들을 쏜 가해자의 부모, 그리고 그에게 자식을 잃은 피해자의 부모는 지난했던 수사와 재판을 겪은 뒤 한 자리에 앉았다.

피해자 부모의 황망함, 가해자 부모의 항변, 그리고 분노와 절제의 과정이 반복되며 해당 사건이 단순히 이 가족을 넘어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일이었는지를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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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영화] <매스>

[이선필 기자]

 
 영화 <매스> 관련 이미지.
ⓒ AUD
없었으면 싶고 피하고 싶지만 사고처럼 접하게 되는 여러 사회적 비극들이 있다. 생명의 경중을 감히 따질 순 없겠으나 어린 학생들, 청춘들의 죽음은 가정을 넘어 국가적인 자성과 반성을 불러일으키곤 했다.

오는 18일 개봉하는 영화 <매스>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2018년 플로리다의 한 고교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을 다룬다. 1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그 비극으로 피폐해진 여러 가정들의 사연은 미국 사회를 공분케 했고, 총기 규제 및 정신 질환에 대한 국가적 지원 확대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영화는 한 교회 상담실에 모인 네 부모를 집중 조명한다. 사제 폭탄을 교실에 던진 후 친구네 집에서 훔친 총으로 학생들을 쏜 가해자의 부모, 그리고 그에게 자식을 잃은 피해자의 부모는 지난했던 수사와 재판을 겪은 뒤 한 자리에 앉았다.

감정의 모든 파고를 겪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목숨 잃은 자식만 생각하면 이성을 잃고 마는 피해자 부모는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며 가해자에게 궁금했던 것들을 묻는다. 가해자 부모 또한 자신들의 언사가 또 다른 상처가 될까 노심초사하며 피해자 부모의 질문과 말에 성의껏 답한다.

111분의 러닝타임을 채우는 건 네 사람의 표정과 눈빛, 그리고 방안의 공기다. 단어 하나, 말투와 약간의 어조만으로도 확 달라지는 네 캐릭터의 감정 상태가 고스란히 스크린을 통해 전개되는데, 그만큼 배우의 연기와 호흡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한국 관객에겐 익숙하진 않지만 제이슨 아이삭스, 앤 도드, 리드 버니, 마샤 플림튼은 각각의 캐릭터를 충분히 소화해냈고 미묘한 감정의 흐름마저 본인의 몸에 박제시켜 놓았다.

그렇기에 아주 단조로운 공간과 절제된 소품 속에서도 감정의 진폭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피해자 부모의 황망함, 가해자 부모의 항변, 그리고 분노와 절제의 과정이 반복되며 해당 사건이 단순히 이 가족을 넘어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일이었는지를 상기시킨다.
  
 영화 <매스> 관련 이미지.
ⓒ AUD
  
 영화 <매스> 관련 이미지.
ⓒ AUD
 
<매스>가 빛을 발하는 지점은 단순히 감정적 긴장감을 쌓아놓고 말미에 단순하게 해소시켜 버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사실상 피해자에 더욱 감정이입하기 쉽고, 이야기 또한 그들에게 보다 초점을 맞추면 편하겠지만 군데군데 가해자 부모의 사연을 조심스럽게 넣으며 또다른 가능성을 만들어 가는 식이다.

그 가능성이란, 자식의 범죄를 외부에 끊임없이 사죄하면서도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 아들의 이름을 결코 입 밖으로 꺼내 기릴 수 없는 부모의 모습에서 발견된다. 가해자로 낙인찍힌, 그래서 지탄받아 마땅하게 여겨지는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대담하게도 <매스>는 그 지점을 애써 피하지 않는다.

잊을만 하면 반복되는 총기 난사 사고. 그 중엔 33명의 희생자를 만들고 죽음을 택한 조승희라는 인물도 기억해야 한다.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으로 알려진 2007년의 이 일 이후 사람들은 33개의 추모비를 만들어 피해자를 기렸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34번째 추모비가 세워졌다. 바로 가해자 조승희의 것이었다. 피해자를 기리는 만큼 조씨를 기리는 사람들도 매년 있다고 한다. 그 추모비에 놓인 한 편지엔 다음과 같이 써 있었다.

"네가 그렇게 절실히 필요로 했던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걸 알고 가슴이 아팠다. 머지않아 너의 가족이 평온을 찾아 치유될 수 있기를 바란다."

영화 <매스>를 통해 진정한 화해와 용서는 무엇일지, 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인지 질문하고 생각해 볼만하다.
 
한줄평: 대담한 전개와 결론, 용서와 화해의 또다른 가능성을 제시하다
평점: ★★★★(4/5)

 
영화 <매스> 관련 정보

감독: 프란 크랜즈
출연: 앤 도드, 리드 버니, 마샤 플림튼, 제이슨 아이삭스
러닝타임: 111분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수입 및 배급 : 오드(AUD)
개봉: 2022년 5월 18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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