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취임식' 日외상, 4년만 방한..선거 코앞 여론 눈치 보는 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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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모두 국내 여론 '눈치'
한국은 오는 6월 지방선거, 일본은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초기 국정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여당인 국민의힘의 승리가 절실하다. 기시다 내각 또한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인 자민당이 승리하면 향후 3년 동안 대형 선거가 없어 안정적인 장기 집권의 길이 열린다.
외교 뿐 아니라 국내 정치에도 걸쳐 있는 한ㆍ일 관계 이슈의 복합적인 특성 상 양국 내 대형 정치 이벤트가 자칫 문제 해결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가뜩이나 자민당 내 소수 파벌인 기시다 총리는 한국에 유화적인 제스쳐를 취했다가 당내 보수파의 반발을 사거나 국내 역풍을 맞을까 걱정한다. 같은 논리로 윤 당선인 또한 과거사 문제 관련 국내 여론이 여전히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굳이 지방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기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선거를 앞두고선 한국에선 반일 감정, 일본에선 반한 감정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다음달 22일 국교 정상화 기념일을 앞두고도 획기적인 관계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란 신중론에 무게가 실린다.
이와 관련, 한ㆍ일 모두 자칫 상대국에게 양보하는 것처럼 비칠까 윤 정부 초기에 관계 개선 시도 자체를 꺼릴 경우 양국 관계가 또다시 늪에 빠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한ㆍ일 관계 이슈는 국내적으로 어느 누구도 정치적 부담을 지지 않으려 하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처럼 돼 버렸는데, 이에 대한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 내에선 과거사 문제 관련 명시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에 먼저 다가갔다가 자칫 '기존 갈등을 뭉개고 지나가도 좋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며 "한국이 양국 관계를 조속히 개선하겠다는 의지와 로드맵이라도 보여줘야 하는데, 이를 위해 한ㆍ일 과거사 문제를 전담하는 특별 조직 설치 등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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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등 단계적 해법 찾아야"
다행인 점은 윤석열 정부의 '첫 스타트'가 일단 나쁘지는 않다는 것이다.
지난달 일본에 파견된 한ㆍ일 정책협의단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하야시 외상,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상 등 내각 고위 인사를 두루 만나고 돌아왔다. 일각에서 기대를 모았던 기시다 총리의 대통령 취임식 참석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애초에 큰 선거를 앞둔 그가 직접 취임식에 오는 건 무리였다는 게 중론이다. 대신 외상이 2018년 6월 이후 4년만에 방한해 윤 당선인과 개별 면담은 물론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도 만난다.
다만 전문가들은 뚜렷한 해결책 없이 상대국의 양보만 바라며 관계 개선의 기대치만 섣불리 높이는 건 금물이라고 지적한다. 단칼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빅 딜'은 어려운 만큼 북핵 대응 협력 등 비교적 접점을 찾기 쉬운 문제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협력의 수위를 높이되, 결국 핵심은 갈등의 본질인 과거사 문제 해결이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는 분석이다.
전직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 판결에 따른 한국 내 일본 기업의 압류자산 현금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확실한 보장을 받기 전까진 전반적인 관계 개선에 소극적일 것"이라며 "핵심 사안인 과거사 현안이 풀리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등 최근 불거진 문제들도 양국 간 후속 협의에서 냉정하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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